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의 노래
유헌
오죽하면 오죽烏竹이, 하소연을 저리 할까
겉이 검다고 속까지 검다더냐
겉 다르고 속 다른 너만 하겠느냐
속이 비었다고 나이테가 없다고 속조차 없다더냐 실속조차 없다더냐
헛바람에 헛배 부른 너만 하겠느냐
댓잎이 살랑댄다고 대통까지 흔들릴까
바람이 부는 대로 껄떡쇠처럼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너만 하겠느냐
텅 비어 외려 더 깊은 동굴 같은 고요와 울림으로
한눈도 팔지 않고 곁눈도 주지 않고
직벽을 오르듯 곧추선 그 결기로
칙칙폭폭 출발했다 영차영차 칙칙폭폭
칸마다 기적이 운다, 생의 행간 마디마디
(정형시학 2025 봄호, 3일3색 사설시조)
황구가 왈曰
유헌
목줄 풀린 누랭이가 시장 구갱 나섰는디
느닷없이 난데없이 산도야지 출몰했어
웅산을 뛰쳐나온 곰탱이 둘러싸고
고라니, 오소리, 살쾡이, 너구리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눈알들 부라리고
우르르 왁자지껄 시장바닥 쓸고 가네
밤새 대밭에서 죽순을 쳐묵었나
그것도 부족해서 쑥대밭 빠져나와
농부들 피땀 같은 나락을 훑어 묵고
남산은 저리 가라 웅산 만한 배를 밀고
어물전 지나다가 꿈틀대는 낙지 보고
묵어 본 놈이 잘 묵는다며
초장에 탕탕이 한 접시 캬, 쐬주 한 잔 생각나네
어슬렁 어슬렁 뒤뚱뒤뚱 껀들껀들
초장을 벌겋게 주둥이에 쳐바르고
왕년에 시장 쫌 봐봐서 잘 안다며
쪽파를 입에 물고 대파라며 파안대소
대파상 허허, 참! 덩달아 파안대소
쯔쯔쯔쯔쯔 혀를 끌끌 차는 소리 못된 망아지 모는 소리
멧도야지 떠난 시장 파장 아직 멀었는디
어물전은 딴전이고 대파전은 작파하고
파전 앞의 견공들만 춤 잴잴 흘리며 혓바닥을 낼름낼름
끄긍 킁킁 벌렁벌렁 식용금지 얼씨구나
황구 백구 암캐 수캐 푸들 비글 깨갱 깽깽
황구 왈, 개판이로세
내가 봐도 개판이여
(정형시학 2025 봄호, 3일3색 사설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