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신혼 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박명수 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소유한 그는 퇴근 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한 시간 머물렀다가 집으로 들어간다.
차 안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아파트 거실이나 안방에서 게임을 하면 아내 눈치가 보인다.
박 씨는 차 안은 누구도 간섭받지 않는 나만의 안락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요즘 젊은 남자들에게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서는 것 같다.
일종의 움직이는 집(Mobile home) 기능을 한다.
어디서든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방이자 소우주다.
차 안에서 노래도 듣고, 게임도 하고,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고
심지어 전기차 SUV이니 주말에는 캠핑카로 활용하기에 제격이다.
전기차에서는 전기포트로 연결해 라면이나 커피도 끓여 먹을 수 있다.
차는 답답한 세상살이로부터 분리된 나의 전용 공간인 동시에 해방구가 된다.
박 씨에게 차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인 셈이다.
그래서인가 요즘 젊은 남자들은 취직만 하면 차부터 산다.
부모를 잘 만난 은수저나 금수저는 대학생부터 차를 타고 다녔을 것이다.
요즘 젊은 남자들의 로망은 3가지라고 한다.
첫째 슈퍼카,
둘째 해외여행,
셋째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가 그것이다.
슈퍼카는 가장 비싼 차, 흔히 말하는 명품카다.
음향이나 여러 장치가 더 잘 갖춰져 있을 것이다.
슈퍼카는 기성세대에게 초호화 아파트처럼
남들에게 자신을 뽐내거나 드러내는 수단이 될 것이다.
요즘 말하는 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플렉스(flex) 소비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마치 과잉 현시 증후군에 걸린 것 같다.
차는 승차감보다 하차감에서 탄다는 말이 나오는 말도 이 때문이리라.
문을 열고 내렸을 때 나를 봐주는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자신도 잘 나가고 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다.
슈퍼카를 갖지 못하는 남자들은
그보다 싼 수입 중고차를 차라도 사고 싶어 한다.
요즘 원룸촌에 국산 제네시스는 드물어도 BMW,
벤츠는 즐비하더라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이 비싼 차를 사고 유지할 여력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차는 돈이 아니라 용기로 산다라는 말이 회자하듯 잔뜩 빚을 내서 산다.
한마디로 빚내서 빛나는 인생을 살자라는 과시형 소비다.
하지만 감당을 못해 ‘카푸어’로 전락하는 때도 적지 않지만
차에 대한 욕망은 쉽게 버릴 수 없다.
젊은 남자의 차에 대한 애착을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턱없이 비싼 집을 살 수 없으니
차가 대체 욕구의 대상이 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30대 초반 남성은 기성세대처럼 집을 먼저 마련하고
차를 산다면 내 차 갖기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는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까
집보다 우선 구매 순위에 올리는 것이다.
남자들은 내 차 꾸미기를 좋아한다.
심지어 수백만 원을 들여 외관을 바꾸거나 개조를 한다.
차 엔진이나 실내 인테리어를 바꾸는
튜닝(tuning)이 하나의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니즈가 많다는 방증이다.
바람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차에서
남자는 야생마 같은 남성성을 느낀다.
도로를 굉음을 울리며 질주하는 폭주 승용차
운전자의 대부분이 남자인 것은 이런 까닭이다.
물론 이런 차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공해 차이자 민폐 차다.
남자의 본능을 표출하는 비뚤어진 방법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차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거나 성능을 높인 튜닝차라는 점이다.
여자들은 차 꾸미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단순히 이동수단인 차에 쓸데없이 돈을 바른다고 말이다.
대신 여자들은 콘크리트 둥지인 아파트 꾸미기를 좋아한다.
집 안의 인테리어와 벽지, 조명은 대부분 여성 취향이다.
그런 측면에서 차는 남자의 공간이고
집은 여자의 공간이다.
힘든 하루를 위로받고 마음 편히 쉴 수 있으며,
내 취향대로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곳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승용차나 집이나 비슷하게 홈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첫댓글 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