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이 한사코 원자력 발전을 적대시하더니, 급기야 가장 더울 때 에어컨도 꺼야 하는 한심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지난 15일 유동수 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전력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만약의 사태 대비책도 마련돼 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서는 탈원전 정책과 엮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난 19일에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13개 청사에 전력 소비 절약 요청 공문을 보냈다.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공기관의 에어컨 가동을 순차적으로 정지해달라는 산업통상자원부 요구가 담겨 있다. 이미 대기업에는 공장 가동 협조를 요청했음을 고려할 때, 민간에서도 그렇게 해 달라는 무언의 압박 성격도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선별진료소도 문을 닫는다.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는 ‘전기 공급 중단으로 선별진료소 운영이 중단됩니다. 07.19.(월)∼07.20.(화) 13시까지’라는 주민용 메시지를 발송했다. 행안부 공문에는 ‘공급 예비 전력은 4.0GW(약 4%)로 유지하나 보통 5.5GW가 안정적’이라고도 나와 있다. 올여름 예비 전력 부족을 자인한 셈이다. 전력 수급 불안은 이번 주만이 아니다. 산업부가 예상하는 최대전력 사용 시기는 8월 둘째 주다. 다급해진 정부가 그동안 적폐 취급을 해오던 원전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석탄·LNG(액화천연가스) 발전기를 조기 투입하는 외에, 정비나 안전조치 미흡을 이유로 문 닫았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도 재가동에 들어간다. 그토록 원전 가동을 가로막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갑자기 허용으로 선회하는 것이나, 기존 정비 일정까지 제멋대로 앞당길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 수요 예측도 엉터리다. 정부는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90GW로 전망했으나 산업부의 예상은 94GW다. 불과 7개월 만이다. 이쯤 되면 원전 경제성 조작에 이은 통계 조작 아닌가. 이처럼 탈원전 죄상(罪狀)이 점입가경이다. 정부 정책 자체를 처벌하긴 힘들지만,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고 근거까지 조작한 경우엔 반드시 엄단해 후대의 계(戒)로 삼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