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았음 미루다 미루다 못썼을.... 하지만 오늘은 갑자기 시간이 아주 많이 나는(?) 관계로...^^;;
지난 5월 28일 다녀온 제주 트레일런 60K 주 후기를 적어 봅니다~
제주도 트레일런과의 첫 인연은 지난 2017년이였나, Trans Jeju 100K 참가였습니다.
한라산과 그 둘레길 100K를 도는.... 고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주로가 뽀쪽한 현무암 돌맹이들로 덮혀 있어서 아주 힘들었던...
목포마라톤클럽 | 2017년 10월 14일 트랜스 제주 울트라 트레일런 100km - 2 - Daum 카페
두번째 대회는 2019 울트라마라톤연맹주관 제주국제트레일런 80K.
제주시 출발, 한라산, 윗세오름을 올라 서귀포로 골인하는 코스로, 춘삼월에 산정상에서 아무런 방한 장비 없이 갑작스런 눈보라를 만나 조난까지 떠올리게 했던... 기억에 오래 남은 대회. ㅎ
목포마라톤클럽 | 2019년 3월 9일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 (트레일런80K) - Daum 카페
그리고 작년, 목포철인팀들과 함께 간 제주라이딩에서 자전거를 못타는 관계로 선택한 ㅋ 제주 60K ㅋ무지원 단독주.
제주항에서 관음사 코스로, 성판악으로 내려와 숙소가 있는 함덕 해수욕장까지~ 갓길이 없고 그늘이 없어 힘들었지만,
혼자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고, 해발 0m 바닷가에서 1952 m 한라산 정상까지, 그리고 해발 0m 로 내려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올해 다시 도전하기로 합니다.
출발은 작년과 동일하게 목포항에서 토요일 새벽 1시 배를 타고 시작.
제주항 도착 1시간 전인 새벽 5시에 일어나 장비를 갖추고 이른 아침을 먹습니다. 오늘 아침은 집에서 준비해간 얼린 찰밥 2덩어리와 컵라면. 간단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성판악 휴게소까지는 대략 33km (제주항-관음사 13km, 관음사-성판악 20km), 대략 6시간 예상하기에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합니다.
아침을 어느정도 먹었을 무렵, 붉은 아침해가 제주항 너머로 떠오릅니다.
아, 멋지.... 아씨, 오늘도 무지 덥겠구나~ ㅠㅜ ㅋㅋ
제주항 초입에서 일행들과 헤어져 천천히 달리기 시작합니다.
작년과 같이 탑동 광장 앞에서 좌회전, 대로를 따라 516 도로까지 계속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아 천천히 달릴만 합니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 대략 6분 중반대 페이스.
작년에 이 구간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목포 출발전 그리고 배 안에서 술 한잔(이라고 쓰고 폭음이라고 읽음 ^^;;)을 했던 것이 더운 날씨와 겹쳐 아침부터 탈수 현상이 있어 나중에 한라산 중턱부터 물이 부족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해서 이번에는 전날 술을 조금(?) 줄이고, 물을 500m 두 통에 넉넉히 담아 준비했으며, 관음사 휴게소에서 물 한 병을 추가로 구입하기로 합니다.
제주도에서 처음 만나는 더없이 청명한 날씨에, 제주시가지를 벗어나자마자 손에 잡힐 듯 또렷한 한라산 정상이 주자를 반깁니다.
관음사 휴게소에 들러 물 2병을 구입, 한 병은 반쯤 비워진 물병을 채우고, 다른 한 병은 배낭에 챙겨 넣습니다. 다음에 이 코스를 온다면, 굳이 출발부터 무겁게 2병을 가지고 올게 아니라 1병이면 충분, 나머지 2병은 휴게소에서 채워야 겠습니다.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 도착하니, 정확히 8시 정각. 6시 5분에 출발했으니 대략 2시간 걸렸네요~ 원래 계획보다 다소 늦었습니다. ^^;; 사전에 미리 예약한 탐방로 QR 코드를 보여주고 한라산에 오르기 시작합니다. (성판악, 관음사 코스는 사전에 반드시 탐방 예약을 해야만 등산이 가능합니다. 저도 늦게 예약을 알아봤다 자리가 없어 나중에 다른 사람 취소분으로 간신히 예약.)
관음사 초입 돌밭길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상쾌하고, 시원하고, 조용하고~ 딱 나무 육교가 나오기 이전까지만...ㅎㅎ
급격한 계단으로 이어지는 나무육교 이후, 삼각봉까지는 등산객들의 땀을 꽤나 흘리게 합니다. 스틱을 가지고 갔다면 훨씬 수월했을텐데, 훈련삼아 스틱없이 갔더니 몇 번이나 멈추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삼각봉에서도 사진 한 장만 빨리 찍고 바로 출발, 정상으로 향합니다.
용진각 다리를 건너면서 백록담까지는 무수한 계단으로 이어집니다. 올해는 꼭 몇 계단인지 세어봐야겠다 했는데...
1500까지 세고 포기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바로 전에 세었던 숫자가 기억나지 않는..ㅋㅋ 아마 2000 계단 이상일 것 같습니다.
담에는 꼭 세어봐야지..ㅎㅎ
관음사 출발한지 정확히 2시간 30분만에 정상에 도착합니다.
예전 최고 기록은 2시간이였는데, 스틱을 사용하지 않아서(응, 알어), 날씨가 너무 좋아 사진 찍느라(응, 그래) 사실은 살이 쪄서 30분 늦었습니다 ㅋㅋ
이제 정상석 사진도 찍었으니 비어가는 물통에 물 한병 채우고 하산합니다.
늘 그렇지만 성판악 하산 코스는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하게 합니다. 목숨을 무릅쓰면 달리기 더없이 좋은 코스!ㅎ
신나게 쏘다가, 마주오는 아름다운 금발 아가씨에게 한눈이라도 팔라 치면, 바로 식은 땀이 쭈욱 나는.... 위험한 구간. ㅎㅎ
저도 몇 번 넘어질 뻔 한 걸 간신히 넘겼습니다. 절대 한 눈 판 건 아닙니..... 오히려 마지막 3.3K 구간이 달리기 더 좋음에도 불구, 무척 지루하게 느껴져 속도가 잘 나지 않습니다. 정상 출발 1시간 40분 후 성판악 휴게소 도착. (개인 최고 기록보다 10분 늦었네요). 관음사-성판악 총 4시간 10분. 나름 선방했습니다. ^^
아 그런데 이 곳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출발한지 벌써 6시간이 넘어 이제 보급이 간절히 필요한 주자가, 그처럼 고대했던 "성판악 휴게소"가 보이질 않습니다! ㅠㅜ
휴게소가 있어야 할 자리엔 빈 공터만 덩그러니... 없어졌다는군요 ㅠㅜ (다시 지을 계획도 없답니다 ;;) 물도 이제 반 병 남아 보충이 시급한데, 주변 셜치된 자판기는 카드가 안되네요 ㅠㅜ. 10여분,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때아닌 구걸을.... "아저씨, 500원만..."
트레일런 경력 5년에 날씨와 코스땜에 힘든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자판기땜에 위급해 보긴 또 처음입니다. ^^;;
나중에 알고보니 주변 주차장 매표소에서 잔돈을 바꿔주더군요... 저 커다란 자판기에 이온음료나 콜라가 있었으면 더 도움이 되었을 텐데 다 물밖에 없습니다. (그럴거면 1~10 선택 버튼을 왜 만들어 논 건지...ㅠㅜ).
물 두 병을 뽑아 물배(?)를 채우고, 작년 기억으론 10키로는 더 가야 나오는 편의점으로 서둘러 향합니다.
비자림이 끝나고, 그늘이 없어 땡볕을 오롯이 온 몸으로 받는 구간. 빨리 지나가자 싶어 좁은 갓길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연히 나는 아닐꺼라 생각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데, 그 목소리가 갈수록 다급하고 커 집니다. 뒤를 돌아보니, 복장은 러너 복장이 아닌데, 열심히 이쪽으로 달려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주도 현지인들도 잘 안 다니는 구간이고, 관광객은 더욱더... 날 아는 사람을 이곳에서 만날 확률은 더더욱 희박한데...
"목포마라톤 회장님~?!?!?!"
세상에나, 만상에나... 내가 아는 사람이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 황국주 회원, 아니 친구 먹기로 했으니 국주 친구다! ^^
대박, 이런 인연과 우연이~! 나랑 비슷한 시기에 제주 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제주 도착해서 전화 통화도 했는데, 이 인적 없는 시골길에서 만나다니.... 정말 대단한 우연이다~! 차를 타고 이 길을 지나다 날 알아보고 내려 달려 왔단다...ㅎㅎㅎ
너무 반갑고 신기해서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목포에서 다시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마침내 교래리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나머지 15키로를 열심히 달려 목적지인 함덕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내년엔 꼭 동반주를 해야 겠다~ ^^
첫댓글 You have a lot of stamina and spirit
amazing!
정말 반가웠어! 그리고 찍어준 사진도 고마워~ 매번 혼자 가다보니 누가 달리는 모습 찍어준 건 처음이네~^^
회장님의 후기는 늘 부럽고 재밌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언젠간 제주도 한번 같이 가서 달리셔야죠? ^^
멋진 트레일이었네요. 저도 '17년 제주트렌스 참가해서 고생 많이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앗, 그럼 저랑 같이 달리셨겠군요~ 초반 단체로 알바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ㅎ
채회장님의 후기는 늘 열정이 담겨있어서 부럽고 좋아요.
수고많으셨어요 ~
형님이랑도 제주도 함 같이 가야되는데~ 올 가을 Trans 제주 같이 가시게요~^^
와. 글만 읽어도 같이 동반주 한 느낌이네요 ^^
한마디로 대단하고 멋집니다
ㆍ회장님🏃♂️👍👏
누구나 할수없는일^^
수고했습니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