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되기 며칠 전 이었다.
저녁을 먹던 남편,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는것 같더니 슬그머니 말을 꺼내 놓는다.
" 이번 설날에 어머님 모시고 와야 겠어...."
' 허걱~~웬?.........'
잠시 동안 온갖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대소변을 받아 내야 하는 시어머님은 지금 요양병원에 계신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다.
남편만큼은 아니어도. 병원에서 쓸쓸히 명절을 맞이 하는 어머님이 안되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난 그저 세째 막내 며느리일뿐이고..........어머님은 지금 굉장히 힘든상황이고.....
하면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병치레를 해오신 어머님의 병간호는 늘 내 몫이었다.
유독, 날 편하게 생각하시는 부분도 부분이었거니와.
성질급하고 효자인 남편덕도 한 몫 했을 것이다.
" 난 네가 며느리라는 생각이 안들어.....딸같아..."
시어머님의 그런 말씀이 그저 좋았었다.
좋았었는데....
갈수록 그 좋았던 칭찬이...점점 부담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긴병에 효자 있을까?
병간호에 지쳐서 링거를 맞는일도 잦아지고..
늘 뒷치레로 들어가는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감도 커져 갔다.
어느 때부터인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하지만,,........불쌍하다.
인간적으로 너무 불쌍하시다.
그래 며칠 간일텐데.............꾹 참으면 될텐데...'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 그래...모셔오자..........하지만 나 비위약한거 알잖아...."
" 그건 내가 알아서 할께..."
남편이 대소변은 해결하기로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았다.
휠체어에 겨우 모시고 온 어머님을 티브이 있는 안방으로 ....
정신마저 혼미해져서 금방 했던 일도 기억 하지 못하는 치매 현상까지도 보였다.
쉴새 없이 요구하는 먹을거리, 그리고 대소변을 갈아야 하는 엄청 난 과제,
그 일을 찡그리지 않고 해 내는 남편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베어있는 것 같은 대소변 냄새...
염치없이 욱~~욱 거려지는 내 비위...
삼일동안,
외출 한 번 하지 못 하고, 티브이도 없는 거실에서, 서재에서, 부엌에서,
하루 대여섯 번의 식사 준비.. 정말 죽을 맛이었다.
한손으로는 자신을 보살피고.
다른 한손으로는 남을 보살피라는 뜻으로 우리의 손이 두개라고
아름다운 마음씨까지 가진 천사 오드리 헵번은 말했었다.
하지만,
다른 내 한 손은 욱~욱~ 거리며 비위를 참아 내야 하는 입 막음만 하고 있었다.
행여......병원으로 가시지 않는다고 하시면 어떡하지?
여기서 살고 싶다고 하시면 어떡하냐구...!
하는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는 이기적이고 이기적인 한 인간일 뿐!
언젠가는 남을 위해 봉사할거라는
막연한 생각들을 꿈이라 희망이라 이름 붙였던 우매한 한 인간이리 뿐!
" 너네 집이 편해서인지 잠이 잘 온다...얘..."
어머님의 말씀에도 소스라치게 놀래지는......
계산된 얄팍한 며느리의 마음을 아실까?
삼일동안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시는 어머님의 뒷모습이 애처롭다.
마지막 여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울컥 슬픔이 고인다.
" 고생 많았어.."
직접 말하지 못하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주는 남편의 목소리도 슬픔이다.
어제,
일요일 아이들과 같이 간 병원,
어머님의 얼굴이 한층 밝아 보인다.
어머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할께요~~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해 보았다.
조금은 그럴것 같기도 하긴해요..아이들도 같이 동참하는 편이라서~~
너무 솔직하고 착한 며느리... 남편분 정말 효자시네요...
제가 너무 솔직했져??................착한며느리는 아녀도 효자아들인건 분명해요...ㅎ
그냥...울엄마 생각이 나네요...
그렇겠어요~~~~~~~~~ㅠㅠ
포포님 나쁜며느리라면 저또한 비슷한 입장 같은 맘이니 나쁜며느리가 되겠지요...어머니 암투병 1년6개월 돌아가신지 1년지나 이어서 아번님 암투병5개월째...도움받을수 없는 외며느리라 경제적인문제부터 다...표현은 않하지만 힘겹네요 그래서 더 웃습니다. 일이아닌 내 생활이고 내복이며 다른이보다 잘하고 있다 스스로 칭찬하면서 ...홧이팅
풀잎동상이 이렇게도 차칸 동상일 줄이야...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내 생활이고 내 福이며 다른 이보다 잘 하고 있다'는 자기 암시를 통해 어려움을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까지도 있고....울 막내동상 홧팅!!!!
힘드셨겠어요..........마자요........다른이보다 잘하고 있는거~~
존 동생 두심을 ...추카요~~~ㅎ
큰오빠땜시 ...전 칭찬은 칭찬으로 듣는 긍정적인 성격인지라...감사... 포포님 제가 알기론 언니라고 들었는데....포포언니 우리 지금처럼만 더 잘할라 하면 쉽게 지치더라구요 지금처럼 이 맘 변하지만 말고 생활해요....
넵>>>> .......감사요~~
두 분, 짝짝짝...(한참 동안- 크고 힘차게)
이 글을 읽으며 어머님과 비슷한 처지인 저와 그리고 포포님과 비슷한 상황인 제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해 봅니다.제 입장에선 아주 가끔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며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괴롭게도 하네요.하지만 피할수도 없으니 받아 들여야지요
ㅠㅠ..............그래야겠지요..늘 죄송스런 마음이긴 하지만요~~
고생하셨군요.. 저도 시엄니, 친정엄니 두분이 모두 요양병원에 계세요. 시엄니는 지난 추석까진 시골집으로 모셨는데( 부산 우리집에서 제사 모시고, 시골가면서 모시고 감) 지난 설엔 그냥 병원에 계시도록 했어요. 아무래도 시골집이라 춥고, 규칙적인 식사를 안하시게 되니 탈도 나고 그랬거든요. 친정엄니는 조카들이 섣부르게 집으로 모셨다가 골절상을 입으셔서 고통이 말이 아니랍니다. 그냥 병원에 계셨더라면 편히 계실텐데., 생각하니 꼭 집으로 모시는것만이 효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이야 아프지만 연세 많으신 부모님께는 병원이 제일 안전하다는 생각입니다.
처음엔...........시어머님 눈물 지으시공~~에효~~병원이 어쩌면 서로를 위해 현명하단 생각이 들어요...~~연희님도 늘 맘 편하지 않으시겠어요..ㅠ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