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영화 "방황하는 칼날"을 보고 사회에 청소년범죄와 그에 대한 대책에 관한 묵직한 메세지를 던져주기에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랑하는 딸, 수진에게 마약을 주입하고 강간하고 살해한 청소년 조두수를 아버지 상현이 복수를 위해 추적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과 또 다른 살인을 막기 위해 상현을 쫒는 경찰, 억관의 심리를 잘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흥미로웠다. 영화 속에서 청솔학원은 성매매알선업소, 가출청소년집합장소, 살인자 은닉장소 등 악의 축으로 묘사되고 있다.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일을 끄집어내어 보다 흥미롭고 현실감이 있게 묘사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영화 속 청솔학원은 허구의 장소이다. 청솔학원이라는 상호와 로고를 쓰는 학원들에게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청솔학원에서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혹자들은 “방황하는 칼날”이 상영금지 되기 전에 보아야 한다고 떠들어 댄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청소년범죄와 살인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로써 시사회를 거쳐 개봉을 한 영화가 명칭사용논란으로 상영금지 되어서는 안 된다. 관객은 허구와 실제를 구별해야 한다. 청솔학원은 창작을 통해 만들어진 허구의 장소임에도 이미지훼손을 이유로 관객의 볼 권리를 막아서는 안 된다.
상현은 처참히 살해당한 딸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고민하고 절규하지만, 우리 사회의 조직의 일원인 경찰이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 행동에 나선다. 딸의 살해 장면을 담은 동영상 CD가 있다는 누군가의 문자제보로 찾아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돌발적 첫 살인을 하고, 청솔학원으로 찾아가 성매매를 알선하는 실장과 다투다 두 번째 방어적 살인을 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추적 끝에 딸을 살해한 두식을 죽이기 위해 가져온 엽총을 꺼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상현,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상현의 마지막 절규는 관객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이내 상현이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모든 상황은 종료되지만 관객들에게는 또 하나의 궁금증이 남는다. 상현의 총에는 총알이 처음부터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부터 거세된 인간으로 상현은 살인을 할 의도가 없었다. 자신의 딸이 처참히 살해되었어도 가슴이 메어지고 울부짖을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청솔학원이 악의 축으로 묘사되는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허구의 장소이다. 청솔학원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하여 창작된 허구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법을 어기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잇속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사회악을 만들어낸다면, 어느 누구든 우리 사회에서 퇴출되어할 악의 축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의 영리추구에 편승하여 거들며, 그들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지도·점검을 소홀히 하고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나 보는 공무원들도 퇴출되어야 한다. 대형참사로 이어진 부산외대 체육관 붕괴사고, 고등학교 수학여행단을 태운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주검을 부둥켜안고 가슴 저미는 학부모와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끔찍하게 살해된 딸의 죽음에 울부짖고 절규하는 주인공 상현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슬픔과 비통함이 더 진하게 다가온다.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문학세계사)을 펴낸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은 “가난을 극복한 한국은 이제 사회안전망 구축을 미래 경제번영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고 조언합니다.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적인 참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은 한 사람 한 사람 맡은바 책임을 다하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에 비중을 두어야 하며, 관계 공무원은 시민의 작은 관심과 신고에도 귀를 기울여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여야 미래 투명하고 안전한 선진민주사회를 구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맑은마음밝은세상:착한사교육운동본부(http://cafe.daum.net/good-edufee) 대표 이 승 범
첫댓글 이 영화는 안 봤지만 이것과 비슷한 가정이나 주인공이 실은 총알이 없는 것으로 표현되는 현실 등에 대해서는 자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이 나라 이 시대의 슬픔과 절망이 저 한사람의 것이 아닌가 봅니다 영화까지 만들어 진 걸 보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방황하는 칼날.. 한번 챙겨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