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함께 누릴 수 있는 환경』
손병흥
이번에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로의 다름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하는 공감의 문화가,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던 다양한 기념행사들은, 그저 단순한 ‘행사’ 이상의, 매우 뜻깊고 큰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서 이는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비추는, 사물의 수준이나 상태를 알 수 있는 기준이나 척도인, 바로미터(barometer)의 거울이자 방향타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 중심 소통, 문화예술을 통한 공감의 장, 지역사회 참여형 축제 등은,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과연 “우리는 정말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하는, 하나의 의미가 깃든 질문으로 수렴이 된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질문에 대한 보다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며, ‘완전한 참여’를 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예컨대 이동권 보장을 위한, 대중교통의 100% 저상화, 정보 접근성을 위한, 공공 웹사이트의 의무적 접근성 기준 적용과, 교육 현장에서의 통합교육 확대 등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배려’의 차원이 아니라, ‘권리’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 역시 장애인차별금지법(ADA)을 중심으로, 물리적·제도적 장벽 제거에 힘써왔다. 건물의 경사로 설치나 점자 표기 같은 물리적 개선뿐 아니라, 고용·교육·서비스 전반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강력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단순한 의무가 아닌, 다양성과 혁신의 원천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점은, 매우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필 만하다.
이러한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첫째, 장애인 정책은 ‘복지’에 머무르지 않고, ‘권리’와 ‘참여’의 관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둘째, 일회성 행사나 캠페인을 넘어, 일상 속 구조를 바꾸는 지속 가능한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축적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의 흐름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테면 장애예술인의 활동 기반 확대, 지역사회 중심 행사,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은,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동권, 교육 기회, 고용 안정성 등의, 기본적인 영역에서의 격차는, 해소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과,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포용적 사회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선택들의 축적에서 만들어진다. 휠체어가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는 거리,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교육 환경, 그리고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대하는 일상의 태도.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맞물릴 때, 비로소 ‘함께 살아간다’는 말이 현실이 된다.
장애인의 날은 하루의 기념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 날이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 일상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동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 그것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미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행사보다도, 더 깊은 인식과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의 변화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에 대한 인식을, 단순한 동정이나 배려의 차원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장애인 권리의 문제이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기본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더군다나 각종 기념행사와 캠페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제도 개선과 생활 환경의 변화로 이어질 때 그 의미가 완성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용과 실질이 없는, 겉모양만 그럴듯한 ‘형식’이 아니라, ‘지속성’과 ‘실천’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 차별 없이 교육받고 일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른바 사회적 분위기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지역사회와 개인 모두의 인식 전환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장애인의 날이 단지 하루의 기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구체화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