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이렇게 시작한다. 엄청난 포화와 수투카의 기총소사 속에서 볼가 강을 건너 스탈린그라드 시항을 통해 보충병들이 계속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2인 1조로 한 명은 소총을 한 명은 탄약 5발을 들고 곧바로 적진을 향해 돌격한다. 독일군의 머신건 아래 겹겹이 쌓이는 붉은 군대 젊은이들의 시체가 눈에 꽉 찬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구현한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비교하여 연상될 만큼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다. 그런가 하면 전쟁슈팅게임인 에서는 볼가강을 건너는 배 위에서 한 정치위원이 탈출하려는 병사를 사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2차대전 중 독일과 소련의 건곤일척의 전면전을 그린 이 책, 는 무모하게만 보이는 소련병사들의 돌격장면과 스탈린의 잔인하면서도 완고한 표정의 얼굴이 시종일관 오버랩되며 전개된다. 소련측 주장으로 독소전 희생자만 최소 4300만 명을 헤아리며, 서방의 보수적 추산도 2500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소련이 이 엄청난 소모전을 어떻게 치러냈는지에 대한 글은 많지 않다.
전쟁의 양 당사자인 독일은 패망하고, 소련은 철의 장막을 치고 은둔해 버린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결정지은 독소전에 대한 정보는 불과 십수 년 전까지도 알려진 것이 별로 없었다. 리처드 오버리의 는 영국의 IBP 영화사가 제작한 러시아전쟁에 대한 10편의 다큐멘터리 물을 기초로 97년에 쓰인 글이다.
2차대전의 양상은 41년~43년까지 서부전선에 배치된 독일군이 46개 사단이었던 반면, 소련과의 동부전선에 모두 200개가 넘는 주력을 배치했던 제일 핵심이 되는 전장이었고, 여기서 2차 대전은 끝은 결정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최근까지 서구의 입장에서 바라본 독소전은, 주로 독일의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전쟁을 승리로 이끈 소련의 입장을 분석한 시도는 많지 않다. 광기에 찬 히틀러의 야욕, 러시아의 혹한의 날씨, 길고 긴 병참선의 유지, 무모한 스탈린그라드 공방전 등 독일의 패배원인은 많다. 그러나 리처드 오버리는 실상 개전초기 비참할 정도로 패퇴했던 소련이 어떻게 전세를 가다듬어 독일군을 밀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하여 비교적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엄청난 전시 동원력, 총탄의 세례 속으로 뛰어들었던 러시아의 민중들, 잔혹함의 대명사 스탈린의 처세, 숙청의 위험 속에서도 전장을 누빈 쥬코프와 같은 장군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조명된다.
이 책은 2차 대전 한참 전인 볼셰비키 혁명의 시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혁명과 내전으로 탄생한 소비에트 연방은 태생적으로 전쟁을 바탕으로 조직된 사회다. 소련의 정치 엘리트들은 다수가 내전을 경험했던 인물들이었으며, 새로운 공산주의 조국은 전쟁으로 규정된 국가였다. 광산노동자의 채굴작업은 전투로 묘사되며, 채굴왕은 전쟁영웅으로 치하 받는다. 이러한 국가 기조는 소련의 영향을 받은 북한에도 똑같이 적용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스탈린은 독소전을 "대 조국 전쟁"으로 선포하고 "조국의 어머니가 부른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선전전을 펼친다. 이 책의 제목이 Soviet War가 아닌 Russia's War인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 제정 러시아로부터 소비에트 혁명 이후에도, 광활한 소 연방에 정착해 살던 인민들은 "러시아"라는 이름 아래 묶인 사람들임을 설명한다. 피난길의 열차 공간을 내주었던 시민들과 투르게네프의 유물에 관한 에피소드는 이를 반영한다.
광기의 히틀러와 잔혹한 스탈린이 민족의 명운을 걸고 격돌한 대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것이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던 간에, 전장에서 달리며 쓰러져간 수천만 명의 민중은 결국 자신의 땅과 그 땅 위에 사는 가족을 위해 몸을 던졌던 것인지 모른다.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은 세부적인 군사 흐름에 대한 부분에서는 러시아 측이 제공한 자료가 그대로 반영한 듯 왜곡으로 보이는 것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세계사적인 측면에서 독소전이 가지는 의미, 러시아에 있어서 독소전이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전쟁을 어떻게 치러냈는지, 단순한 전투사 수준을 넘어 사회, 경제, 문화의 여러 분야의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는 종합적인 개설서로 의미 있는 텍스트임에 틀림없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노암`님은 스스로를 탐서주의자라 생각하며, 책과 통(通)해 보고자 하는 몸부림치는 사람. 멋들어진 서재를 갖고 싶은 욕심을 조금이나마 풀어보고자 인터넷 서재 카페 (http://cafe.naver.com/masterbook.cafe) 매니저로 활동 중
"위대한 우리 선조들의 용맹한 넋이 이 전쟁에서 여러분을 격려하기를!"
1941년 후퇴 때 독일군의 공격을 받기 전에 오률(orel)시에 있는 투르게네프 박물관의 관장은 소장품들을 포장해서 열차에 실었다. (…) 역에 설 때마다 관장은 열차에 올라타 자리를 차지해서 동쪽으로 가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성난 피난민과 맞부딪쳤다. 그때 마다 관장은 물건들이 위대한 투르게네프 것이라고 설명했고, 그때마다 군중은 물러났다. 이것은 계급이나 교육의 경계선을 완전히 뛰어넘어 대중이 예술에 애착을 가진다는 더 넓은 맥락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 소련 사람들의 삶에 있는 이 요소들을 무시하면 獨蘇 전쟁 사는 이해할 수 없다. (7쪽)
"위대한 우리 선조들의 용맹한 넋이 이 전쟁에서 여러분을 격려하기를!"(164쪽)
그토록 많은 국민들을 전쟁 수행 노력을 위한 작업에 내몬 다른 국가는 없었으며, 사람들에게 그토록 과중하고 기나긴 희생을 요구한 다른 국가도 없었다. 후방 국민의 삶은 전쟁이 벌어지는 전선의 고통스러운 싸움을 빼 닮은 전투였다. 1943년 이후에 거둔 승리들은 커다란 대가를 치르고 얻었다. 소련을 단일 전시 병영으로 바꾸겠다는 스탈린의 약속은 수사가 아니었다. 전쟁은 일상 생활의 모든 영역을 지배했다.(303쪽)
전쟁사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명성을 얻은 역사학자, 리처드 오버리(Richard O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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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2년부터 1979년까지 케임브리지 퀸스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80년에 런던 킹스칼리지로 옮겼다. 킹스칼리지에서 현대사 교수로 재직하다, 2004년에 엑스터대학으로 옮겼다. 2001년에 전쟁사 연구에서 이룬 업적을 인정받아, 전쟁사 연구자들의 국제적 모임인 미국 군사사학회에서 수여하는 '새뮤얼 엘리엇 모리슨 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독재자들>로 그해 영국에서 출간된 가장 탁월한 역사 저술에 수여하는 '울프슨 역사상'을 받았다. 저서로 <독재자들>,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등 다수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새롭게 바라보는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어 준 책!
냉전의 그늘에 가려진 사상 최대의 전쟁!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를 만나보세요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2001)
1942년 가을, 유럽 대륙은 나치의 발굽 아래 처참히 짓밟혔다. 히틀러의 군대가 소련 연방 공화국의 심장부를 뚫고, 아시아 대륙의 유전을 향하여 진군하고 있었다. 마지막 장애물이 남아 있었다. 세계의 운명을 좌우되고 있는 곳은 볼가 강 유역의 도시, 바로 스탈린그라드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미국의 동맹국으로 독일에게 강력히 저항하게 되자 독일은 소련을 장악하기 위하여 소련의 마지막 보루인 '스탈린그라드'의 침공을 강행하게 된다…
세계사를 뒤바꾼 분수령, '독소전쟁'에 대하여! '노암'님이 권한,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