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칼럼
지상파 방송의 유튜브 뉴스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39호(2023.02.15)
홍지영
불문89-93
SBS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정치적 선명성이 조회 수 끌어올려
-중립·공정이란 기존 사명과 딜레마
방송기자 생활 30년을 꽉 채운 지난해 연말. 논설위원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특명을 받았다. 매일 30분짜리 유튜브 뉴스를 만들어 진행하라는 거다.
2005년 탄생한 유튜브는 이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영상정보 플랫폼이 됐다. 진짜와 가짜 정보가 뒤섞여 있지만, 정보량도 엄청나다. 지난해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 앱 사용자 수는 4183만 명으로, 대한민국 인구 80%에 해당한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제치고 사용시간, 사용률도 1위다. 한국인 한 사람당 월평균 사용시간이 33시간으로 하루 한 시간이 넘는다.
이런 플랫폼에서 새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일은 부담 그 자체다. 30년 넘게 취재하고 기사 쓰고 방송 뉴스로 만들고, 생방송 출연과 진행도 해봤지만, 머리가 무거웠다.
이제 스무 살도 채 안 된 유튜브는 1920년대 탄생한 텔레비전 방송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TV화면은 점점 커지지만, 유튜브는 스마트폰 시청이 대세다. 한눈에 상황이 들어와야 한다. 스튜디오도 단순하고 쉽게 만들어야 한다. 점잖은 완곡 화법보다 정곡을 바로 치고 들어가는 직설 화법이 잘 먹힌다.
실시간 댓글로 소통하는 쌍방향 소통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큰 차이다. 쌍방향 소통은 약이면서 독이기도 하다. 진행자인 나도 독배를 들 각오를 해야 한다는 충고들이 쏟아졌다. 한마디로 “‘망가질 결심’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유튜브 생존 철칙이나 다름없는 구독자와 조회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특히 내가 방송을 맡은 저녁 7시대는 퇴근길 직장인을 노리는 유튜브 뉴스가 라디오 뉴스와 같이 경쟁하는 치열한 시간이다.
이런 시간대에 살아남은 유튜브 채널의 특징은 정치적 방향성과 선명성이다. 보수든 진보든 한쪽으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아 지지자들이 속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인상적’ 뉴스를 한다. 실제로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첫 방송을 시작한 주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슈퍼챗(후원금)을 끌어 모았다. 2년 전에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전 세계 슈퍼챗 1위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이 채널들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자극적 언어가 수위를 넘고 팩트 확인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SBS라는 대형 지상파가 만들고 운영하는 유튜브 프로그램은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면 안 된다. 유튜브 생존 법칙과는 정반대인 ‘중립과 공정’이 SBS의 보도 철학이기 때문이다. 과연 자극적 유튜브 시장에서 SBS 논설위원인 내가 만드는 상대적으로 밋밋한 유튜브 뉴스 프로그램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회수와 평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