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저궤도 위성 5만 개… 별 보기, 하늘의 별 따기 되면 어쩌나
천체 관측 방해하는 인공위성
2020년 6월 22일 기준 지구 상공에 떠 있는 스타링크 인공위성의 궤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2030년 지구 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약 5만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천문학계는 비상이 걸렸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위한 위성 발사 등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궤도 위성이 태양 빛을 반사하면 천체망원경의 관측을 방해하게 된다. 단기간에 가장 많은 위성을 쏘아올린 스페이스X에 해결책을 요구하자 스페이스X가 위성의 빛 반사율을 낮춘 ‘다크샛’ 등을 발사했지만 역부족이다. 천문학계는 천체망원경의 노출 알고리즘을 보완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 태양 빛 반사시켜 천체 관측 방해
게티이미지코리아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이 천체 관측을 방해한다는 증거는 이미 확인됐다. 미·일·중 국제공동연구팀은 관측 사상 우주 가장 먼 곳에서 온 초강력 감마선을 관측했다며 2020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보고했다. 하지만 약 1년 뒤인 2021년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대 천문학과 연구팀은 해당 연구가 지구 궤도를 지나던 인공위성의 빛을 감마선으로 착각한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 공동연구를 주도한 장린화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이달 9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성이 정확한 순간에 먼 은하계를 관측하는 망원경 바로 앞을 지나갈 확률은 미미하다”며 반박했다. 이에 대해 천문학계는 위성이 천체 관측을 방해한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사건으로 여겼다.
위성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태양 빛을 반사하면 지상에서도 확인될 만큼 밝게 빛난다. 이 때문에 특정 밤 시간대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망원경을 노출시켜도 수백 개 위성이 함께 촬영된다. 최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연구원은 “천체망원경은 천체의 모양을 선명하게 담기 위해 천체가 움직이는 속도를 쫓아가며 촬영하는데 인공위성이 촬영되면 화면에 흰 선이 그려져 방해가 된다”며 “위성이 움직이는 속도가 천체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찾아내는 광대역 탐사 망원경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대역 탐사 망원경은 빠른 속도로 넓은 범위의 하늘을 훑기 때문에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을 미리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남방천문대(ESO)는 2020년 4월 광대역 탐사 망원경이 촬영한 이미지 중 절반이 인공위성의 영향으로 부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천문학계, 자구책 마련 나서
상황이 악화하자 스페이스X는 위성에 검은 도료를 코팅해 반사율을 낮춘 ‘다크샛’ 등을 시험 발사했다.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는 빛 공해 규제를 촉구하는 국제천문연맹(IAU) 산하 전문기구 ‘CPU’와 카이퍼 위성의 밝기를 감시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협의를 맺었다.
천문학계는 근본적인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위성이 하늘을 지나가는 시간대에 천체망원경의 노출을 끄고 깨끗한 밤하늘을 골라 관측하는 방식이다. 최 연구원은 “위성의 경로나 활동 시간대는 공개돼 있기 때문에 이 시간대를 피해 망원경을 작동시킨다면 비교적 깨끗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체 관측 데이터에서 인공위성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데이터만 추려내는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다.
천체망원경의 하드웨어 자체를 바꾸는 방법도 논의된다. 전하 결합 소자(CCD) 카메라 대신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카메라를 망원경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CMOS 카메라는 기존 CCD보다 1000배 더 빠른 속도로 매우 희미한 은하까지 촬영할 수 있다. 동일한 노출 시간 동안 이미지를 여러 장 촬영해 그중에서 가장 ‘평균값’에 가까운 깨끗한 천체 이미지를 선별하자는 방법이다.
하지만 국내 천문학계는 아직 실질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새 알고리즘에 따라 천체 망원경 인터페이스를 새로 구축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크게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