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흐리다.
사뭇 흐린데도 우산을 쓰고는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서 서울 송파구 석촌동 뒷골목길로 향했다.
평일이면 빙글빙글 돌아가던 이발소 등이 멈췄다. 휴일인가 보다. 굳게 닫힌 문고리, 유리창에 '오늘은 휴무'라는 글짜를 보았다. 허양하고 되돌아 올 수밖에.
오늘 안 되면 내일은 되겠지 나를 위로했다. 옆에 있는 미용실에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고개를 흔들었다. 나이듬직한 여주인이 남자의 머리를 깎아주는데 미용실력이 아무래도 남자보다 떨어지고, 면도도 안 해 주는데도 요금은 오히려 더 비쌌다.
나는 촌늙은이답게 미용실보다는 이발소가 훨씬 낫다.
산적같은 남자 이발사가 면도해 주고, 이발이 다 끝나면 요구르트 한 병도 얻어마실 수 있다.
서울 이발소가 시골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고, 요구르트 한 병까지도 서비스를 하게 되니 나는 자연스럽게 서울로 올라와서 이발했다.
얼마 전까지 시골집에 있었기에 이발할 시기가 지난 탓으로 내 머리카락은 더욱 길어졌다. 머리카락이 길어질 수록 더욱 노인네 티가 났다.
내가 이발해야 할 이유는 있다.
크리스머스 이브가 내 큰아들의 생일이자 첫손자의 돌이다. 손자의 돌잔치를 다음날인 크리스머스 날에 차린단다. 손자의 외할아버지 내외가 대구에서 올라오신단다. 지방대에서 교수직을 한다. 바깥사둔과 악수를 하려면? 서해안 촌늙은이인 내가 꿀리지 않도록 머리카락이라도 단정히 다듬어야 할 터.
몸이 가녀린 며느리는 손녀와 손자를 연연생으로 낳다.
손이 귀한 나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며느리이다.
오늘은 겨울비 내리는 날이다.
나는 서울에서는 할 일이 없다.
그런데도 오늘은 내 방 창문을 열었다.
곰팡이 냄새가 확 스며들었다. 십여 개의 화분에서 나는 흙냄새다.
여러 종류의 키 작은 화초와 작물도 보였다. 화분 속에는 쪽파, 가을감자도 심었기에.
솔직히 말하면 쪽파는 반 줌도 안 되고, 가을감자도 고작 두 포기만 살아 남았다.
그런데도 나는 화분농사 짓는다고 거창하게 말한다. 그렇게 과장해서라도 시골냄새를 가까이 하고 싶다.
베란다와 거실에 있는 늙은 호박를 세었더니만 30개 쯤이다. 내년 6월까지 너끈히 먹을 수 있는 물량이다.
건달농사꾼인 내가 부자인 셈이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시골에 내려가 있다.
아직은 오지도 않은 봄인데도 나는 벌써부터 봄날을 그린다.
내년 농사 지으려고 호박씨도 받았고, 스테비아 씨앗도 받아서 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나중에 텃밭에 뿌릴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
꼼지락거리면서 일할 수 있다는 건강이 무척이나 대견스럽다.
노동의 소중함을 알기에 나는 늘 일하고 싶다. 그것도 성심껏.
몇 년간 고구마 농사를 짓지 못했다.
늙은 엄니를 서울아산종합병원, 지방종합병원으로 긴급하게 모셔야 했기는 나는 병원에서만 맴돌았고, 엄니를 지난해 봄에 땅에 묻고도 후속 처리에 바빴다.
올해에는? 고향 앞뜰과 앞산에 들어서는 일반산업단지 조성으로 나는 많은 산소를 파묘하여 다른 곳으로 이장해야 했다. 이런저런 구실과 핑계로 나는 건달농사인 고구마 농사조차도 짓지 못했다.
고구마. 듬직한 군것질이다. 고향에서 고구마를 더 산다는 계획이 어쩌다보니 시기를 놓쳤다.
오늘같이 비 내리는 날, 입이 궁금한 날에는 무엇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주방 뒷편에 있는 앵두 단지 뚜껑을 열었다. 몇 해 전에 설탕가루 부어서 발효시킨 앵두를 두 수저로 떠냈다.
지난해 가을에 모과를 잘게 썰어 설탕가루 부어 둔 모과 건더기도 건져냈다.
냉장고 안에서 우유를 꺼내 딸고, 미숫가루를 썪고는 슝늉도 조금 부었다.
나한테는 훌륭한 입정거리다. 달작지근한 맹두 맛과 향끗한 모과 향이 난다. 구수한 미숫가루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비 내리는 날이기에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일까?
내가 시골 텃밭에서 직접 가꾼 앵두나무와 모과나무에서 딴 식재료이다.
이런 재미로 시골에서 텃밭농사를 짓는가 보다.
그래서 아직은 오지도 않은 봄날을 미리서부터 기다리는 것이겠지.
어둠이 깔린다.
베란다에 나가서 여러 개의 알로에 화분을 들여다 보았다.
올봄 성남 모란시장에서 사 온 알로에는 잘도 크고, 새끼도 잘도 쳐서 지금은 예닐곱 개나 증식도이었다. 알로에의 큼직한 줄기를 쓰담으면 두툼한 살이 만져진다. 넉넉하고 풍부해서 그냥 좋다. 튼튼하고 생명력이 강해서 좋다. 나같은 건달 농사꾼, 엉터리 농사꾼한테는 키우기가 무척이나 쉬운 다육식물이다.
어제 알로에 하나를 분갈이 했다.
싱싱해서 안심이다.
이렇게 번식 잘 되는 것도 조금은 걱정이다.
내 성미에는 자꾸만 번식시키려고 할 터. 개체수가 늘어나면? 서울 도시 아파트에서는 다 키우기가 좀 그렇다. 누구한테 그냥 나눠 주어야 하는지 벌써부터 고민거리가 생겼다.
지금도 거실 TV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청문회를 지속한다.
8,000억 대의 최순실 재산형성에 관한 청문회.
청와대의 실세였던 우병우도 답변한다.
국가 최고권력자와 푸른기와집의 공직자들이 뒷배를 봐주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촌에서 흙 파 먹고 사는 두더지인 나하고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준재벌기업의 국정농단이다.
이 정경유착의 고리에 얽힌 추악하고 지겨운 뉴스는 언제까지 지속되려는지.
최근혜일까? 박순실일까? 성씨가 뒤바뀐 이름이 인터넷에서 검색될 만큼 국가의 위신이 추락했기에
덩달아 나같은 촌늙은이도 기운이 빠진다.
비 내린다.
겨울비 내리는 날에는
기분도 울울하고.
2.
거실에 나가니 주방 가스렌지 위에는 커다란 스텐냄비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며 구수한 냄새도 난다.
뚜껑을 열어 펄펄 끓는 속을 내려다보니 산뽕나무 뿌리와 망개나무 뿌리가 있다. 시골에서 가져 온 음료수 식재료.
시골집 앞마루 위에서 말리던 식재료인데 아내가 조금 집어왔나 보다.
텃밭에 산뽕나무를 심었더니만 이게 자꾸만 번진다.
뽕(과실)을 새가 따다가 밭 여기저기에 떨어뜨려서 싹이 트고, 망개나무 뿌리는 올봄 산소 이장하면서 포클레인 기사가 잔뜩 캤다. 아내가 조금 얻어왔기에 내가 칼로 다금어서 햇볕에 널었다. 마른 뒤에 마루에 올려 놓은 것일 뿐. 이런 차 재료를 만드는 데에는 나는 한푼도 안 든다.
시골에서 살면 불편한 것이 무척이나 많다.
그런데도 때로는 도시생활에서는 모르는 삶의 지혜와 재미도 더러는 있게 마련이다.
시골생활의 불편함은 무엇일까?
내 고향 읍내에는 커다란 담수호가 있어서 상수도가 8개 시군에 퍼져 나간다. 그런데 현지의 산골 마을은 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아서 지하수를 모터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야외모터가 얼게 마련이다.
일전 서울 올라오면서 나는 야외 모터의 물을 모두 빼내야 했다.
내년에는 상수도를 설치해 줄까?
불편한 것이 또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윗옷을 벗었다. 런닝바람이다. 그만큼 도시 아파트의 실내온도는 따뜻하다.
그런데 내가 시골집에 있다면? 속내복 입고, 곁옷을 껴입고는 심지어는 털모자를 쓰고서야 부엌방에서 책을 볼 게다. 보온시설이 미비한 옛날집이기에 더욱 그랬다.
3.
28개월째인 손녀가 제 할미하고 논다.
내 방안에 들어와서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사프펜을 뽑고는 흰 종이를 달라고 가리킨다.
A4용지를 내주면 방바닥에서 둥그렇게, 길죽하게 그어 선을 연결하고는 '아빠, 아빠'한다.
저 어린 것도 며칠 전에 떨어진 제 아비의 형상을 종이 위에 그리는가 보다.
오늘 밤에도 칭얼거릴까?
'아빠는? 언제 와?, 엄마는? 주니는?' 하며 제 식구를 기다린다.
아파트 현관의 문소리에도 귀를 기우리고.
주니, 준이다. 이제 이틀 뒤에는 첫돌이 되는 동생이다.
나한테는 첫손자이고.
'고모, 비 와, 우산 쓰고 가.'
이게 28개월짜리 아이가 할 말인가?
'천재 낳았어요'라고 호들갑 떠는 큰딸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다 그랬어. 어린아이들은 누구나 다 천재다.'
그것을 모르는 부모가 있을 뿐.
2016. 12. 22. 목요일. 곰내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곰내 님. 시골생활이 참 잘 맞으시나 봅니다. ㅎㅎ 오늘은 일이 좀 한가해서 일하면서 계속 삶의 방에 머물러 있네요. 바쁠 땐 꼬리글 달기 힘든데 오늘 찬찬히 읽어 봅니다. 글 솜씨가 참 좋으시네요.ㅎㅎ 앵두주 모과주 한잔 씩 드시고 행복한 오후 맞으세요.^^*
댓글 감사.
요즘에는 물앵두 심은 집이 별로 없겠지요.
그 자잘한 과실을 누가 먹을까요?
모과나무 수십 그루 심었으니 앞으로는 더욱 많이 따겠지요.
묘목도 잔뜩 남았는데...
시골이라면 어디쯤 인가요?
풍요롭고 여유있게 보여 부럽기도 합니다.
중부서해안.
풍요로운 곳은 아니고요. 제가 그렇게 산다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느리고 더디게, 풀벌레처럼 살고 싶다는 뜻에서 이런 잡글을 썼지요.
실상은 아무 것도 아닌, 구질구질거리는 촌구석 이야길 뿐이지요.
댓글 달아주심에 감사.
고향 내려가거거든 겨울바다인 어항에 들러봐야겠습니다.
시야가 툭 터진 바다 저너머에서 불어오는 갯바람도 쐬고 싶군요.
욕심을 덜 내도 살 수 있는 촌이지요.
첫 손자의 돌 날을 기다리며 보내는
소소한 일상이 무심하게 펼쳐지지만
그게 행복이라고 넌즈시 알으켜 주시네요.
세살짜리 손녀가 천재라고 소리치는 따님의 말에
저도 픽~ 웃읍니다. 왜냐하면 저의 외손자눔이
세살 때에 눈이 오는 날 대문 밖에 데리고 나갔는데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눈을 치우는걸 보고
저기 아저씨가 눈 치운다... 또박 또박 이렇게 말하는데
전 그날로 이 애가 천재까지는 아니라도
영재가 나왔다고 흥분했었지요.
아니 어떻게 그런 문장을 구사 할수가...?
이 애는 틀림없이 대단한 문장가가 될꺼라고.ㅎㅎ
그런데 그눔이 내내 반에서 꼴지로 3등 안에 들더니
올해 수능을 보았는데 역시나 한숨만 푸욱~ ^*^
님의 경우에는 그랬군요.저는 미리서부터 휴우 한숨 내쉬는 연습을 해 둘까요?
어린아이들의 지적성숙은 무척이나 빠릅니다. 그것을 어떻게 부모가 지속적으로 키워주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이겠지요.
정말로 천재란 부모의 가르침이 없어도 전혀 엉뚱한 순간에 발산하겠지요.
저는 그냥 평범한 아이, 타인을 배려하고,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아이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작은 것으로도 행복을 갖는 소시민이 되었으면 합니다.
유난스럽게 잘난 사람들치고는 삶이 힘든 경우도 많겠지요.
님의 외손자... 수능시험에 문제점이 많았나 봅니다.
수능시험이 아닌 다른 분야에는 더욱 특출할 터.
참하고 성실한 청년일 겁니다.
@곰내 이 눔은 공부 빼고는 나무랄데가 없답니다. ㅠ
자타가 공인하는, 얼짱 몸짱 힘짱이지...
동네 어른 아이 할것없이 인사성 밝고
매너 좋다고 칭찬이지.
거기에 가장 큰 장점이 자신이 공부를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뻔뻔함의 극치를 이룬다는것.ㅎ
부모의 속은 타는데 그눔은 천하태평...
참 세상에 자식 농사가 가장 어려운것 같읍니다.
@은숙 걱정 안해도 되겠네요. 인간성, 사교성이 밝다면유.
저도 사실은 고교시절 60여 명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 했습니다.
그런데 먼 훗날... 누가 저한테?... 사람은 늘 변하게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학교수업 그 자체가 문제일 겁니다.
저 고백하는데요. 수학 징그럽게 못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취직시험 볼 때 수학문제를 공식대로 푸는 게 아니라 어떤 느낌/ 깜으로도 풀 수 있어요.
외손자의 기를 꺾지 말고 키워 주세요.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특유의 기질과 재능이 있을 겁니다.
사회성이 좋다는 거 그거 큰 자산이며, 가치이거든요.
뜨거운것에 데이면 얼릉 알로아 잎 따서 자르면
그안에서 나오는 액을 바르면 효과가 아주 좋아요
또 호박도 밥에 넣어먹고 된장찌개에도
또 생선 조림에도 넣어드세요 맛있어요 ㅎ
데었을 때 알로에 줄기의 속 즙을 짜서 상처에 바르라는 정보에 감사.
그런데 왜 뜨거운 것에 데어야 하죠? 그거 데일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즙 내서 식용하는 방법을 더 연구해야겠습니다.
호박 먹는 정보에는 꾸벅꾸벅...
제가 농사 지었으니 제가 밥 대신에 호박국을 무한정 먹지요.
뱃속이 참으로 편하대요.
댓글 감사.
@곰내 난 어쩌다가 실수로 데이면
집안에 혹시라도 응급약이 없을때
알로아가 좋타고 말씀드린것 뿐인데요
왜 뜨거운것에 데어야하죠 하시면 ㅎ
또한 호박이 많타고 하셔서
내가 아는 요리 조리 먹는 방법 을
쓴것뿐인데요
@가시장미 ㅋㅋㅋ.
낚였군요.
알로에를 내년에 더 잘 증식시킬 께요.
싱싱해서 재배하기가 참으로 쉽대요. 저는 생명력이 강한 것을 더욱 좋아하니까요.
호박도 그래요. 평범한 식물인데도 재배하기 쉽고, 활용하기가 참으로 많은 식량식물이니까요.
또 좋은 정보 알려주실 거죠?
선배님 이번 모임에 참석 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아니 이발소요금이 서울이 더 싼가요? 그거 참 희안하군요. 현재 이용하고 있는 이용실은 18년째 다니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2,000원, 지금은 7,000원 입니다. 주인은 한번 바꿨구요. 난 시골에 가고싶어도 농사경험이 없어 불가능하고 집사람도 반대를 하겠지만 현재 생활과 달라 불편할 것 같습니다. 귀향을 하신 곰내님이 너무 부럽습니다.
예, 분명히 서울 송파구의 어떤 이발소가 더 쌉니다.
거기에다가 요구르트 하나도 서비스 하고요.
님은 7,000원. 무척 저렴하군요.
저는 10,000원으로 머리 깎는데..
시골생활은 아예 생각하지 마셔요.
나중의 일을 생각해 보면... 부부라는 게 항상 함께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나이들수록 아프고, 아프면 가까운 병원 찾아야 되고, 나중에는 짝을 잃어야겠지요.
짝 잃은 뒤에 혼자서 살 것인가요? 혼자서 거동하며 살 수 있을까요?
시골에서 전원생활한다면 아주 작고 적게끔 투자하고, 쉽게 정리하고 떠날 수 있다는 조건이라면 권할 수도 있겠지요.
저야 원래 고향이었으니까 자연스럽게 귀향한 것에 불과하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답글 감사.
자다가 자다가 도저히 자지 못하고는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습니다. 시원하고 차가운 바람이 23층 아파트에도 스며듭니다.
후덥지근한 방의 온도에 짜증이 났지요. 아마도 늙은 아내가 나 모르게 실내온도를 높힌 모양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온도에 적응하려는 나와 인위적으로 온도를 조율하려는 아내의 차이이겠지요.
서울이 지루한 탓이겠지요.
미안하기도 합니다. 남들은 춥다고 방안 실내온도를 돈 들여서 올렸는데도
저는 지금 덥다고 짜증을 내며, 잠 못이루고는 일어나서 이런 댓글을 달아야 하다니...
날이 밝으면 제 기분이 낫겠지요.
댓글 거듭 감사..
바깥나들이 정보에 감사.
물앵두는 못봤어요 물론 맛도 ㅎㅎ
겨울에 농산물로 둘러 싸인 집안에서
천연재료의 차를 마시는 느긋한 곰내님의
모습이 평화로이 느껴집니다
젊을 때 저가 그리던
노년의 자화상 이신 곰내님
그렇지만 저는
노년이 찾아온 지금도 이렇게 허청거리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안주하지 못한 마음과 몸으로
갈망만 크게 키우고 있답니다
요즘
님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서
위로를 삼습니다 ㅎㅎ
물앵두는 5월 말에, 양앵두는 6월 말에 열리지요.
양앵두가 훨씬 맛이 달지요. 아쉽다면 쉽게 물르고요. 양앵두는 알이 작고 맛은 시크름하고, 단단해서 보존기간이 조금 더 길지요.
잡글인데도 읽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하늘이 흐리네요.
흐린 날에는 저도 덩달아 기분이 차악 가라앉지요.
저는 몸뚱이가 햇볕을 쬐야만 사는 광엽성 피부를 가졌나 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군중(群衆)속의고독(苦獨)이라고 새삼 몸은 서울에 와 있지만, 그래도, 친근함이 묻어나는 시골 생활을 그리워하는 흙냄새. . . . .
소박한 글솜씨가, 내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지는데로 스크린이 스쳐가듯, 꼭 영화를 보고 나온느낌이 드네요.
제입장에서는 모르긴해도 불편함도 생각하기나름인것 같고요,
가만 있는것보담 근육을 움직이는게 어쩜 즐거움이 아닐까요? ㅎㅎ
공기좋고 새소리나는 시골생활이 정말 부럽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불편함이 길들여지면 그게 훨씬 안온하다는 님의 댓글에 빙그레 웃습니다.
예 그렇지요. 산자락 밑에 있는 옛집 오래된 함석집이기에, 주위가 온통 나무로 가득 찬 집이기에 새들이 많이 날라오지요. 산과는 직선거리가 100m.때로는 고라니가 뛰어들고... 채소와 화초들은 고라니가 뜯어먹어도 좋은 곳이지요.
때로는 그들이 주인이기도 하고요. 저야 뭐, 심어는 놨으되...
간밤, 서울 아파트 방바닥이 후덥지근해서 잠을 설쳤습니다.
시골집에서는 흙벽집이라서 위풍이 세어서 이마가 시려워서 털모자를 쓰고, 이불을 머리까지 뒤짚어서 써야만 잠 자는데도 이게 편안한 잠이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찬찬히 더 의미하며 새겨서 읽겠습니다.
평범한, 소소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이 참 좋습니다~
사실 우린 이런 별 거 아닌듯한 거에 목마른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 저것 직접 지으신 양식이풍성한 부자시네요
건달농사꾼이지요.
돈 한푼도 안 생기는 그런 엉터리 농사꾼이지요. 비료 안 치고, 농약 안 쳐서 고추 심어놓고는 세수대야를 밑에 놓고는 고추대를 흔들어서 벌레 잡는 그런 농사꾼이지요. 정말로 못생긴 것들만 수확하는 '무늬만 농사꾼'이지요. 오늘 아침 밥상머리에는 돼지감자 깍뚜기와 결구 안 된된 배추 잎을 고추장 찍어서 밥 먹었습니다.
'꼬습다'라는 게 입에 발린 말입니다. 애기 손바닥만한 배추잎이 정말로 꼬습지요.
베란다에 화분 몇 개 놓고는 채소농사 짓는다고 온통 떠벌리는 그런 농사꾼입니다.
'작은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는 얼뜨기 농사꾼이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댓글 다신중에 어항을 보시며 겨울바다의 그림을 연상하신다니...참 행복하신분일꺼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님의 닉이 부럽습니다.
한빛이라...
많은 뜻을 지닌 닉이네요. 햇볕을 유난히 좋아하는 저한테 빛이란 참으로 소중하지요.
귀 어둡고, 눈 어둡고, 행동도 어리뚝한 저한테는 밝은 빛은 참으로 고맙지요.
님의 댓글로도 저는 빙그레 웃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