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20%가 채 안 된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선 식량안보를 위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 등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다.
이는 2008년 31.3%였던 것에 비해 11.8% 낮아진 것으로, 같은 기간 중국은 102.7%에서 92.2%로 10.5%포인트 하락했으며, 일본은 27.5%에서 27.6%로 0.1%포인트 높아진 것과 비교된다.
“옛날 옛적 어느 고을에 고씨 성을 가진 일가가 살았다.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평화로운 이 고을에 어느 해 모진 흉년이 들었다. 해마다 가을이면 추수한 곡식이 곳간과 건넌방을 채우고 넘쳐야 하건만, 이듬해 씨앗으로 쓸 볍씨조차 남겨 두기 어려운 흉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겨울의 굶주림을 참지 못해 이듬해 뿌려야 할 종자들까지 모두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감자 종자, 고구마 종자 다 먹어치우고 최후의 보루인 볍씨까지 먹어 버렸다. 봄이 왔을 때, 들과 밭에 심을 씨앗이라곤 없었다.
봄비가 내리고, 대지는 싹 틔울 씨앗을 달라고 노래하건만 아무것도 뿌릴 수가 없었다.
절망에 사로잡혀 울부짖던 마을 사람들은 문득 고씨네 일가만은 밖에 나오지 않고 있음을 발견했다.
마을 사람들이 고씨네 집에 가 보니 고씨 일가는 나란히 누운 채 굶어죽어 있었다. 죽은 고씨의 머리 밑에는 볍씨를 담은 자루가 놓여 있었다.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년에 파종할 볍씨는 먹지 않았던 것이다.
고씨네 일가의 죽음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들판에 볍씨를 뿌리고 풍년을 맞이하여 다시 잘 살게 되었다.
이후로 사람들은 마을에 축복을 비는 제사 때마다
‘고씨네’
를 외쳐 부르며 고씨 일가를 기렸다.
‘고씨네’라는 주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래되면서 ‘고시래’로 바뀌게 되었다.”
고씨네 마을 사람들처럼, 내일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존재한다.
자신의 생명을 저당 잡히는 줄 모르는 채 당장 값싼 농산물에 맛 들린 그들은 식량자주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농업이기주의니 비경제적이라고 비웃는다.
반세기를 넘은 평화시대는 굶주림의 공포를 잊게 하여 머지않아 다가올 가공할 식량전쟁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반면, 농업이 아무리 전망이 없고 돈 못 버는 일이라 해도 대지를 지키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거기에 생명이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끝도 보이지 않는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든 뚫고 나가야 하고,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