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대학의 학격’을 높이는 것”
“‘창의성교육’과 ‘국제화’가 교육강국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키워드”
- 김영길 한동대학교 총장 (차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대담_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은 “사람에게 인격이 있다면 대학에는 학격이 있다.”면서 “정직하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대학의 학격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길 총장은 이어 “21세기 지식정보융합시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교육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식의 단순한 암기를 넘어서는 ‘창의성 교육’과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가 무대가 되는 ‘국제화(globalization)’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3월 5일 롯데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장과 인터뷰를 가진 김영길 총장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세계경제의 중심에 서게 된 우리나라의 대학은 지난 세기와는 다른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면서 “알려진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보다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교육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의 차별화가 중요하다.”며 “국립대학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랜드 플랜을 세우고 운영을 해야 하며, 사립대학은 학교의 설립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방향을 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김태완 원장 : 대학의 3대 기능은 교육, 연구, 봉사입니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3가지 요소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시대변화에 따라 방점을 어디에, 어떻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영길 총장 : 대학의 주된 기능은 교육이며, 연구는 교육을 잘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교육의 방향성과 지향점도 바뀌고 달라져야 합니다. 대학교육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식요소이고, 다른 하나는 인성요소입니다.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합니다. 그러나 인성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지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지식교육만 강조하다보니, 인성교육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초·중·고를 거쳐 대학에까지 지속적으로 함양해야 합니다.
과거 산업화시대에 지식은 눈에 보이는 것, 즉 보이는 세계가 무대였습니다. 지역이나 나라가 주요 활동무대였습니다. 그런데 정보화시대에 와서는 알려진 것이 아닌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문제해결을 참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지식융합시대로 알려진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것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문제가 없는데 문제를 만들어내서, 문제해결능력을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식에 대한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은 산업화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알려진 정보를 암기하는 데서 벗어나야 합니다. 문제해결을 해야 하는데, 이미 해결되어 있는 문제를 찍는 식으로 찾아내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교육은 지식의 전수이고, 인격의 본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진 지식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연구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창출된 지식은 국가나 사회에 임팩트(공헌)를 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봉사는 지식의 활용입니다. 지식이 실제로 응용되고 활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티칭(teaching)은 교수중심, 러닝(learning)은 학생중심입니다. 그 다음 단계는 사고(thinking)로, 여기에서 새로운 창의성이 나옵니다. 여기까지는 머릿속에 있는 것입니다. 머리에 있는 것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려면,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거쳐 실제로 실험화가 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이러한 다섯 가지를 포함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티칭에만 머물러 있는 단계입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이노베이션(innovation)까지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을 하는 대학은 학교지만, 연구만 하는 대학은 연구소이지 학교가 아닙니다. 교육을 잘 하기 위해 연구가 필요한 것이지, 연구만 하는 대학은 연구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15년 간 대학총장을 하고, 25년간 연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의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대학교육의 본체는 학부였습니다. 지금은 정부가 대학의 연구성과를 보고 평가도 하고 재정지원도 하다 보니 균형이 잘 맞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대학 본연의 임무인 교육을 잘 감당해야 대학이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김태완 : 6.25 전쟁 이후 60여년 만에 우리는 경제강국으로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이룬 데에는 교육의 힘이 가장 컸고 향후 미래사회를 이끌 동력 또한 교육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21세기를 맞아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교육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영길 : 우리나라가 6.25 전쟁 이후 반세기 만에 선진국 대열에 막 진입하려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1960~70년대에는 모방과 추격으로, 교육에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존의 패러다임이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21세기 지식정보융합시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새롭게 도약할 때가 왔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첫째는 지식의 단순한 암기를 넘어서는 ‘창의성’이고, 둘째는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가 무대가 되는 ‘국제화(globalization)’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교육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의성 교육’과 ‘국제화’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필요합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하루속히 선진국의 일원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선진국이 되는 요건은 1등 가는 제품을 만들어, 2등 가는 가격으로 전 세계에 수출하고, 3등 가는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먼저 1등 가는 제품을 만들려면 창의성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이런 창의성 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해야 합니다. 2등 가는 가격은 수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좁은 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화 교육(global education)이 필요합니다. 국제화는 단순한 영어교육이 아닙니다. 국제화는 communicative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선진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1등 가는 제품은 몇 개 없으면서, 생활은 1등 수준으로 하려고 합니다. 겉치레를 너무 많이 합니다. 선진국이 되기 전에 먼저 선진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선진국민의 의식은 없는데, 선진국이 되어 물질적 풍요만 누린다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됩니다.
이 모든 요건들은 교육을 통해 갖출 수 있습니다. 유·초·중·고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연속되는 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없이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김태완 : 총장님께서 강조하신 창의성과 국제화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실행모델을 한동대학교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김영길 :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태어납니다. 이런 잠재력은 교육을 통해 발전시켜야 하는데, 지금의 교육은 문과·이과로 나누어져 있어 오히려 잠재력과 가능성을 틀 안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래서 한동대는 1995년 개교때부터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없앴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올 때, 학과가 정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무전공·무학과 학부제로 시작했습니다. 지식의 수명은 짧고,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데 한 과목만 배워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학부제를 개교할 때부터 의무적으로 실시해 선택권을 무제한으로 학생들에게 주었습니다. 학과의 정원을 정해놓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전공을 탐색해 2학년 때 마음대로 택하고, 경험해보고 또 변경해도 되도록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더 잘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미술, 산업디자인 학부 등에서 실기시험도 다 없앴습니다. 실기시험은 연습을 많이 해서 해당 학교와 교수님의 스타일로 맞춰서 들어오기 때문에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시험을 볼 때도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독창적으로 답안을 작성하도록 하기 위해 무감독시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겐 2학년 올라가서도 전공을 두 가지 이상 택하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교육을 하고 보니,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 교류가 생겼습니다. 교수가 멘토가 되어 학과와 학년 간의 벽을 뛰어넘어 한 팀을 만들게 되고 이들이 함께 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교수와 학생 간, 학과 간에 서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창의성이 생기고 여러가지 시너지 효과가 났습니다.
1995년부터 WTO가 발효되었는데, 우리나라의 교육도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무한경쟁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사람을 길러야 합니다. 한동대는 장인 공(工)자형 교육을 통한 국제화를 실현해오고 있으며, 개도국의 학생들을 많이 불러서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제3세계 국가의 학생들이 유학 오는 대학교가 되었고, 국내 유일한 아이티인으로 언론의 각광을 받았던 ‘프로팻’도 한동대에서 공부했고, 국제법률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김태완 : 교육의 바탕이 되는 ‘인성’을 항상 중요시 하는 총장님의 인터뷰, 발표 등을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하였습니다. 오늘날 더욱 강조되고 있는 인성교육, 전인교육에 대한 총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영길 : 교육은 사람을 사람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사람의 본성은 지성이 있고 인성이 있습니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유치원, 초·중·고에 이르기까지 연속되어야 합니다. 대학은 어찌보면 늦은 단계입니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다면 대학에는 학격이 있습니다. 정직하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대학의 학격을 높이는 것입니다. 우리 대학의 학격은 정직하고 유능한 인재를 교육하는 것입니다. 제가 대학에서 무감독시험을 실시하거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가치를 말하면 일부 학생들은 처음에 어색해 합니다. 인성교육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정직과 성실의 바탕 위에 지식을 쌓아올려야 합니다. 이러한 바탕이 없는 지식은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인성교육을 기본으로 지식을 쌓고, 이를 이웃과 전 세계에 나눠 주어야 합니다.
장인 공(工)자의 가장 기본은 친목입니다. 인성이 없는 지식은 사회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한동대의 가장 큰 핵심, 즉 기본철학은 인성에 있습니다. 한동대 1학년생들은 기숙사에서 공동으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팀 제도를 학년이나 학과와 상관없이 만들어 졸업할 때까지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팀의 담임교수와 학생들이 하나가 됩니다. 한동대의 교수상은 논문이 몇 편이냐 보다는, 한동대의 교육철학을 잘 따르는 교수에게 줍니다. 교육과 인성의 조화를 이룬 교수에게 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격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김태완 : 지난 2007년, 세계 160여 개발도상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능력계발을 목적으로 마련된, 대학 간 협력프로그램인 UNESCO "UNITWIN(University Twinning and Networking)" 의 주관대학으로 한동대가 선정되었습니다. 한국 대학이 UN 산하기구의 세계 프로그램 주관대학으로 선정된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과 주관기관이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김영길 : 1995년 개교 때부터, 30~40년 전의 한국과 같은 상황에 있는 나라들을 떠올리며,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또는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고 공부하도록 하였습니다. 정부의 지원없이 한 것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이런 사업을 해온 결과, 유네스코에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한동대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UNITWIN 프로그램은 1992년에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지식격차 해소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대학은 선진국 대학들 간에 네트워킹을 하고, 개발도상국의 대학은 개발도상국 대학들 간에만 네트워킹을 하고 있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지식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대학 간 네트워킹을 형성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한동대는 2007년 4월 5일에 개발도상국 지도자를 양성하는 주관대학으로 선정되었고, IT, Global Management, International Law 부문에서 개발도상국 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UNITWIN 주관대학으로서 그 권위를 더 높일 예정입니다. 유네스코에 가입된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가 받은 빚을 교육으로서 갚아줄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선진국이 된 교육의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한국국제협력단이나 국내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개발도상국에 지역센터(regional center)를 세워서 해당 국가의 대학들에 알려주면, 10~20년 후에는 그들과 국제사회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UNDP와 UNESCO는 OECD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교육협력에 참여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Education for all'이라는 교사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국제사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많은 학교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한국의 트렌드가 될 것입니다.
김태완 : 요즘 대학가의 이슈랄까, 개혁의 키워드는 ‘뽑는 경쟁에서 가르치는 경쟁으로 가자’ 는 것입니다. 총장님께서는 평소 ‘선발보다는 교육이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요. 어떻게 하면 범재를 인재로 길러낼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입학사정관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영길 : 선발보다는 교육이 더욱 중요합니다. 우수한 학생들을 나타난 점수만 가지고 뽑는 데 집중하지 말고 학부교육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대학은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아서 국제화에 맞는 국제 대화능력, 국제지식, 인성교육을 쌓도록 해야 국가장래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식정보화와 글로벌경제라는 전혀 새로운 도전에 응전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려면 ‘연구중심’이 아닌, ‘교육중심’을 지향해야 합니다. 경제적 수단으로서의 인재(man power)를 키워내는 교육이 아니라 전인적 인재(humanization)를 키워내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3~4년 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동대 학생들의 경우, 입학할 때는 다른 학교와 (수능점수 기준) 10~15점 차이가 났지만 학부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개발한 결과, 상위 대학과 마찬가지로 일반 회사에 나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도의 본래 취지는 암기위주의 공부방식을 지양하고 학생들이 본인의 창의성과 적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공부를 하자는 데 있습니다. 그 취지를 백분 살리기 위해 대학은 더욱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입학사정관제는 우리 같은 규모의 대학에서 가장 잘 할 수 있습니다.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또 이미 오래 전부터 재외국민전형 등에서 입학사정관제 유형의 선발방식을 실시해왔습니다.
김태완 : 대학이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깨달아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합니다. 대학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영길 : 20세기 교육의 패러다임이 정형화된 산업인력을 키우는 것이었다면 21세기는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단순 지식교육이 아니라 지혜교육을 해야 합니다. 교과서를 달달 외는 학생에게 좋은 학점을 줄 게 아니라 사례 연구, 문제해결능력, 프레젠테이션을 강화해야 합니다. UNESCO는 최근 가치관 상실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고등교육이 단순한 경제적 발전을 위한 필요를 초월하여 더욱 높은 차원의 도덕적 윤리적 영성적 교육을 구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세계경제의 중심에 서게 된 우리나라의 대학은 지난 세기와는 다른 지향점을 가져야 합니다. 알려진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보다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주입식 암기교육과 점수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 제기, 분석 및 토론, 해결책 도출을 지향하는 교육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전공역량은 물론이고 바른 가치관과 공동체의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변화를 이끌어 갈 리더십과 세계를 품을 글로벌 역량을 길러줘야 합니다. 창의성을 북돋우는 바른 인성을 심어 주는 대학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김태완 : 정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 및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등은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아울러 학부교육의 질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영길 :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학평가는 대학원 중심의 연구논문평가이지 대학교육평가는 아닙니다. 대학의 기능은 연구, 교육, 봉사인데 전체 학부와 대학원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사실상 학부생을 위주로 하는 대학을 평가함에 있어서 대학원 평가의 잣대만을 가지고 판가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학교의 관심이 정부의 재정지원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 교수들이 연구에는 전력을 다하면서도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게 되었습니다.정부는 대학을 평가할 때, 전체 대학을 평가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대학원을 평가하고, 대학을 평가했다고 하면 안 됩니다. 재정지원에 있어서도 대학원교육에 집중되어 있고, 대학교육에는 거의 지원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WCU사업이나 BK21사업 모두 대학원 평가이며, 대학원에 재정지원을 해주는 사업들입니다. 그나마 최근에 학부교육을 잘하는 대학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이 시작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대학의 평가는 교육을 평가해서, 즉 교수(teaching), 학습(learning), 새로운 교수법 개발 등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항목을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정성적’으로 평가가 되어야만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가가 되어야 하는데, 사람을 평가할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대학도 연구중심대학은 연구중심으로 평가하고, 교육중심대학은 교육중심으로 평가를 해야 합니다.
김태완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대학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는 고등교육 학습성과평가(AHELO)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OECD는 AHELO를 통해 대학원 연구성과를 기준으로 대학을 서열화하지 않고 대학이 학생교육을 위해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했는가를 평가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들도 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학습성과(교육과정) 평가에 기반한 대학평가방식의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영길 : 그동안 학부교육을 얼마나 잘하는 가에 대한 평가가 국내외적으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OECD에서 AHELO 프로그램을 실시했다는 것 자체가 시대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AHELO 프로그램은 대학에 입학할 때의 학생의 수준을 측정하고, 졸업할 때의 학생의 수준을 측정하여 이를 비교함으로써 대학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비판적 사고능력, 분석적 추론능력, 문제해결능력, 구술 의사소통능력 등 네 가지를 준거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단답형이 아니라 논술형으로 학습성과를 평가하는 것으로, A이냐 B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답을 요구하고 도출하는 것입니다.
AHELO 프로그램은 입학을 해서 졸업을 할 때까지 얼마나 이런 사고의 틀이 넓어졌느냐를 평가합니다. 이것은 연구성과를 내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들도 여기에 참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에 맞춰지려면 교수님들이 변화되어야 합니다.
김태완 :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이나 사회의 교육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영길 : 기업들이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을 위해서만 재정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범국가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교육을 위해서는 필요한 재원을 조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부족합니다. 좋은 교육을 하려면 엄청난 재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민간기업 지도자들은 좋은 교육을 해야 희망이 있다고 하여, 빌게이츠재단에서는 ‘좋은 고등학교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는데, 작은 규모의 기숙형학교를 대도시를 중심으로 500개 이상 지어주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2조원 규모입니다. 워런 버핏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기업지도자들이 미국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시도하고 있는 교육사업입니다. 이 학교의 특징은 교장을 스카우트해 앉히고, 운영권은 물론 교사 선발권도 줍니다. 학생 수는 400명으로 제한하는데 이는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학생 한 명을 지도교사 4인이 맡습니다. 학생중심으로 교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학교들은 중도탈락률(drop-out)이 거의 없어,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업 지도자들이 초·중·고등학교를 지원해준다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태완 : 이제 대학교수들도 현실에 안주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로부터 나온다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제 교수는 대학경쟁력의 주체로서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학을 경영하시면서, 대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지요.
김영길 : 대학은 진정한 인성교육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동대의 교수들은 지식전수를 뛰어넘어 몸소 실천하여 보이며,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인성교육을 하는 교수여야 합니다. 지식전달이나 연구만 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학생들에게 삶의 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인성교육입니다.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승’이 되어야 합니다. 학원 ‘강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존경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존경을 받으려면 삶에서도 본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교육들은 학부교육에서 이뤄집니다. 그러나 지금은 연구중심으로 대학이 바뀌면서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학원하고는 구분이 되어야 합니다.
김태완 :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은 200여개 정도가 됩니다. 이 중 158개교가 사립대학인데요. 이는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과는 반대의 상황입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으로 보았을 때, 사립대학의 역할이 국력증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셨는데, 소회랄까, 향후 포부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의 역할은 어떻게 다르며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영길 : 교육선진국이 선진국입니다. 유럽은 사립이라고 할지라도 공공재라고 여겨서 정부에서 100%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미국도 20%가 사립인데, 정부에서 10%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일본은 80%가 사립으로, 정부로부터 10%를 지원받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략적으로 2.5%를 지원받습니다. 사립대학은 정부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등록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과 유럽에 비해 등록금이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사립대 출신과 공립대 출신이 직업을 갖는 것이 다 똑같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국민 세금으로 공립대는 지원해주면서, 사립대를 지원해주지 않고 있는 게 오늘날 우리 대학의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평가는 똑같은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이 늘지 않으면, 사립대학의 교육의 질은 높아질 수 없습니다.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의 차별화도 중요합니다. 국립대학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랜드 플랜을 세우고 운영을 해야 하며, 사립대학은 학교의 설립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방향을 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태완 : 마지막으로 총장님 개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경북 안동 시골의 한 소년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로, 그리고 지금은 작지만 강한 대학의 총장으로 ‘전혀 새로운 첫 번째 대학’을 만들어가고 계신데, 인생의 좌우명이랄까, 비전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김영길 : 선친께서는 시골동네에 초등학교를 세운 교육자이십니다. 우리 집의 가훈은 ‘어리석어도 좋으니, 어질어라’였습니다. 저도 한동대를 시작할 때부터 슬로건이 ‘공부해서 남 주자’였습니다. 자기욕심을 채우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끌어 모으면서 살지 말고, 나누어주면서 살라고 말합니다. 나누어주면 양이 더 커집니다. 선진국의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도 나누어주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쌓는 대학도 좋지만, 받침돌이 인성으로 다져진 학교가 되어야 하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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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 한동대 총장(차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1939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공대 금속공학과를 졸업(’64)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 석사학위(’69)를 받았으며, 이어, 미국 뉴욕 RPI 공과대학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해 박사학위(’72)를 취득했다. 미국 국방성 육군연구소 연구원(’73-’74)을 거쳐 영주권도 없는 상황에서 뛰어난 박사학위 논문 한 편으로 미국 시민권자만 들어갈 수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입성(’74)에 성공, NASA에서 초고속 비행기 엔진을 발명하고 우주선 제작에 참여하였다.
미국 UCLA 재료공학과 교환교수(’83-’84)를 지냈으며, 한국인 최초로 미국 저명과학자 인명사전인 ‘미국의 과학자들’(AMWS)에 수록(’94)되었고, 캠브리지 국제전기발행센터(International Biographic Center)의 ‘20세기의 뛰어난 사람 2000’에 선정(’97)되었으며, 미국 ABI(American Biographical Institute) 발행 인명사전에 ‘20세기 500명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선정(’98)되었다. 미국 NASA 발명상(’76, ’81 2회), 국민훈장 동백장(’82), 세종문화상 과학부문(’86), 올해의 과학자상(’87) 등을 수상했다.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4년 한동대로 자리를 옮겨, 이듬해인 95년 총장에 취임한 이후, 혁신적인 커리큘럼과 파격적인 교육실험, 기독교정신에 기반한 도덕성교육으로 경북 포항의 작은 동네에 세워진 한동대를 단기간에 전국구 명문대 반열에 올려놓았다. 김영길 총장은 지난 1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돼 오는 4월 8일부터 2년간 158개 사립대학의 사령탑 역할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