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학생 29% “수업중에 그냥 자요”
자율고는 18%-과학고는 14%
학군 좋을수록 수업에 집중 안해
교사 “자는 학생 강제로 못내보내”
학생지도고시 시행돼도 무용지물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없어 자거나 딴짓을 하는 학생도 있고, 교과서 대신 수능 문제집을 펴놓고 푸는 최상위권 학생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수업을 안 듣는다는 건데 교사들도 이제 그러려니 하는 모습입니다.”
광주의 한 일반고 교사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교실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이 교사는 “특히 학군이 좋다는 지역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능 출제 과목이 아니면 수업에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일반고 학생 10명 중 3명은 “수업 시간에 같은 반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학고나 외고는 ‘잔다’는 답변이 일반고의 절반 남짓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지난해 9월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 외 다른 장소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한 학생생활지도고시가 시행됐지만 일반고의 교실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일반고 학생 28.6% ‘수업시간에 자는 편’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교육부의 ‘교실 수업 혁신을 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조사’에서 ‘우리 반 학생들이 수업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묻는 문항에 27.3%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답했다. 19.2%는 ‘수업과 상관없는 행동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일반고 학생들은 응답자의 28.6%가 ‘우리 반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자율고(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 학생들은 17.9%, 과학고 학생들은 14.3%, 외국어고 학생들은 13.1%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했다. 일반고 교실의 경우 자율고나 과학고, 외고에 비해 면학 분위기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 학생들이 잔다’고 답변한 학생 비율은 여학생(24.1%)보다 남학생(30.1%)이 더 많았고 문과가 이과보다 많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28일∼7월 14일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교사 1211명, 고교 1·2학년생 43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 “학생들 엎드려 자도 교사들은 못 본 척”
교육부는 교권을 보호하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지속적으로 수업을 방해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경우 교실 밖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학생생활지도고시’를 시행했다.
또 수업 중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울 수 있게 했고,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학원 숙제를 하는 학생에게도 주의를 줄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학생은 수업 중 엎드려 잠을 자거나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등 ‘딴짓’을 하고, 교사들은 별수 없이 못 본 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 중랑구의 한 일반고 교사는 “교실에서 내보내려 해도 학생이 ‘안 나가겠다’고 버티면 여전히 교사가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여학생의 경우 손으로 잡고 일으켜 세우거나 교실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자칫 성희롱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선도위원회를 열어 벌점을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