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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눈으로 보는 풍경 – 삼형제봉,도솔봉,묘적봉,솔봉
1. (도솔봉에서 바라본) 왼쪽은 흰봉산, 오른쪽은 1,291m봉
尋山本不爲尋仙 산을 찾는 목적이 본래 신선 때문이 아니니
千里游觀豈偶然 천리를 유람한 것 또한 어찌 우연이라 할까
浩劫因緣歸內院 영겁의 세월 인연 끝에 내원으로 돌아와
上方世界控諸天 상방의 세계에서 제천을 두루 지도한다네
鶴來曾構岩頭閣 학이 날아와 옛날에 세웠다는 바위 위의 암자요
龍去猶存石眼泉 용이 갔어도 여전히 솟아나는 석안의 샘물이라
深愧香山白居士 향산의 백 거사 생각하면 부끄럽기 그지없어
未能結社已華顚 결사도 하지 못했는데 머리는 벌써 백발이니
―― 가정 이곡(稼亭 李穀, 1298~1351), 「도솔(兜率)의 벽 위에 있는 시에 차운하다(次兜率壁上韻)」
주) 석안(石眼)은 물이 솟아나는 바위의 구멍을 말한다. 송나라 왕안석(王安石)의 시에 “산허리 바위에서 발원하는
천년의 시냇물, 석안의 샘물은 하루도 마르는 날이 없다오. 단비의 은혜를 고대하는 천하의 창생들, 용이 이 속에
서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일세.〔山腰石有千年磵 石眼泉無一日乾 天下蒼生望霖雨 不知龍向此中蟠〕”라는 구절이
나온다. 《古今事文類聚 後集 卷33 偶題》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7
▶ 산행일시 : 2026년 9월 12일(토), 맑음, 산정에는 선선한 날씨
▶ 산행코스 : 죽령,1,291m봉(흰봉산 갈림길),삼형제봉,도솔봉,1,185m봉,묘적봉,묘적령,1,011m봉,솔봉,뱀재,
남천리,장정리
▶ 산행인원 : 2명(광인, 악수)
▶ 산행거리 : 도상 16.7km(남천리에서 장정리까지 임도, 농로, 차도 약 3km 포함)
▶ 산행시간 : 8시간 43분(08 : 29 ~ 17 : 12)
▶ 갈 때 : 상봉역에서 KTX 열차 타고 단양역으로 가서 군내버스 타고 죽령으로 감(단양역에서 죽령 가는 516번
버스는 07시 45분에 단양읍 서울약국 앞에서 출발하여, 07시 55분쯤에 단양역을 지난다)
▶ 올 때 : 장정리 장정교 근처에서 군내버스 타고 대강면으로 가서 저녁 먹고, 군내버스 타고 단양역으로 가서,
KTX 열차 타고 청량리역으로 옴(우리는 대강면을 갈 때 장정리에서, 사동리를 들렀다가 올산리 종점
에서 회차 하는 531번 버스를 탔다)
▶ 구간별 시간
05 : 46 – 상봉역
07 : 01 – 단양역, 죽령 가는 군내버스(7 : 55)
08 : 29 - 죽령(竹嶺, 696m), 도솔봉 6.0km, 산행시작
10 : 00 – 전망바위
10 : 07 - 1,291m봉(흰봉산 갈림길), 도솔봉 2.7km
10 : 36 – 삼형제봉(1,261m)
10 : 43 – 전망바위
11 : 28 - 전망바위
11 : 48 – 도솔봉(兜率峰, △1,314.2m), 점심( ~ 12 : 25)
13 : 19 – 묘적봉(妙寂峰, 1,148m), 휴식( ~ 13 : 35)
14 : 00 – 묘적령(1,020m)
14 : 52 – 솔봉(△1,101m), 휴식( ~ 15 : 11)
15 : 23 – 1,062m봉
15 : 41 – 뱀재(930m), ┣자 갈림길 안부
16 : 22 – 임도
16 : 28 – 남천리, 사과 과수원
16 : 41 – 남천리 경로당
17 : 12 – 장정교, 산행종료, 올산리 가는 군내버스 탐
17 : 36 – 올산리 버스종점
18 : 05 – 대강면, 저녁( ~ 19 : 04)
19 : 10 – 단양역, KTX 열차 출발(19 : 52)
21 : 13 - 청량리역
2. 산행지도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위인의 명언은 흔히 내 스스로 알지 못했던 내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또한 핑계가 되기도 한다. 내 그간 서너
차례 오른 도솔봉을 이번에는 의식할지는 의문이지만 새로운 눈으로 보려고 한다. 위의 명언은 지난주 부엉산을 갔
을 때, 부엉산 전망대에서 인공폭포 가는 데크로드 계단 앞면에 쓰인 것을 보았다. 거기에는 헬렌 켈러의 명언이라
고 하였는데, 이는 오기이다.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5편인 《갇힌 여인(La Prisonnière)》에 나오는
대목이다. 프랑스어 원문하고는 사뭇 다르다. “유일하고 진정한 여행, 유일한 청춘의 샘은 새로운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는 것, 다른 사람의 눈으로, 수백 명의 눈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것, 그들 각자가 보고 있으
며 그들 각자이기도 한 수백 개의 우주를 바라보는 것이다.”
(Le seul véritable voyage, le seul bain de Jouvence, ce ne serait pas d'aller vers de nouveaux
paysages, mais d'avoir d'autres yeux, de voir l'univers avec les yeux d'un autre, de cent autres, de voir
les cent univers que chacun d'eux voit, que chacun d'eux est)
위 프랑스어 원문의 널리 알려진 영어 번역이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이다.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상봉을 거쳐 부전 가는 첫 열차를 탄다. 캄캄한 밤으로 간다. 새벽이라 승객이 적어 두 좌석을
한 사람이 차지한다. 광인 님과는 서로 다른 날 예매하였는데 같은 5호차이다. 날은 터널을 지날 때마다 부쩍부쩍
샌다. 강을 지나는 구간은 자욱한 안개 속이다. 단양역도 남한강변이라서 주변 산들은 안개가 출몰한다. 이 또한
가경이다.
죽령 가는 버스시간이 여유가 있어 단양역 대기실 맨 뒷자리에 앉아 인절미로 거르고 온 아침을 때운다. 단양역사
앞 길 건너에 있는 버스정류장서 죽령 가는 버스를 탄다. 버스는 15인승 아담한 사이즈이다. 승객은 우리 둘 뿐이다.
택시처럼 달린다. 얼마쯤 가다 할머니 한 분이 탄다. 그 할머니는 산모퉁이 돌자 내린다. 이곳 버스는 딱히 지정된
버스정류장이 아니어도 승객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승하차하도록 한다. 그 할머니가 그런다.
할머니가 내리자 백구 한 마리가 반갑게 꼬리 흔들며 할머니를 맞이한다. 버스기사님 말씀으로는 할머니가 올 때마
다 백구가 저렇게 이 시간 이 자리에서 마중한다고 한다. 1년 전 겨울 백구가 새끼일 때부터 저런 광경을 보았다고
한다. 둘이 다정하게 길 건너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아름답다. 그 여운으로 주변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가
들이 갑자기 정겹게 보인다.
죽령(竹嶺)이 준령(峻嶺)이다. 해발은 겨우 696m이지만 느끼기에는 훨씬 그 이상이다. 조선 전기 문신이었던 용재
이행(容齋 李荇, 1478~1534)의 시에 다음 구절이 보인다.
구만리 푸른 하늘을 노정으로 삼고
구름 바라보며 다시금 영남으로 가누나
하늘 반쪽 가로지른 죽령을 오르면
눈 아래 뭇 봉우리 절로 평탄함을 느끼리
九萬靑冥剩作程
望雲還向嶺南行
躋攀竹嶺橫天半
眼底群峯自覺平
3. 산행 전날 우리집에서 바라본 여명
4. 단양역 앞 스카이워크 왼쪽의 351m봉
5. 투구꽃, 사약의 재료로 쓰였던 독초다
7. 삼형제봉, 그 뒤 오른쪽으로 도솔봉이 살짝 보인다
8. 수리취(떡취)
9. 가운데는 백두대간 솔봉
10. 도솔봉, 그 오른쪽 뒤는 묘적봉
11. 왼쪽 뾰족한 봉우리가 묘적봉
13. 구절초
15. 맨 오른쪽 중간은 영인봉, 그 왼쪽은 황정산 연봉, 그 뒤는 도락산, 그 뒤 왼쪽은 용두산
죽령에서 도솔봉은 6km이다. 죽령 고갯마루에 도솔봉 쪽 능선 마루금으로 산길이 잘 나 있지만, 비지정탐방구역이
라 풍기 쪽으로 고갯마루 넘어 오른쪽 능선 사면을 도는 지정등로 따른다. 모범 산행한다. 무척 가파른 사면이다.
바닥 모를 밑을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린다. 혹시라도 미끄러져 구르게 되면 붙들 나무를 보아두며 간다. 산모롱이
돌고 돈다. 이윽고 능선마루에 이르고 죽령에서 능선 마루금을 타고 오는 인적이 있을까 살폈으나 보이지 않는다.
적이 마음이 놓인다. 우리가 그리로 가지 않았는데 남들이 그리로 갔다면 억울한 일이다.
완만한 오르막 하늘 가린 숲속 길이다. 이제는 시간이 산을 간다. 둘이 산을 가되 혼자 가는 산행 다름이 아니다.
저마다 걸음과 저마다의 생각으로 걷는다. 등로 가파른 오르막에는 데크계단을 길게 놓았다. 도리어 심심하다. 등로
주변에는 투구꽃이 줄이어 우리더러 힘내시라 응원한다. 투구꽃(Aconitum jaluense Kom.)은 과남풀, 용담 등과
더불어 가을을 대표하는 고산 산중의 야생화이다.
투구꽃은 꽃의 모양이 병사들이 쓰던 투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속명 아코니툼(Aconitum)은 그리스
어로 독성 식물을 뜻하는 ‘akoniton’ 또는 투창이나 화살촉에 독을 발라 사용한 데서 유래한 ‘akontion’에서 라틴
어화 된 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는 투구꽃의 뿌리를 사약(死藥)의 주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종소
명 얄루엔세(jaluense)는 압록강(Yalu River)에서 유래한 것으로, 압록강 유역에서 처음 채집되었음을 의미한다.
명명자 Kom.은 저명한 러시아의 식물학자 블라디미르 레온티예비치 코마로프(Vladimir Leontyevich
Komarov, 1869~1945)이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전망바위에 오른다. 골 건너편 삼형제봉이 반공을 가린 장벽이다. 그 어깨
너머로 도솔봉이 빼꼼이 얼굴을 내밀고 있을 뿐이다. 조금 더 오르면 1,291m봉 흰봉산(1,267m) 갈림길이다. 흰봉
산은 비지정탐방로이다. 금줄 두르고 출입금지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흰봉산까지 1.4km이지만 들르지 않는다.
등로가 아연 사나워진다. 가파른 돌길의 연속이다. 삼형제봉 연봉을 오르지 않고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간다.
다른 사람들이 그 연봉을 올랐다면 우리도 올랐을 텐데 다행히(?) 아무런 인적이 보이지 않는다. 삼형제 그 맏형인
봉우리에는 등로 왼쪽으로 약간 비켜 길이 잘났다. 우리도 간다. 그 정상에 올라 발돋움하여도 키 큰 나무숲에 조망
은 가렸다. 삼형제봉 내리는 등로도 험하다. 그런 만큼 절벽 위 전망바위가 일대 경점이다. 남쪽으로 묘적봉, 솔봉,
수리봉 등 백두대간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아쉽게도 원경은 미세먼지로 흐릿하다.
다시 울창한 숲속에 들고, 사방 두리번거려 과남풀, 구절초, 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참취꽃, 꽃며느리밥풀, 수리취
등 들꽃과 일일이 눈 맞춤하며 간다. 긴 오르막 몇 차례 주춤하다 데크계단 올라 도솔봉 정상이다. 이 근방의 맹주답
게 뭇 산들이 발아래 읍하는 형세다. 도솔 곧 도솔천은 미륵보살이 머무는 내원과 천인들이 즐거움을 누리는 외원으
로 구성된 천상의 정토를 가리키는 이상세계로 지족천(知足天)이라고도 한다. 내 불가에는 문외한이지만 그럴 듯한
느낌이 든다.
사방 둘러 보고 또 보며 한참을 머물다 내린다. 가파른 데크계단을 한 차례 길게 내렸다가 충청북도 표준규격인
오석의 도솔봉 정상 표지석이 있는 헬기장 직전 숲속 그늘에 들어 점심밥 먹는다. 점심밥이랬자 부침개 쑥떡이니 주
전부리 다름 아니다. 시원한 탁주가 주식이다. 뚝 떨어졌다가 한바탕 힘 쏟아 1,187.4m봉을 오르고 다시 길게 내리
다 주춤하여 묘적봉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와 정상 표지석도 ‘妙積峰’이라 표기하고 있다.
‘妙寂峰’의 오기가 아닐까 한다. 불가에서 묘적(妙寂)은 ‘묘하고 고요하다’는 뜻으로, 번뇌와 아른거리는 뭇 마음이
사라져 온전히 고요해진 깨달음의 상태를 의미한다는데, ‘묘적(妙積)’은 아무런 뜻도 의미도 없다. 묘적봉에서 오늘
처음으로 홀로 산꾼을 만난다. 그는 고항치(古項峙)에서 도솔봉을 오르려고 왔는데 묘적령에서 그만 길을 잘못 들
어 반대쪽인 솔봉을 올랐다가 되돌아오는 길이라며 도솔봉 오르기를 포기하겠다고 한다. 무릇 산꾼에게는 상사(常
事)이다.
묘적봉에서 0.7km 내리면 묘적령이다. 갈림길 오른쪽은 사동리(3.7km)로 가고, 왼쪽은 고항치(2.0km)로 간다.
왼쪽 고향치 가는 산줄기는 자구지맥(子求枝脈) 39.8km의 출발점이다. 자구지맥은 백두대간 묘적령에서 시작해
옥녀봉, 달밭산, 자구산(786m)을 거쳐 부춘산, 부용산, 매봉산, 냉정산, 남산, 장원봉을 넘어 예천군 호명읍 담암리
합수부에서 맥을 놓는다. 1대간 9정맥 162지맥을 일찍이 완주한 광인 님에게 새삼스레 그렇게 완주한 산꾼이 열 손
가락에 꼽을 정도나 되지 않는지 물었다. 100명이 넘을 거라고 한다. 세상은 넓다.
16. 가운데는 선미봉, 수리봉, 신선봉
17. 왼쪽부터 소백산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
18. 과남풀
19. 소백산 제1연화봉
20. 맨 뒤는 문수봉(?), 그 앞은 용두산
21. 맨 오른쪽 중간이 솔봉
22. 앞 왼쪽이 솔봉, 오른쪽 중간은 흙목재
23. 선미봉, 수리봉, 신선봉
24. 중간 가운데가 황정산 연봉
26. 맨 왼쪽이 흰봉산, 맨 오른쪽 뒤는 금수산
27. 앞 안부는 묘적령, 뒤는 자구지맥
28. 투구꽃
29. 중간 가운데는 황정산, 그 뒤는 용두산
묘적령 고갯마루 이정표 아래쪽 국가지점번호 표지판에 새삼 눈길이 간다. ‘국가지점번호 라 바 8461 7271’가 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하여 알아보았다.
‘국가지점번호 라 바 8461 7271’은 도로명 주소가 없는 산악이나 해안 등에서 긴급 상황 시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릴 수 있도록 지정된 격자형 위치표시 좌표를 의미한다. ‘라 바’는 가로 · 세로 100km 단위의 격자구역을 뜻하는
데, 대한민국 기준점으로부터 동쪽으로 네 번째 블록(라), 북쪽으로 여섯 번째 블록(바)에 위치한 지역이다. 앞자리
숫자 ‘8461’은 ‘라’ 구역 내에서 동쪽(가로)으로 84.61km 이동한 지점이고, 뒷자리 숫자 ‘7271’은 ‘바’ 구역 내에서
북쪽(세로)으로 72.71km 이동한 지점이다. 국가지점번호는 전 국토를 10m × 10m 크기로 나눈 격자 중 특정
한 칸을 가리키는 절대적인 위치 정보이다.
국가지점번호의 시작이 되는 대한민국 국가지점번호 기준점은 대한민국 영토와 해양을 모두 포괄하기 위해 국토
최남단 · 최서단 도서보다 더 바깥쪽(남서쪽) 해상에 가상으로 설정되어 대한민국의 표준 좌표계인 UTM-K 원점
(동경 127.5도, 북위 38도,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부근)으로부터 서쪽으로 300km, 남쪽으로 700km 떨어진 지점이
다. 즉, 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245km,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에서 남서쪽으로 약
95km 떨어진 이어도 먼 바다 해상이다. 이 기준점 자리가 국가지점번호 체계의 시작점인 ‘가가 0000 0000’이 된다.
묘적령에서 솔봉 넘어 뱀재 가는 길. 내내 하늘 가린 숲속이지만 여태와는 다르게 널찍하게 잘 닦였다. 걷기 좋다.
그러니 자연히 등로 주변 풀숲 사면에 능이선생이나 덕순이가 있는지, 참나무에는 노궁선생이 있는지 둘러보며
가게 된다. 솔봉 넘어 뱀재 가도록 빈 눈이다. 솔봉은 예전과 다름없이 나무숲 빙 둘러 아무런 조망이 없다. 그래도
주변 나무에 걸린 산행표지기는 65장이나 된다. 정상 표지판 앞 삼각점은 ‘단양 460, 2003 복구’이다.
뱀재는 야트막한 ┣자 갈림길 안부이다. 누군가 조그만 돌을 세워 뱀재라고 써놓았다. 오른쪽 남천리로 가는 지능선
을 간다. 연신 구불대는 능선이다. 뱀재가 뱀처럼 구불대며 오른다고 해서 작명되지 않았을까 싶다. 울창한 숲속이
라 어둑하다. 연신 구불대며 수북한 낙엽 헤치는 인적은 희미하다. 이따금 색 바랜 산행표지기가 눈에 띈다. 지능선
내리막이 끝나고 펑퍼짐한 사면을 이슥 간다. 지도에는 뱀재골이다. 정작 험로는 여기다. 걸음걸음이 조심스러운
돌길이 지겹도록 이어진다.
산자락 도는 임도와 만나고서야 허리 편다. 임도는 언덕배기 넘어 농로로 이어지더니 대단위 사과과수원을 지난다.
농로 주변에는 임자 없는 대추나무에 가지가 휘어지도록 굵은 대추가 주렁주렁 열렸다. 대추가 아직은 설었으나
더러 먹을 만한 것도 있다. 큼지막한 남천리 표지석과 만나고 대로인 차도다. 남조 버스정류장에 대강을 경유하여
단양 가는 군내버스는 진작 끊겼다.
장정, 멀골 지나 미노리에서 군내버스를 타려고 걸어가는데, 장정리 장정교를 지나자마자 사동리 들렀다가 올산리
가는 군내버스를 만난다. 버스기사님이 우리의 행색을 보더니 버스를 세운다. 이 버스가 올산리에서 회차하여 오기
를 무료하게 기다리느니 타시라고 한다. 이것도 즐거운 여행이다. 차창 밖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산간 마을 풍경이
스위스 알프스의 그것과 흡사하다. 올산리 버스종점에서 바라보는 올산이 반대편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대강면이 대처다. 음식점에 들어 저녁을 먹는다. 2005년 봄 노무현 대통령이 단양을 방문했을 때 식사자리에서
대강막걸리를 마셔보고, 그 맛이 좋아 청와대 공식 만찬주로 선정했다고 한다. 물론 여러 막걸리와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다고 한다. 나도 대강막걸리를 반주한다. 쭈욱 들이키는 첫잔에 오늘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
든다.
단양역에서 서울 가는 KTX 열차는 만석이다. 차창 밖 캄캄한 밤으로 간다.
30. 풍기읍
31. 왼쪽은 묘적봉, 그 능선 오른쪽은 솔봉
32. 과남풀
33. 묘적령
34. 솔봉 정상
35. 뱀재
36. 뱀재에서 남천리 가는 길
39. (남천리에서 바라본) 덕절산(?), 그 뒤 오른쪽은 금수산(?)
40. 선미봉, 수리봉, 신선봉
41. 철 모르는 사과나무 꽃
42. 올산리에서 바라본 올산(859m)

첫댓글 같은 풍경을 새롭게 보기. 참 어렵더군요. 사진작가로서의 자질이 없어서겠죠.ㅋ
사실 같은 풍경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계절에 따라 다르고, 조석으로도 다르니 말입니다.
어쨌든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고는 해야겠지요..ㅎㅎ
도솔봉, 묘적봉...오랜만에 알현합니다.
모든 사물은 언제나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지금은 투구꽃 전성 시기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우나 치명적인...
도솔봉의 조망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소백산의 장릉이 후련하도록 장쾌합니다.
가을날 산길은 투구꽃, 쑥부쟁이, 구절초 등이 있어 적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