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는 있던 요추 6번. 지금은 어디로 갔나?--
1. 척추협착증과 척추추간판탈출증
척추추간판 탈출증은 디스크가 후방으로 밀려서, 앞에서 뒤 방향으로 신경을 누르는 것임. 주로 20~30대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음.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황색인대 등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척추관 내의 조직이 두터워지는 것임. 즉 사방에서 신경을 누르는 것임. 여러 조직이 퇴화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노년기에 생기는 병임.
두 질환 모두, MRI에서 진단된다 하여도 증상은 없는 경우가 훨씬 많음. 즉, 임상적으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MRI하고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를 보고 진단을 내리는 병임.
일반적으로 추간판탈출증이 진행하다 보면 추간공(척수신경근이 지나가는 구멍)을 협착시키는 경우가 있음. 이를 "추간공 협착"이라고 부르는데, MRI소견 읽다 보면 디스크 환자에서 '추간공 협착'이 나오는 경우 많이 있음. 그런데, 이걸 척추관 협착증과 헤깔리면 안 됨.
즉 추간공 협착 (intervertebral foraminal stenosis)은 하나의 검사 소견일 뿐이고, 척추관 협착증은 진단명이므로 용어상 다른 것인데, 의사가 아닌 일반인은 이걸 구별 못하는 경우 많음.
2. 2015년 진단서의 웃기는 점들.
정호영 아들 2015년 병사용 진단서는 이 서류 자체만으로 당시 진단서 발부자를 소환 조사해야 함. 허위일 가능성과 졸속일 가능성이 모두 다 있음. 첫째. 진단명에는 척추협착증 (질병코드 M48.09)라고 명시해 놓고 병에 대한 소견란에는 "추간판 탈출증 즉 디스크로 경과관찰중"이라고 써 놨음.
왜 진단명은 협착인데 소견란엔 디스크라고, 두 개의 별개 질환이 섞여 나왔는가? 이거부터 앞뒤가 안 맞음.
둘째. 요추 5~6번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말이 황당한 것임. 이걸 '6번 요추도 있지 않느냐'라고 해명할 수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2022년 신촌 세브란스 진단서에는 요추5번~천추1번 추간판 탈출로 명기가 되어 나왔음. 즉 2015년 병무 진단서의 "요추6번"은 오기가 분명함.
셋째, 진단서상 치료후 장애란에는 "장거리 보행시 통증이 재발될 수 있다"고 써 있음. 이 증상은 척추협착증의 '신경성 파행'을 말하려 한 것인지, 척추추간판탈출증의 증상을 말한 것인지 애매함. 도대체 저 학생은 척추협착으로 현역을 빠진 건지, 추간판탈출증으로 빠진 건지, 두 개의 명확히 다른 질병 중 뭐로 군대를 뺀 것인지 매우 불분명한 아주 이상한 진단서임.
이런 걸 만약 진짜 정형외과 전문의가 썼다는 것은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임. 병사용 진단서는 서류로 보관되는 것이기 때문에 발급자가 허위 진단서 발급으로 인한 처벌 등 언제든 후환이 있을 수 있어서, 의사들이 가장 신경을 많이 써서 내는 문서임. 근데 저렇게 '요추 6번'같은 엉터리 용어가 나오고 진단명이랑 경과 사항이 서로 안 맞고, 이렇게 졸속으로 냈다는 건 사람 요추가 몇 개인 줄도 모르는 의사 아닌 사람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 대충 썼을 가능성조차 있음 (나는 어떤 비의료인이 MRI 판독상 '척추추간공 협착'이란 용어를 보고 그걸 '척추협착증'과 헤깔려서 졸속으로 썼을 가능성도 있다고 봄)
복잡한 거 다 필요 없이, 2015년엔 있던 요추 6번. 2022년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냥 2015년 진단서 허위일 가능성 99.9%임.
3. 2022년 진단서의 문제
2022년 진단서에는 척추협착증이라는 진단명 자체가 등장하질 않음. 정호영 측에서는 MRI 소견상에는 나온다고 말하지만, 진단서상에 질병 분류번호로 병명에 등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혹 있다 하더라도 증상을 일으키지 않았다거나, 중요하지 않았다는 뜻임.
즉 2022년 진단서를 놓고 볼 때, 정호영 아들이 당시 군대를 뺄 핑계(?)는 척추협착증이 아닌, 추간판탈출증일 수밖에 없다는 것임. (그때 심했던 협착증이 지금 자연 치유됐다? 말도 안 됨.)
더군다나 2022년 진단서상 치료 소견란을 보면, "허리 통증 및 좌측 하지 통증으로 내원" 이라고 되어 있음. 이 기록 사항을 주소 혹은 주증상(Chief complaint)이라고 부르는데, 군대 뺄 정도로 심한 척추협착증 환자라면 주증상에 신경성 파행 (claudication)이 안 들어갔을 리가 없음.
이런 불균형을 언론에서 주목하지않는 이유를 알 수가 없음. 2022년 진단서는 디스크가 주 진단명인데, 2015년 진단서에는 디스크가 아니라 척추협착으로 군대를 뺐다고 돼 있는 것임. 이게 같은 사람의 진단서라는 걸 믿을 수 있는가?
자. 종합해 봅시다. 정호영 아들은 20세때인 2010년 신검때는 2급으로 현역 판정을 받았고 (당시에는 명확히 척추협착 없었음.) 25세때인 2015년 진단서에는 벼란간 척추협착증이 나오더니 그걸로 4급을 받아서 현역 대상에서 제외, 공익으로 빠졌음. 7년 후인 2022년. 지금 나온 진단서를 보면 척추협착은 주진단명이 아니고 디스크가 주진단명임.
즉 3개의 진단서가 일관성이 없는 것은 오로지 2015년꺼. 군대를 뺀 그 진단서 때문임. 그거만 없다면, 이리 이상할 게 없음. 2015년 진단서에 환자의 상식적 맥락을 무시하고 난데없이 척추협착 소리가 나와 있는 것은 이상한 것임.
7년 전에 척추협착증으로 군대를 빼고 공익 갔다. 그 정도로 병이 심했다. 그럼 7년이 지난 지금, 척추협착증은 훨씬 더 심해져 있어야 맞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난데없이 젊은 나이에 발병해 군대를 빼게 했던 이 친구의 '척추협착증'은 어찌 됐는지 모르겠고 이번엔 디스크가 심해져 있다? 이게 뭡니까? 대체.
4. 젊은 나이에 척추협착증이라.
굳이 참고문헌을 갖다 대지 않아도 될 것같다... 척추협착증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인대와 뼈 등의 조직이 노화 퇴화되면서 좁아지면서 생기는 병이니 50대 이상부터 생기는 병이다. 20대에 그게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개 척추측만증이나 사고 등 매우 드문 경우에 발생한다. 게다가 하필 신검때 즉 20세때엔 없다가 23세때 딱 발생해서 25세때 협착증 있다고 군대를 빼는, 그런 경우가 과연 있는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신검 대상자 중 20세 초반에 발병한 척추협착증으로 군대를 뺀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병무청에 자료 요청을 해서, 청문회 전에 알아봐야 할 것이다. 내 생각엔 선천성 기형 환자가 아니라면, 오로지 정호영 아들 단 한 명뿐일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