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을 떠나 미국 뉴욕을 찾은 것은 레바논 내 시아파 무슬림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안전하다고 믿게 하려는 술책이었다고 고위 이스라엘 관리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28일(현지시간) 털어놓았다. 네타냐후 총리의 유엔 연설 역시 총리가 나라를 비운 사이 그렇게 절박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나스랄라가 믿게 하려는 의도의 “시선 흩뜨리기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나스랄라는 네타냐후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으로 믿어지며 "그 때 이스라엘 공군기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그 관리는 주장했다. 그 관리는 이어 "네타냐후는 유엔 연설을 하기 전에 공격 계획을 승인했다”면서 공격 시점에 나스랄라가 문제의 건물 안에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한동안 확인도 부인도 안했다. 이 사실을 굳게 믿은 이란은 그가 "좋은 건강 상태"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헤즈볼라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8시쯤에야 나스랄라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하는 연설을 한 지 몇 분 만에 공격이 시작됐다. 베이루트 남쪽 근교 데히야의 한 건물 깊이 20m의 벙커 안에서 회의를 열었는데 이스라엘 공군기는 무려 80t의 폭탄을 떨어뜨려 벙커를 무너뜨려 나스랄라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한 어조로 이스라엘은 "우리의 모든 목표들이 충족될 때까지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키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각국 대사들에게 설파했다. 그의 연설에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와 헤즈볼라의 21일 휴전을 달성하겠다는 미국 주도의 평화계획에 대해 언급이 거의 없었다. 그는 "우리는 북부 국경에 또아리를 튼 테러 부대가 또다른 10월 7일 스타일의 학살을 관철하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밤 유럽연합(EU)의 외교 수장은 미국을 포함해 어떤 열강도 네타냐후를 저지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호제프 보렐은 네타냐후 총리가 서구의 지원이 있던 없던 가자와 레바논을 짓밟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외교적 압력을 끌어모아 휴전에 이르게 하는 것인데 누구도 네타냐후를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가자에서도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그렇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놓았다.
같은 날 밤에도 이스라엘은 베이루트 공습에 추가로 나서 베이루트 남쪽 여섯 근교의 헤즈볼라 무기 저장고 등을 타격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오후 미국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영상 연설을 통해 "나스랄라는 이란 '악의 축'의 중심, 핵심 엔진이었다"라며 "이스라엘, 미국, 프랑스 등 국민을 대거 살인한 이에게 보복했다"고 말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와이넷 등 이스라엘 매체들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스랄라에 대해 "그는 단순히 이란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이란을 움직이게 만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부 주민을 안전히 귀환시키고 역내 힘의 균형을 바꿔놓는 등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헤즈볼라에 대한 강한 공격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나스랄라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라는 결론에 이번 주 초 도달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스랄라가 만일 살아있다면 헤즈볼라의 역량이 빠르게 회복됐을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제거) 명령을 내렸고 나스랄라는 더는 우리 곁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 중인 자국 인질들의 귀환도 나스랄라 사망으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년 전 10월7일 우리를 공격한 적들은 이스라엘이 파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역사적인 전환점에 이른 지금은 위대한 날들"이라고 자평했다.
이날 텔아비브의 IDF 본부를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향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CNN 방송에 따르면 그는 "아야톨라 정권에 말한다. 누구든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그들을 때릴 것"이라면서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으며 오늘 여러분은 이것이 얼마나 진실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적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우리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인질들을 되찾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그들을 잠시라도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