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공식적 대화 창구는 막혀 있지만 남북 간 논의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공식 협상 대표가 아닌 언론, 민간단체, 인터넷과 SNS를 사이에 두고 남북한은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입국한 중국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 집단 입국 사태를 두고 남북한 언론과 각종 매체의 알림
서비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4.13 총선을 며칠 앞둔 시점에 중국의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여종업원 12명과 관리자가 집단 입국했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해외 근로자 한두 명이 탈출해서 입국한 사례는 있어도 해외에서 집단 탈출 사태는 기존에 없었던 일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제3국을 경유해 입국했으며, 입국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 관계기관의 도움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왜 하필 국회의원 선거일 직전에 정부가 공개적으로 발표했을까? 정부의 발표 시점과 의도에 의문이 생겼다. 북한 당국은 한국 정보기관에 의한 납치 행위로 규정하고, 유엔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가족 간의 직접 면담과 귀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에 남은 가족들은 자녀가 납치되었다고 주장하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통해서 접견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들 모두 자유의사에 의하여 입국하였으며, 현재는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어서 외부 접견은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선거일 직전에 정부가 공개적인 발표를 할 때부터 논란을 예고한 것이다. 선거용 북풍(北風) 의심을 자초한 셈이다. 하지만 의도와 사실관계는 구분해야 한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북한의 주장처럼 13명이 국정원의 납치 공작에 의해서 입국했느냐이다. 일부 국민과 언론은 정부의 공식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탈출과 입국의 강제성 논란은 곧 밝혀질 것이다. 이들 13명은 조사 과정을 마치면 국가기관을 나와서 자유인으로 생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언론, 변호사단체, 시민단체 모두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염려하고 주의해야 하는 것은 이들 당사자의 인권과 신변 보호이다. 필자의 소속 기관은 국내 입국한 북한 이탈 주민 전원을 입국 초기에 만나서 인권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북한 주민이 입국해서 초기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심리적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많은 북한 이탈 주민들은 국정원 조사 기간에 겪었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한국 정부가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혹시라도 북한으로 송환하지 않을까였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을 떠나 목숨을 걸고 한국행에 성공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들을 북한으로 송환해 버리면 결국 자신의 목숨은 물론이고 가족 전체의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기관은 입국 초기 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우선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다는 것을 당사자에게 인식시키는 데 주력하게 된다. 북한 가족의 애타는 심정도 이해되고, 정부 발표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해도 지금은 당사자의 심리적인 안정과 불안감 해소가 우선이다.
사실관계는 곧 밝혀질 수밖에 없다. 국정원에서 불법적으로 납치했다면 중국 당국도 엄중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남북한 정부 발표에 대한 상호 불신이 당사자의 심리적 불안과 고통을 가중시키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금의 기다림과 당사자 입장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논란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남북한의 자유 왕래가 허용되어야 해소될 문제이다. 제2의 김련희 사건이 될지, 북한 당국의 주장에 우리 사회가 혼란을 겪은 해프닝으로 마감될지
결과가 기다려진다.
첫댓글 머물다 갑니다.^*^
거기나 여기나...세상사는것은 힘든 일이지요..
다만, 다른것은 ..자유 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