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결전 앞두고… 트럼프, 헤일리 인도이름 부르며 공세
“디샌티스에도 진 3위” 몰아붙여
헤일리 “국민, 80세 후보 안 원해”
인종-연령 난타전에 경선 조기과열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8)과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52)가 성, 연령, 인종 등을 가지고 상대방을 공격하며 거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23일 북동부 뉴햄프셔주(州)에서 열리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 공화당원만 투표가 가능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한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와 달리 프라이머리는 비(非)당원 투표가 가능하다. 이에 중도 유권자의 표심이 중요한 대선 본선에서 각 주자의 경쟁력을 시험해 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니키 ‘님라다(Nimrada)’ 헤일리의 괴팍한 연설을 들은 사람은 그가 아이오와주에서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돈도 희망도 없는 ‘론 디생티모니어스(DeSanctimonious)’에게도 진 3위”라고 썼다. 헤일리 전 대사가 아이오와주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도 밀려 3위에 그쳤다는 점을 조롱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적(政敵)을 모욕적인 이름으로 부르는 행태로 유명하다. 이날 거론한 ‘님라다’는 인도계 2세인 헤일리 전 대사의 결혼 전 이름인 ‘님라타 니키 란다와’를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디샌티스 주지사를 조롱한 ‘디생티모니어스’는 ‘신성한 체하는 디샌티스’라는 뜻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에도 헤일리 전 대사가 태어났을 때 그의 부모가 미 시민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자식인 헤일리 전 대사 또한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는 허위 정보를 트루스소셜에 공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방위적 공격은 중도 유권자가 많은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약 32%포인트 차로 앞섰다. 하지만 17일 뉴햄프셔 정치연구소 산하 세인트안셀름대가 이 지역 유권자 13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두 사람의 격차는 14%포인트였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주유엔 대사로 직접 발탁한 헤일리의 대사 시절을 언급하며 “세계의 거친 지도자를 상대하기에는 약했다”고 비판했다.그러자 헤일리 대사는 CNN 인터뷰에서 “우스꽝스러운 소리”라며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니키는 터프하니 건드리지 말라’고 했었다”고 받아쳤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을 공격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82)을 동시에 겨냥해 “미국인의 절대 다수는 80세 (언저리) 후보들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2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도 “75세 이상 정치인에게 정신능력 감정을 의무화하겠다”고 주장했다.
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