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승 출발 트럼프 재선땐… 한국내 자체 핵개발 압박 커질 것”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美대선, 올해 최대 지정학적 위험… 트럼프 북핵동결 수용 가능성
한미관계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韓방어’ 약속 파기 공포 커질수도”
빅터 차도 “美확장억제 약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 핵 동결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핵보유국화(化)로 한국에서도 자체적인 핵 억지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가속화될 겁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55·사진)은 동아일보에 “미 대선은 올해 세계가 맞을 가장 큰 지정학적 위험”이라며 ‘트럼프 2.0(두 번째 임기)’이 한반도에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첫 관문인 15일(현지 시간)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을 하며 재집권 가능성이 부각되자 미국에선 한국의 자체 핵 개발 가능성을 ‘트럼프 리스크’로 꼽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신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염두에 둔 북미 ‘핵 직거래’ 도박에 나섰다. 이에 대해 브레머 회장은 “이런 남북 상황에선 (한국 내) 동맹국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깨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레머 회장과의 인터뷰는 10일부터 여러 차례 이메일을 교환하며 서면으로 진행됐다.
―올해 미 대선이 국제질서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한마디로 세계 최대의 지정학적 리스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는 한국 등 동맹국들의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동맹들은 장기적인 안보 지원과 안정적인 경제·외교 관계에 있어 미국에 의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잃게 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한반도에 미칠 파장은….
“현 남북 관계 상황 속에선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깨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질 수 있다. 더불어 한국 내에서 핵 억지력 개발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북한과 직접 협상했다. 두 번째 임기를 맞게 되면 그는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 핵 동결을 받아들일 수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화로 한국에선 ‘자체 억지력(indigenous deterrent)’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으로 보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미 관계는 전반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 한미 관계는 역사상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새로운 집권 4년 동안에도 구부러질지언정 깨지진 않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한미일 3국 협력을 계승하려 할 것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와 앤디 임 연구원도 16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자세와 미국 본토에 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인근 동맹국에 대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위협과 분리하려는 의지는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승리는 북한의 도발을 감소시킬 수는 있어도 동시에 한국 국민들과 정책 결정권자 모두에 독자 핵무기 보유에 대한 요구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대신 도발 억제에 초점을 맞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이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대신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2023년 4월 채택)이 무력화된다. 북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핵 직거래로 끌어내려 한국에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과 미국 선거를 겨냥한 북한의 도발 우려가 크다.
“북한과 러시아 등 ‘악당들의 축(Axis of Rogues)’은 미국의 전략적 혼란을 이용하기 위한 공격에 나설 것이다. 북한은 4월 총선을 치르는 한국을 분열시키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허위정보 유포에 나설 수 있다.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들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