현대차 그룹이 해외법인에서 보유하던 수익금 중 59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국내로 들여와 전기차 공장 설립 등의 투자 재원으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올 1분기 중 해외법인 수익금 8조4400억원을 가져와 반도체 공장 투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 해외 자금의 국내 환류를 의미하는 이른바 ‘자본 리쇼어링(reshoring)’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 자본 반입이 활발해진 것은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에서 번 이익금은 해당국과 국내에서 이중으로 과세했지만 작년 말 법인세법을 고쳐 국내 반입액의 95%에 대해 면세해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해외법인 수익금의 14%만 국내 송금했던 현대차 그룹은 세법 개정 후인 올해는 해외 수익의 50%를 배당금 형태로 국내에 들여왔다. 삼성전자 해외법인의 올 1분기 국내 송금액도 작년보다 66배나 늘어났다. 다른 대기업들도 국내 반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감세를 정책 기조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율 3%포인트 인하를 추진했으나 민주당 반대로 인하 폭이 1%포인트로 쪼그라든 채 국회를 통과했다. 그래도 법 개정안 중 해외 법인 이중 과세 해소 방안은 살아남아 올해 들어 자본 환류를 본격화하는 정책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2018년 법인세를 낮추자 1조달러 규모의 해외법인 유보금 중 1년 만에 7700억달러가 본국으로 돌아오는 등 자본 리쇼어링 효과가 입증됐었다.
지난 4월 말 현재 우리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 규모는 1077억달러(약 138조원)에 달한다. 이 돈이 국내로 돌아오면 경제 활성화는 물론 경상수지를 개선시켜 환율 안정에도 도움될 수 있다. 올해 1~4월 중 상품 수지(-93억달러)와 서비스 수지(-84억달러)는 모두 적자였지만, 해외 배당이 포함된 투자 소득 수지는 137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경상수지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감세 정책은 세금을 낮춰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세금을 줄임으로써 돈이 들어오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연결돼 중장기적으로는 세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런 감세의 선순환 효과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