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문화 사학자인 유흥준 교수의 유명한 이 말은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1권를 통틀어
다른 어떤 문화 유적지 관련 설명보다도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였다.
그 뜻은 지식 함양이 되어야 무엇인가를 제대로 감상하고 평가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제 잠시 기회가 되어, 일산 Kintex”라는 곳”을 “처음으로” 가보았다.
Kintex에는 Coex의 포화 때문에 저 멀리 일산 끄트머리에 전시장을 마련해 두고
일년 내내 주로 오랜 기간의 대형 전시를 진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마도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모터쇼”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사실 지리적으로 먼 곳이기 때문에, “꼭 가야 해?” 하는 물음 때문에 여태
가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고양지구의 한계 – 단 자동차를 활용한 자유로를 제외한 – 는 일산의
주엽역까지였다. 수도권 전철 3호선 종점인 대화역과 그 근처의
Kintex는 피안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전시”라는 아이템과는 전혀 상관 없는 “걷기” 라는 activity를 통해 의도하지 않게
Kintex 근처의 땅을 밟아보았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평화 누리길 탐방을 통해서였다.
Kintex길은 일산 호수 공원 북단에서 시작하여, Kintex를 통화 후 가좌 공원을 거쳐
심학산 아래의 동패 지하차도까지 이르는 평화 누리길 5코스이다.
평화 누리길 종주 덕에 그 동안 미지로 남아있던 주엽역 북단의 일산 호수 공원 지역과
Kintex 의 복합 건물들, 그리고 고양 종합운동장 등을 스칠 수 있었다.
횟수로 따지면, 한 번은 혼자서, 그리도 두 번째는 길동무와 함께였다. 그런데 모든 것은
삼세번 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두 번 와 보았으니 한번 더…
평화 누리길 탐방을 한참 할 때는 이런 생각을 한적도 있다.
그런데 앞서의 “스침 정도”의 Kintex가 아닌 “그 장소” 차원으로 이제는 제대로 Kintex에
와 보게 되었다.
한번 길을 트면 아마도 그 이후에는 익숙해져 이제는 앞집 가듯이 쉽고 편안하게
가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약 2% 부족함에 대한 미련 때문에
“의도적으로” 다시 가게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출발지에서 Kintex까지 지인 – 늘 걷기에 함께 하던 지인이 아닌 다른 지인 -의 차를
타고 이동을 하였다. 그런데 저~ 멀리에서, 지난 평화 누리길 도보를 통해
익히 보아왔던 Kintex 내의 다양한 복합 건물과 고양 종합 운동장이 보이자,
마치 고향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타고 있는 차는,
평화 누리길이 지나는 도로의 건널목과 또한 특유의 하늘 위 4방향 원형 횡단보도,
그리고 장미가 피어있는 도로 중간 지대 등 평화 누리길이 지나는 곳을 스쳤다.
또한 빨간색 신호등 때문에 차가 잠시 횡단보도 앞에 정차 했을 때
나의 눈길은 “평화 누리길 안내판”으로 향하고..
마침 점심 시간 부근이라서 차를 타고 근처에서 식당을 찾아야 했다.
물론 스마트폰과 네비에는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의 맛집 관련 정보가 넘쳐 흘렀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며, “죄회전이요” 그리고 “요기서 우회전이요” 하면서
찻길 안내를 했다.
그러니 운전 중이신 지인께서 몹시 놀란다. “여기 잘 아시네요. 여기 많이 와보셨어요?”
“아뇨, 딱 두 번이요. 평화 누리길 걷다 다니다 보니…어쩌다…”
세상 일이란 그런 것 같다.
백날 다녀도 차장으로만 스친다면 내가 살고 있는 앞 동네도 여전히 타향이고,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발자국을 찍어 놓으면 바로 고향이 된다.
양재를 지나 수원쯤까지 이르는 경부 고속도로 좌우의 저 멀리에는 산들이 연속하여 이어진다.
예전에는 이런 산들은 그냥 의미 없는 산들의 행렬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archi님과의 청광 종주 (청계산 – 광교산)와
길동무와 성남 누비길 1-4코스 (남한산성 – 불곡산)을 걸은 후는
더 이상 의미 없는 산들이 아니었다.
저 산이 발화산인가? 아니면 백운산인가? 저기쯤이 영장산이겠지?
그리고 눈은 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산과 정상 봉우리들을 따라 간다.
차의 동편에 앉으면 성남 누비길.. 차의 동편에 앉으면 청광 종주길을…..
유흥준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지만,
정작 어떻게 안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그런데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공부” 이외에 추가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얼마나 발품을 팔았는지” 여부다.
그리고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는 단순 발품이 아니라, 얼마나 길의 의미를 두고 걷는지에 따라
“안다”는 것의 깊이는 제로부터 무한대까지 달라지지 않을까?....###
첫댓글 공감합니다.
저도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지요.
길치인 아내는 저건 무슨산? 이쪽은 어디로 가는길?
늘 질문을 하지요.
누리길을 하면서 북쪽지방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이제는 눈에 익어
어디가면 뭐가있고 .... 알게 되었지요.
모두가 힘들게 발품을 판 덕분아닐까요?
여행도 트레킹도 등산도 다 아는 만큼만 보이고 누릴수가 있는것이지요.
무엇하나 공부 안하면 보이는게 밋밋하지요.
공부 하고 떠나야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걸 걸으면서 배웠지요.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늘 행복 하세요.
수고 하셨습니다.
ㅎㅎ 이제는 가곡님보다는, 사모님의 안부가 먼저 궁금합니다.
사모님과 함께 강화 나들길 열심히 투어링 하고 계시는 것이 부럽습니다.
저희 집사람은 2.5km 가 한계라서요. 그리고 여름이면 절대 나서는 법이 없습니다.
혼자 가도 좋지만, 두분이 다니시면 먼길도 더욱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늘 응원드립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숙제 한번 해야하는데요. 또 매칭될 날이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가곡님도 왠만한 부지런띠이시라서요...^^ 감사합니다.
장문의 글 공감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에그 별 말씀을요.. 요즘 누리길 여러 곳의 길이 조금씩 변경되고 하는것 같습니다.
챙기셔야 할 것도 많을 것 같고요. 푸르른 녹음이 우거져있는 누리길의 청제짐 렌즈의 포커싱이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몰랐던 곳을 가게 되면~~~
그 주변을 알게 되고~~~
그 주변을 알게 되면 감꽃 지기한테 잘난 뽕 하고 그런답니다
어쩜 그리도 동감하는지ㅎㅎㅎ
돗자리 깔아야겠네욤^^!
ㅎㅎ 돗자리는요.. 상황, 시대, 그리고 환경? 이런것이 비슷하면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비슷하게 공감하고 비슷하게 꿈을 꾸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좋은 말씀이네요. 걷기전에 사전 공부를 한다는것은
걷기의 기본 이겠지요. 그런 습관을 들여볼려고 하지만
잘 안되네요. 사전공부가 부실하니 훌륭한 후기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_^
선생님 뵌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주일이 되어가네요. 이제 여름도 되고 무더위 쨍쨍.
음. 공부하고 다녀도 되고, 다니면서 몸소 익히면서 다녀도 되고요. 중요한 것은 나의 의지에 의해서
발이 움직여서 가본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ㅏㄷ.
늘 감사드립니다.
장문을 글을 읽으며,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누리길과 친해지니 우리동네는 몰라도 누리길에 있는 동네는 알게 되었습니다.공감가는 글 잘 감상했습니다. 장마철 건강조심하시고,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DMZ 고라니들,,, 또 멋진 도보 계획하시겠지요?
더운 여름에 수고하세요. 늘 응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침 단상" 이라는 글자 를 보았을때는ㅡㅡ
어느 소설 이야기 라고 생각했어는데,
읽으면서 ㅡ그래 맞어,나도 전에 는 그렇게 생각했어,
다시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앗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길 위에서 빕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