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세계 역사는 잃어버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다는 것을 알지만 사라졌거나 고의로 파괴되었거나 무심하게 소실된 것들. 이 책의 저자 유디트 샬란스키는 이렇게 사라진 것들 중 열두 가지를 선정하여, 그들의 소멸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을 상기시킨다.
책의 이야기는 19세기 중반에 사라진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아나키에서 시작된다. 아무것도 없는 태평양 북동쪽 바다에 자리하고 있던 섬, 1842년 말 즈음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 저자는 자료들을 찾아 그 섬이 존재했던 흔적을 따라가며, 그곳을 향해 먼 길을 항해했던 탐험가들과 그곳에 거주했던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나간다. 멸종된 카스피해 호랑이, 비운의 추기경 줄리오 사케티의 저택이었으나 어느 날 무너져버린 빌라 사게티,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이 촬영했음이 확실하지만 35개의 조각으로만 남아 있는 〈푸른 옷을 입은 소년〉이라는 무성영화 필름, 시인 사포와 그의 연가들, 마니교의 창시자인 마니의 일곱 권의 책 등, 지금은 사라진 것이 확실한 것들을 통해 저자는 소멸과 파괴의 다양한 현상들에 주목하며 부재자의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상실과 부재, 그리고 여백은 어느 정도까지 존재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 책에서, 잃어버린 것들과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문학적 수단을 통해 재현해내고자 하는 저자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 저자 소개
유디트 살란스키
독일의 작가이자 북디자이너. 1980년 구 동독 그라이프스발트에서 태어나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2006년에 발간한 독일 흑자체 모음집 《내 사랑 프락투르(Fraktur mon Amour)》으로 다수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소설 《너에게 파란 제복은 어울리지 않는다(Blau steht dir nicht)》(2008)로 독일 문단에 데뷔한 이후, 《머나먼 섬들의 지도(Atlas der abgelegenen Inseln)》(2009), 《기린은 왜 목이 길까?(Der Hals der Giraffe)》(2011)를 발표했다. 《머나먼 섬들의 지도》는 부흐쿤스트재단이 꼽은 2009년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Die Schonesten Deutschen Bucher)’에 선정되고 2011년 레드닷디자인어워드에 선정되었으며, 《기린은 왜 목이 길까?》는 2011년 독일 문학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2012년에 또다시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에 선정되었다. 그 외 2013년에 레싱 상, 2014년에 문학관 상, 마인츠시 작가상, 2015년에 드로스테 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 목차
일러두는 말
서문
투아나키
카스피해 호랑이
게리케의 일각수
빌라 사케티
푸른 옷을 입은 소년
사포의 연가戀歌
폰 베어 가문의 성
마니의 일곱 권의 책
그라이프스발트 항구
숲속의 백과사전
공화국궁
키나우의 월면학月面學
색인
옮긴이의 말
📖 책 속으로
“그 결과로 우리는 없는 것, 실종된 것, 즉 어떤 유물, 정보, 때로는 소문에 불과한 것, 반쯤 지워진 흔적, 우리에게 도달한 메아리의 반향 같은 것만 애도할 수 있다.”
--- p.19
“나는 지구 내부의 힘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힘이 발휘되는 곳에서 태고의 상승과 하강, 번영과 쇠퇴의 순환이 단축된다. 섬들은 떠오르고 가라앉는다. 섬의 수명은 대륙보다 짧고, 섬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수백만 년의 시간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넓이를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 나는 지도 구역에 전시된 모든 지구본의 터키옥색, 하늘색 또는 담청색으로 빛나는 뒷면에서 마침내 실마리를, 망가이아와 투아나키를 연결하는 얇은 탯줄을 찾았다고, 경건히 늘어선 지구본들을 따라 걸으며 확신했다.”
--- p.50
“마지막으로 다시 내 시선은 창백한 푸른빛의 지구본으로 향했다. 나는 재빨리 그 위치를 찾았다. 바로 그곳, 적도의 남쪽 흩어져 있는 섬들 사이에 이 완벽한 땅이 있었다. 세계의 외딴곳에. 그곳에 대해 한때 알았던 모든 것은 잊혔다. 그러나 세상은 알고 있던 것만을 애도하며 그 더없이 작은 섬이 사라짐으로써 대체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지 짐작도 하지 못한다. 지구가 이 사라진 조그만 땅에 자신의 배꼽이 될 것을 허락했었음에도 불구하고.”
--- p.52
“시의 파편들이 끝없는 낭만주의의 약속임을, 아직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현대의 이상理想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시 예술은 지금까지도 어떤 문학 장르보다 더 함축적인 공허, 의미를 증폭시키는 여백을 갖고 있다. 구두점들은 단어들과 함께 유령의 팔다리처럼 생겨나 잃어버린 완벽함을 주장한다. 원형을 온전히 갖추고 있었다면, 사포의 시들은 우리에게 한때 눈이 시리도록 화려하게 채색된 고대의 동상들처럼 낯설었을 것이다.”
--- p.153
🖋 출판사 서평
“살아있다는 것은 상실을 경험하는 것이다.”
유실되거나 잊힌 인간의 역사와 사물에 관한 독특한 애도의 기록
독일의 작가 유디트 샬란스키가 열두 가지의 ‘사라진 것’과 그 상실을 문학적으로 재현해낸 독특한 애도의 기록이다. 샬란스키는 이 책에서 사라져가는 메아리와 희미해진 흔적, 소문과 전설, 생략부호와 환상통 같은 것들에 초점을 맞추며, 실종된 것들과 사라진 것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기존의 전승이 작동하지 않는 그 지점에서 서사적 힘을 발휘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외진 곳에서 덧없음에 맞서 싸우는 인물들이다. 외진 정원 안에 인류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는 은둔자,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를 창조하는 폐허의 화가, 맨해튼을 가로지르는 공허한 일상 속에서 죽음에 대해 묻는 말년의 그레타 가르보, 그리고 어린 시절의 공백들에서 구동독의 상실된 역사성을 추적하는 저자 자신처럼.
샬란스키의 이 찬찬한 책은 풍성한 이야기로 가득해 마치 열두 편의 팩션처럼 읽힌다. 사전처럼 충실한 정보와 감탄할 만한 독서량을 바탕으로, 저자는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이야기를 펼쳐가며 우리의 존재를 탐구한다. 상실과 부재, 그리고 여백은 어느 정도까지 존재할 수 있는가. 과학적이고 생태학적인 현상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고른 열두 가지의 이야기는 시적이면서도 면밀한 관찰자에 의해 주제와 형식이 놀라운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며 전개된다.
“모든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뭔가를 보존하고, 과거를 눈앞에 되살리고, 잊힌 것을 불러내고, 침묵하는 것을 말하게 하고, 상실을 애도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시작되었다. 쓰는 행위를 통해 아무것도 되찾을 수는 없다 해도, 모든 것을 경험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는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찾아낸 것만큼 찾고 있는 것에 대해, 얻은 것만큼이나 잃은 것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기억이 존재하는 한 존재와 부재의 차이가 미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_ 30p
어떻게 이런 주제를 골랐을까 싶은 열두 개의 목록은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태평양의 투아나키 섬, 이제는 어디에서고 더이상 목격되지 않는 카스피해 호랑이, 신화 속의 유니콘, 생전에 단 한 채의 건물도 짓지 않고 오로지 폐허에만 매달렸던 건축가 피라네시, 몇 개의 필름 조각으로만 남아 있는 무르나우의 영화와 유령처럼 맨해튼을 떠도는 그레타 가르보, 부분으로만 남아 있는 사포의 시구詩句들, 독일 북부 지역에 있던 불타버린 성, 마니교의 창시자인 마니의 거의 사라진 교리서들, 한때 그라이프스발트 항구를 교역의 중심지로 만들어주었지만 이제는 말라버린 리크 강, 숲속에 자신만의 백과사전을 일군 은둔자, 철거된 공화국궁전, 달과 사랑에 빠져 먼 미래에 달에 살고 있는 월면학자 등, 지금은 사라진 것이 확실한 이 목록들을 통해 저자는 소멸과 파괴의 다양한 현상들에 주목하며 부재자의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책의 이야기는 19세기 중반에 사라진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아나키에서 시작된다. 아무것도 없는 태평양 북동쪽 바다에 자리하고 있던 섬, 1842년 말 즈음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 저자는 자료들을 찾아 그 섬이 존재했던 흔적을 따라가며, 그곳을 향해 먼 길을 항해했던 탐험가들과 그곳에 거주했던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세부적으로 묘사해나간다.
고대 로마의 원형극장을 배경으로 쓴 카스피해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흥미롭다. 빠르기는 활과 같고, 모든 강들 중 가장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티그리스강처럼 거칠어서 이름도 타이거가 되었다는 호랑이. 한때 세계의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되어 동물계를 호령했던 카스피해 호랑이는 1964년을 끝으로 어디에서고 더이상 목격되지 않는다. 저자는 대대적인 포획과 서식지의 소멸, 가장 중요한 먹잇감의 감소가 카스피해 호랑이의 멸종원인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10월에 출간된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은 출간 전에 이미 독일의 유수 문학상인 빌헬름 라베 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매우 이질적인 텍스트들”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책은 서문과 열두 편의 이야기에 정확히 같은 페이지 수가 할당되어 있다. 샬란스키는 그것에 대해 “각 장이 공평한 무게를 갖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밝혔다. 상실과 망각, 기억이라는 주제로 연결된 이야기들에서 작가의 어조는 소재에 따라 다채롭게 변한다. 저자는 저마다의 흔적과 수많은 공백을 남긴 이들에 생생한 목소리를 입혀냄으로써 ‘사라진 것들’에 풍성한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그라이프스발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샬란스키는 책 곳곳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자연스레 드러낸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작가적 성공을 안겨준 『머나먼 섬들의 지도』(2009)와 『기린은 왜 목이 길까』(2011)에서 보여주었던 머나먼 섬들과 구 동독에서의 삶에 관한 허구적 탐구가 이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열두 편 중 네 편이 저자의 일인칭 관점을 취하고 있으며, 그중 두 편은 그녀의 고향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어떤 이야기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도 담겨 있다.
스스로가 “몽타주 작업”이라고 설명한 바와 같이,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기도 한 이 책에서 작가는 잃어버린 것들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다양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살아있다는 건 상실을 경험한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모든 것을 잊는 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아무것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새삼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일상을 벗어나 작가와 함께 낯선 시간과 구석들을 돌다 보면, 세상이 지구본처럼 하나로 보이게 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도 우리가 그것을 기억 속에 담아두기를 원하는 한, 사라진 것은 생기를 잃지 않는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수상 내역
- 2022 카를 아메리 문학상(Carl-Amery-Preis)
- 〈텍스트 & 언어〉 2019 최종 후보(〈Text & Sprache〉 2019, Shortlist)
- 〈포커스〉 베스트셀러(Bestseller in FOCUS, stern und Borsenblatt)
- 2019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Die schonsten deutschen Bucher 2019)
- 2021 얀 미샬스키 문학상 후보(Jan Michalski Literaturpreis 2021, Longlist)
- 2021 내셔널 북 어워드 후보(National Book Award 2021, Longlist)
-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최고의 책(ORF-Bestenliste)
- 2020 이탈리아 스트레가 상(Premio Strega Europeo 2020)
- 남서독일방송 최고의 책(SWR-Bestenliste)
- 2021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2021, Longlist)
- 2021 워릭 여성 번역상(Warwick Prize for Women in Translation 2021)
- 2018 빌헬름 라베 문학상(Wilhelm Raabe-Literaturprei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