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까페에 씨리즈로 올라온, 낼모레가 칠십인, 어느 남자의 글을 보며,
그게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씨리즈로 옮겨볼까 합니다.
재미 없을수도,별것 아닌것도 있지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일수도 있기에....
항 복
작년 봄이다. 아들 녀석이 여자 친구를 한번 만나 보라는 것이다.
"(?) 네 여자 친구를 우리가 왜봐? “
“아니 그럼 하나밖에 없는 아들 총각 귀신 만들 참이예요?”
“아니 네 여자 친구랑 총각귀신이랑 무슨 관계가 있냐? 애인이면 몰라도,”
“에이 아버지는 왜 그리 구식이요?
설마 데리고 놀다가 말 사람을 아버지께 인사 까지 시키겠 어요? 참“
“어! 그래? 미안. 아버지가 둔해서”
그렇게 해서 처녀 하나를 봤는데,
키도 크고 인물도 좋고 학교도 서울최고의 여자 명문대를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부잣집이고, 이건 도저히 우리와는 맞질 않는 것이다.
우리 아들은 키는 크고 인물은 중정도이고 서울의 일류대학을 나와,
전문직종 직업은 가지고 있었으나,아버지는 그저 그렇고,
취직한지 일년밖에 않되서 비록 아버지가 사준 신형 쏘나타는 타고 다니지만,
저축한 돈은 천만원도 않되고 나 또한 그럭저럭 먹고 살기만 하는 형편이였다.
“야 아들아 그녀와는 우리와 격이 안 맞으니 다른 곳을 알아봐라”
괜히 힘만 빼지 말고 했더니,
“아버지 아녜요 전 두 쪽밖에 없다고 분명이 말했고 그래도 좋다 해서 진행 중입니다.”
“그래? 내가 보기엔 아닌데, 하여간 너 수단 좋다.
잘하면 부잣집 사위 되겠구나” 하며 지켜보았다.
순서에 의해 상견례를...신라호텔 특실을 잡아놨다고 했다.
근데 완전히 아니었다. 자기들 자랑만 하고..........
어쨌거나 그럭저럭 지나는데 차차 본색이 들어난다.
예식장은 최하 어디서 해야 하고(평생 이름을 들어 보지도 못한곳이다.)
반지는 몇 카렛으로 해야 하고 등등.
날까지 잡았는데 수용할 수도 없고, 하기도 싫은 조건들이 자꾸 나온다.
최후의 결단의 시기가 닥쳐온다. 돈이야 없으면 빌리면 된다지만 정신 상태가 문제다.
살아가며 계속 그 애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능력이 아비에겐 없다.
물론 아들 녀석에게는 더욱더 없는 게 당연 하고 ! 그래서 결심하고,
"그럼 그 조건이 안 되면 결혼을 못한단 말이냐?" 하니,
“글쎄요,…….”
몇 일후 아들이 풀이 팍 죽어 왔다
“아버지 그애와는 끝냈어요. 도저히 우리와는 안 맞아요! “
자식이 파혼하고 풀이 죽어 있고,
따지면 그 이유가 못난 애비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야, 인마 내가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우리와 격이 맞는 사람을 선택해야지.
아버지는 오늘 오물 덮어쓴 기분이다,
그 후 그쪽과는 전화 한통 없이 끝나고 말았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 애와는 정말 고만 두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보니 걔가 입고 있는 허잡쓰래기같은 부라우스도 200만원 짜리,
도데체 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여자였다.
카드가 하나있는데 지네 아버지 계좌에 연결 돼 있어서, 어차피 걔가 막을게 아니여서,
누가 밥값을 내느냐 하는 문제는, 도데체 돈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이였다고 한다.
누가 내면 어떻냐 식이였다고 한다.
그냥 가까이 있는사람, 내고싶은 사람이 내는 거지 전번에 누가 냈느냐 하는건,
아니, 그런 문제따위를 이야기 하는 자체가 속물이고 쫌씨들이 하는 일 정도로 본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거나 쇼핑하는 문제도,
그냥 기분이 맞고 마음에 들면 가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사고,
옆에 있는 그리 친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기분데로 사 준다는 것이다.
평생 자신은 10원짜리 하나 벌어본적이 없는 여자아이가....
아들을 장가는 들여야겠는데 또 그런 사람을 만날까 우선 겁이 난다.
애비나, 아들이나, 마누라나, 참으로 서로들 말을 안하지만 엄청 큰상처를 입었다.
아들과 상의해서 직장을 대전으로 옮기고
(취업난이 심한데도 이점은 거의 마음데로 할수 있었다. 참 다행한 일이다.)
지방에서 지방대 나온 얌전한 규수를 만나,
대전이나 청주(아파트 값이 싼곳)에서 신혼을 시작하라고 작전을 짰다.
그렇게 해서 5-6개월 흘러갔다.
몇 번 맞선을 주선 했는데 아들 녀석은 별로 적극적이지도 않고 시큰둥 하더니
느닷없이 여자하나를 만나 보라는 것이다.
“(?) 여자애가 또 있었어? 언제부터?” 했더니
“에이 너무 따지지 말고 일단 한번 만나 봐요” 해서,
“우리야 뭐 무조건 좋지 뭐, 네 나이도 있는데 (아들나이35), 헌데 먼저 꼴은 안 나야지 ”
“ 먼저 걔는 소개받은 애고요 얘는 사귄 애 예요 근본적으로 달라요”
“그래 그럼 진행해봐”
그렇게 진행이 됐는데, 이게 또 전번과 같은 길로 가는 기분이다.
우선 외모가 미려하고 게다가 연세대 음악과를 나오고.............
이게 또 우리와는 부류가 다른 사람들이었다.
피아노 전국 콩쿠르에서 1등을 했다나? 2등을 했다나.
하여아무튼 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들이지만....
그래도 어쩠든 35살이나 먹은 아들을 장가보내야 하는 절대 절명의 임무가 있는 나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하고 또 그러려고 마음먹었다.
당연히 그래야, 죽어서 조상님들을 만나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만약 절손 을 시켜놓고 조상님들의 제사도 못 잡숫게 해 놓으면,
아니,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이니까,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나 소신 같은건 일찌감치 버리고,
다만 일이 성사 되는 쪽으로 노력할 따름이다.
“아버지 상견례를 하자는 데요”
“그래 잘됐다. 해야지”
“근데요 롯데호텔에서 보자는 데요?” 아들 녀석은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본다.
“그래? 잘됐다 언제?”
그래서 롯데호텔 특실에서 상견례를 했다.
난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가만히 있었고.
상대방은 성공한 직장인으로서, 예의를 지켜가며 대화를 이끌어 가고,
난 그저 “예, 예 그러셔야죠.” 하고,
지배인과 쉐프가 번갈아 나와 경쟁적으로 인사를 하고,
상대방은 개혼이니 서울서 예식을 했으면 좋겠는데 어떠냐고 의견 제시를 했다.
그나마 이번에는 묻는 형식이나마 취한다.
그것도 “예, 예 편하도록 하세요. 우리는 두 번째니까” 했다.
몇 일후 아들의 말이
“아버지 예식장을 롯데 호텔 크리스탈 볼륨에서 하자는 데요?”
허참 거긴 일인분 식대가 7-8만원 한다고 하던데,.........
그리고 예식비는 3000을 별도로 내야하고, 허참,
우리가 사는곳에서 하면 양가집 비용을 다 합쳐도 1000만원이면 덮어 쓰는데, ....
나는 이미 의견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래? 그렇게 하지 뭐”
까짓것, 될 대로 되라, 돈이야 없으면 우선은 빌리면 되고,
다음이야 뭐하나 팔아서 갚으면 되겠지.
예단이 오고 패물이 가야하는데,
“아버지 걔가 반지하나는 제대로 받고 싶대요”
아하, 전번과 꼭 같은 코스로 가는구나!
이때, 여기서 실수하면 쪽박이 깨지는 수가 있다.
정신 차리자 생각을 가다듬자. 무조건 성사가 돼야 하니까.
“그래 좋도록 하지, 알아서 보내마.”
(난 그때 일카랫트 짜리의 다이아는 값이 오부짜리의 두배가 아니라는걸 처음 알았다.)
“아버지 신혼집은 서울로 하자는 데요? 장모님이 딸하고 떨어져서는 못산다는데요."
햐-!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나. 아들의 직장은 신탄진인데,.....
참자! 그래도 아들 장가는 보내야지.
그나저나 서울서 사돈네집 가까이 라면 강남인데, 강남에는 전세라도 2-3억 한다든데.......
큰일 났다. 에이, 어찌 되겠지 하며. 한술 더 떠서,
‘그래 좋도록 하고, 아예 신혼집은 장모가 구하라고 해라.“
이번에는 아들 녀석도 위기감을 느끼는지, 여자가 좋아서 그러는지,
아주 저쪽에 붙어서 적극적이다,
나의 말은 오직 한가지
“그래 그럼 그렇게 해라 " "그래 그럼 그렇게 해라" "그래 그럼 그렇게 해라"
서울 풍습 대로, 집은 우리쪽에서 구해야 될 모양이고,
까짓것 만 냥 쓰나 만 한 냥 쓰나 무엇이 크게 다를까.
돈은 없으면 우선 빌리면 되니까! 하고 결사적으로 독하게 마음먹었다.
내 평생 실용주의(우리 집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를 좌우명으로 삼고
낭비를 아주 멸시하며 살아온 내가 참 어이가 없다.
청첩장 돌리기도 부끄럽다.
예식 장소를 보고 남들이 나를 보고 무어라 하겠는가.
남의 속도 모르고 “분수를 모르는 허영에 찬사람” 으로 보겠지...........
오늘은 나와, 나의 좌우명, 우리 집 가훈이 함께 항복하는 날이다.
그것도 아주 비참한 무조건 항복.
그래도 대를 이어야하고 조상님들 제삿밥은 운감하시게 해야 하는
종손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어 다행이다.
첫댓글 그분 예쁘고 잘생긴 손자 손녀 얻어서 행복하실 것입니다. 그리 믿고 싶습니다
이 분은 그래도 여유가 좀 있어 보여서 그나마 다행이지요....
즈이끼리 좋다는데 어쩌겠나요....
예쁘게 잘 살께요.... 하면 그만 입이 벌어지겠죠 ㅎㅎㅎㅎ
엥이구 자식이 몬지? 결혼이 몬지?
정소야, 한마디 써,
마치 내 큰 아들 애기 아닌가.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지. 학여울이 대충 기억 하시는군. 다행히 혼사가 이루어지지 않음을 다행으로. 당시 마음 상처를 좀 입었지. 혼례문화는 꼭 검소하게 바꾸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