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극장 - 맞수]10회 방송내용 ▣ 방송일시: 2005. 11. 7(월) ~ 11. 9(수) 밤 9시 30분 ▣ 부 제: “나이스 킥, 아빠의 청춘”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지난 10월 15일과 16일. 강화도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계의 양대 숙적,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 간의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두 자동차 회사가 자사의 자존심을 걸고 출전한 경기 종목은 다름 아닌 족구. TV를 통해 중계 방송되는 메이저급 스포츠 종목도 아니고, 마을 공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언뜻 보기엔 단순한 게임...그러나 1m 높이의 그물 네트를 사이에 두고, 350g 작은 공을 발로 차서 승부를 가르는 선수들은, 여느 스포츠 선수들 못지않은 뛰어난 기량과 흥미진진한 게임을 선보인다.
이 날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은 프로 선수들이 아니다. 이들은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우리 경제의 최 일선에서 피와 땀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 가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다. 빠듯한 월급으로 가계 살림 꾸리기도 어려운 이들...이들은 왜 오늘 경기장에 서는가. 돈도 없고, 명예도 없다. 그런 그들이 왜 밤샘 작업을 하고도 족구 연습을 위해 운동장에 서는가. 주말이면 가족들과 꽃구경, 단풍구경 한번 마음 놓고 가보지 못한 월급쟁이들. 이들은 왜 기름 묻은 작업복 대신 운동복을 입고 코트를 달리는가.
결코 지치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우리시대의 아버지들. 그들은 달려야 한다. 가족을 위해서, 직장을 위해서, 동료들을 위해서...언제나 열정적이고 패기 넘치는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족구공을 들고 운동장에 선다는 이 시대의 가장들. 그들은 결코 질 수가 없다. 이겨야 한다.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자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이들은 오늘도 코트를 달린다.
혈맹의 각오로 출전하는 우리시대의 아버지들....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치르게 될 이 첨예한 라이벌 전에서, ‘승리의 여신’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 제1부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주최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 치열한 접전 끝에 결국 두 팀이 결승전에 올랐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와 대우 자동차...자동차 업계에서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두 맞수가, 코트에서 숙명의 라이벌 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8년째 우승을 거머쥐며 족구계의 최강팀으로 불리는 현대자동차. 수비와 공격력을 두루 겸비한 이 팀의 주장 여 상수 선수는, 오늘도 울산 공장 도색공정에서 일하며, 쉬는 시간 틈틈이 족구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몇 년 전 수원공장 더 좋은 부서로 이동할 기회가 주워졌을 때도 그는 극구 사양했다. 족구 때문이었다. 아이들 교육상 수원으로 가고 싶어했던 그의 아내는, 남편의 결정에 반대했다. 이혼 얘기가 나올 만큼, 부부사이에는 위기감이 돌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울산에 남았고, 족구 팀의 맏형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해 반, 포기 반...이제는 누구 못지않은 남편의 팬이 된 아내. 그 아내의 지지를 받으며 그는 오늘도 늦은 밤까지 아파트 공터에서 연습을 한다.
같은 시각 인천의 대우자동차 공장. 대우자동차 팀을 이끄는 노장선수 김해수 선수는 야간근무 중이다. 그가 맡은 업무는 자동차 출고 마지막 단계에서 최종 점검을 담당하는 일. 엔진 소리만 들어도 뭐가 문제인지 알아맞힐 수 있는 베테랑이다. 8시간 꼬박 밤을 새고도 새벽 연습에 몰두하는 김해수 선수, 점심시간에도 연습은 늦추지 않는다. 주워진 1시간 중에서 10분 내에 빨리 밥을 먹고, 공장 한 켠 공터에서 연습에 몰두한다.
그러던 어느 날...선수 중 한 사람이 불만을 토로했다. 작업만으로도 벅찬 일정에서 대회를 앞둔 연습 일정이 무리였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팀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것 또한 이 팀의 맏형 김해수 선수이다. 김해수 선수를 후배들을 이끌고 공장 근처 다리아래에서 연습에 몰두하는데....어느 날 김선수는 연습 도중 슬그머니 코트를 빠져 나온다. 그가 간 곳은 동네 정형외과. 의사 앞에 다리를 내 보이는 김해수 선수...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대회를 코앞에 앞둔 시점...그를 대신해서 뛰어줄 선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대우 자동자 팀은 경기에 무사히 출전할 수 있을 것인가.
>> 제2부
병원을 찾은 김해수 선수...진단결과 무릎 연골이 늘어났다는 소견이 나왔다. 더 이상 운동을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의사의 의견. 그러나 김해수 선수는 뛸 수 있다고 자신한다. 뛰어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각오를 다진다. 그의 집에는 아들, 딸 남매가 있다. 그는 늘 이 아이들에게 강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가 족구를 하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다. 이제 심판을 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그는 늘 일선 선수로서 운동장을 달리고 싶다. 아직은 물러 설 때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병원에 다녀 온 그 날...그는 밤늦도록 후배와 작전을 짜며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다음 날 새벽,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펄펄 끓는 용광로 앞에서 일반 근로자들의 족구 게임이 한창이다. 이렇게 이 공장에서 족구는 팀웍과 건강을 다지는 대표적인 스포츠가 되었다. 그날 오후. 현대 자동차 팀 유호근 감독에겐 비상이 걸린다. 자동차 부품 중에 불량품이 생기면서 생산 공정에 마찰이 빚어졌던 것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사태 수습에 나서는 유호근 감독...경기장에서도 철저하게, 생산 현장에서는 더욱 철저하게...그들이 바로 우리 시대 가장들의 모습이다. 그날도 현대 울산공장에서는 야간 밤샘 작업이 이뤄지고... 그 늦은 밤에도 선수들은 공장 한 켠에서 족구 연습이 한창이다. 그렇게 일과 연습으로 밤을 지새운 새벽. 현대 자동차 선수들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제 경기를 앞두고 강화도로 출발한 것이다.
그날 오후...대우 자동차 선수들은 시장 보기가 한창이다. 쥐꼬리만한 월급 중 일부를 떼어 사비로 팀을 운영하는 실정. 알뜰살뜰 시장을 보고, 회사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대우 팀도 출정식을 가졌다. 드디어 강화도 게임이 열릴 운동장. 그러나 운동장엔 아무것도 없다. 내일 게임을 앞둔 선수들이 경기장 선을 그리고, 네트를 세우고, 관람석을 만든다. 경기장을 준비하느라 벌써 달이 뜨고...허름한 여관방에서 내일의 경기를 기다리는 선수들...그것이 열정 하나로 코트를 달리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현실이다.
다음날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고...대우자동차의 예선경기. 이번에 신입선수를 영입하며 공격력을 강화한 대우자동차는 경기의 흐름을 이끌며,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는데...그러던 중 돌연 돌발사태 발생.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던 조용수 선수에게 엘로우 카드가 떨어진 것이다. 그는 대우자동차의 주전선수...과연 대우자동차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제3부
조용수 선수의 엘로우 카드에도 불구하고 대우 자동차 팀은 공격력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치며 예선을 무난히 통과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다른 팀에서는 다크호스로 떠오른 대우자동차의 기량에 놀라고 있었다. 현대 자동차 팀에서도 자신들이 결승전을 치를게 될 강력한 맞수가 나타났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드디어 결승전.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됐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 자존심을 건 맞수들의 한판승부가 펼쳐진다.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과 아내, 패배를 안고 그들에게 돌아갈 수는 없다. 회사에게 기대하고 있을 동료들 그들에게 꼭 승전보를 건네주어야 한다. 선수들에게 있어서 이번 경기는 족구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가장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계의 직원으로서 명예와 자존심을 건 승부였기 때문이다. 처음 1세트는 12 : 11..막상막하 접전 끝에 대우 자동차가 승리했다. 그러나 2세트와 3세트에서 연달아 점수를 내주면서...결국, 승리의 우승컵은 현대 자동차에게 돌아갔다.
웃는 자와 우는 자...박수를 받는 자와 주저앉는 자...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막강한 실력의 라이벌과 경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한다. 승리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상기 할 수 있도록, 자신들을 긴장시켜 준 대우 팀에 오히려 감사의 뜻을 표했다. 대우 팀은 극복해야 할 경쟁자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니냐면서...앞으로 1년 후가 기대된다고 각오를 다진다. 경쟁자가 있어서 함께 발전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경지...그것이 진정한 맞수, 라이벌의 세계였다.
경기를 끝낸 선수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다시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게임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었던 것처럼...이들은 자동차 품질 면에서도 결코 양보 할 수가 없다. 족구 경기장에서 진정한 라이벌이었던 이들은, 생산현장에서도 팽팽한 맞수로 남을 것이다. 그들의 그 ‘건강한 경쟁심’이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되어 줄 것이다.
첫댓글 좋은글이라서 스크랩해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