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에 정성담기
어느 방송사의 아나운서 면접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실기와 필기를 모두 통과한 여섯 명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채용될 상황이었는데,
문제는 하나같이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났다는 것.
어찌어찌 면접이 이어지고
'이제 마치겠으니 나가도 좋다.'라는 말이 떨어지자
후보자들이 일제히 자리를 뜨는데,
그 중 딱 한 명이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제자리로 밀어 넣었다.
심사위원들은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고
결국 그녀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 나오는 행동이야말로
대개 습관처럼 늘 하던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예상대로 그녀는 방송국 생활을
모범적으로 해내고 있다고 한다.
방송을 마친 뒤
코디네이터가 어렵사리 빌려 온 협찬 의상을
뱀 허물벗듯 뒤집어 놓고 가는 후배가 있다.
방송도 잘하고 고운 용모를 지닌 그 녀,
게다가 맛있는 간식을 가져와 스태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정도의 센스까지 지녔건만
옷을 돌려주는 자세 하나 때문에
그다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오래 전 방송을 함께했던 A씨의 경우는 더 특이했다.
출출한 시간, 스태프들과 간혹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그는 닭다리 만을 공략했다.
닭다리가 6개면 혼자서 6개를 다 해치운다.
문제는 뭐가 문제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
상황이 이러한데 인심을 얻었을 리 만무하다.
평판은 단 몇 마디로 사람을 판단하게 하는 괴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곧바로 인심과 이어진다.
평판이 좋지 않으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줄 사람이 귀해진다.
반면, 평판이 좋은 경우엔 주변 사람들이
진심어린 지지와 격려를 보내므로
난관을 극복할 에너지를 얻게 된다.
“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
“귀신은 뭐하나 저 인간 안 잡아가고.” 처럼
자주 접하는 말들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언어가 된다.
기왕에 생겨날 평판이라면
잘 가꾸어 봄 직하지 않은가.
좋은 평판을 위해서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는
'정성'이다.
배려, 진정한 관심, 입장 바꾸기 등의 훈련을 통해
갖추어지는 소양이다.
고생하는 코디의 입장을 배려해
자신이 벗은 옷을 잘 정돈하는 일이나, '
다른 사람도 먹고 싶지 않을까 한 번 더 생각하며
양보하는 정도의 마음 내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찮아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들에
정성을 다할 일이다.
_ 이익선 님 |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