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기억해야 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사소하게는 몸 스스로가 기억하고 있는 기상시간에서 우리가 기억하기 위해 정보를 저장해두는 알람시계, 핸드폰 전화번호, 컴퓨터의 온갖 자료들. 이렇게 우리는 기억해야하는 것들을 위해 기억하고 살고 있다. 언제였는지.. 내가 어떤 것을 생각하며, 기억하며 시간을 돌아보는 때를 즐겼었는가? 그렇게 기억하고 생각하는 때를 기다리긴 하는가? 예술가들은 삶의 기억들을 매시 기억하며 기억을 되짚는 일을 생활로 즐기곤 한다. 작가(예술가)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에 대해 표현하는 것에 앞서 늘 과거의 기억을 함께 살피는 시간을 가진다. 사람들이 기억 속의 어떤 것들로 인해 지금을 즐기고, 반성하고, 힘들어하거나 위로가 되는 등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중요한, 소중한, 뜻 깊은 기억들을 꺼내어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가들의 세계. 그들의 세계가 소중히 담기는 작품들은 그들의 보물이 아닐까? 그들은 늘 작품으로 사람들과 함께 숨쉬며 더 좋은 시간을 만들 수 있길 바라는 작가(예술가)들의 마음을 갤러리라는 공간 속에서 제시하게 된다. 자신을 보이는 작품세계 속에 기억이 가지곤 온 소중한 시간들. 사람들에게 잠시.. 스스로의 기억으로 자신을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억은... 그 속의 시간이 가졌던 상황이 어땠는가를 가진다. ‘기억’이 주는 추억을 더듬으며 기억하고 싶은, 기억나는 아름다운 시간을 떠올리며 또 다른 기억을 한 가지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사람들 속의 보물... 기억이라는 이름의 시간을 생각할 수 있는 보물창고로 초대한다.
김태희_The empty canvas_캔버스에 아크릴, 플라스틱 컵, 하늘 이미지_50×50×5cm_2006
강연희 ● 반복적인 사각의 색면은 퍼즐이 완성된 형태를 향해 조각을 맞춰가듯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퍼즐의 완성된 형태는 나의 내면에서 나온 형태이지만 단순함과 상징성으로 인해 각자의 기억속에 있는 풍경과도 오버랩된다. 김태희 ● 나에게 기억은 재구성된 이미지로서 저장되어있다. 때에 따라 배경이 변하고 상상이 첨가되기도 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기억은 볼 수 없지만 내가 원하는 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생각 속 이미지가 된다. 흩어져 있지만, 볼 수 없지만 나의 생각으로 이미지, 사물로 나타나게 된다. 하늘과 같은 무한한 창고 안에서...
김화슬_지난 여름의 기억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25×77cm_2000
박상미_space 4ea_종이에 잉크, 컬러_53×45cm×5_2006
박소연_이리와서 앉아, 나랑 놀자_장지에 채색_126×108.8cm_2006
김화슬 ● "…내리쬐는 햇볕에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사장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두꺼운 적막감이 쌓여있었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사람들로 시간은 멈춘 듯 했고, 파도가 사라진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짙푸른 빛으로 굳어있었다.그 해 여름, 나는 그 곳에 있었다.나는 그들을 깨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은 결코 깨어날 줄 몰랐다."-특정한 시간, 특정한 공간, 특정한 사람들. 우리의 기억은 대개 이러한 요소로 이루어진다. 정지된 이미지로서의 기억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만난다. 박소연 ● 시간이 흐를수록 색은 바래가지만, 그만큼 더 소중해지는 기억이 있다. 나에게 있어 인형의 형상은 나를 일상의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풋풋한 기억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 시간은 과거에 멈춰있기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그 곳에서 나를 기다려준다. 그림 속에서 인형들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관계(relation)에 처해있다. 인형 놀이의 한 장면처럼 연출된 그들은 보는 사람이 상상하기에 따라 여러 역할을, 혹은 성격을 부여 받게 된다. 그들은 사람의 모습을 닮아있지만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강요받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다. 인형놀이가 벌어진 그림판 위에선 미지와 상상의 가능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나는 인형놀이를 열며 나의 내면을 바라본다, 내 안에선 어떤 성격의 자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박승희_무제_PVC에 스티커, 아크릴_가변설치_2006
박은선_the pole_모시천, 조명_30×30×30cm_2006
박지선_무제_판화지에 펜_56×76cm_2006
안소현_MemoryⅡ_혼합재료_30×40×10cm, 35×25×8cm_2006
박승희 ● 시간이 흘러간다고 표현하듯이 기억도 흘러간다는 것을 느낀다.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기억은 그 때 그 순간 그대로의 것이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흩어졌다 다시 뭉치고 날아가다가 어느 때에 문득 돌아오기도 한다. 이러한 기억의 유연함. 그것은 인간이 가진 독특한 능력이자 흥미로운 사건이다. 박은선 ● 우리를 둘러싼 기둥... 나를 둘러싼 기둥.... 박지선 ● 나는 비밀 일기를 적어가듯이 기호화된 나만의 비밀언어로 내 이야기들을 종이위에 쏟아놓는다. 내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드로잉들이 모이면 지난 내 이야기들, 기억들을 담은 개인적인 자료가 된다. 그러나 관객은 내 드로잉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는 없다. 읽어낼 필요도 없다. 관객은 기호화된 복잡한 형상들 속에서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각자의 기억을 만들어간다. 안소현 ● 지금의 나...기억들의 흔적..그리고 ..
윤경미_기록된 인상_디지털 프린트, 드로잉_2006
이지연_기억을 그리다 #1_캔버스에 아크릴, 라인테이프_24.2×33.5cm, 22.2×27.5cm 외_2006
이향희_길을 따라 걷다보면_석고 및 혼합재료_25×360×5cm_2005-2006
윤경미 ● 어릴 적에 피아노를 유난히 치기 싫어했었다. 내 방 한구석에 있던 피아노가 밉기만 했다. 지금 그 피아노는 나에게 없다.시선과 손길, flow.. 마음 한 구석의 허전함,흔적은 나를 변화시킨다. 이지연 ● 그런 곳이 있다.여름날의 뜨거운 태양이 지나고 태풍이 몰아칠 때, 바람이 선선해지고 차가운 기운이 밀려올 때. 한 방울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기억이 마구 떠내려가는 곳이 있다. 지금. 어제. 그 때.지금과 그 때의 시간이 모두 묻어있는 곳. 이향희 ● 내 머릿속에는 산이 있다. 들판이 있다. 호수도 있다. 그다지 예쁘지 않은 동네가 있다. 그리고 닭장도 있다!! 동그랗게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못생긴 닭장과 투박한 집들이 대롱대롱 널려있다. 더 이상 흥미로움을 찾아볼 수 없는 마을에서 나는 산을 본다. 아, 저산, 저 넘어엔 뭐가 있담? 걸어갈 수밖에 없다. 아니, 내가 달리 뭘 타고 마을을 벗어나나? 나는 겨우 여섯 살인데! 무작정 길을 따라 걸어가본다. 그래봤자 아스팔트길밖에 없다. 길, 길, 길, 그리고 또 조금 더 큰 마을... 흘러흘러 한국최고의 스펙터클 도시, 서울 한복판에 나는 있다. 이 공간, 여기서 나는 무엇을 찾았나? 내가 산 넘어에서 발견하고자하던 것을 찾아내버렸나? 그리고 나는 무엇을 찾으려고 했는지 알아내었나?
장유정_A still life painting in my studio_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_48×31cm_2006
정유미_김 치~_장지에 먹, 아크릴_209×142cm_2006
정현주_네 화구박스는 플라스틱!_혼합재료(드로잉)_60×28×39cm_2006
장유정 ●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장면. 어느덧 나의 기억 속 이미지는 현실을 앞선다. 실재를 모델로 한 창작이아니라 시뮬라시옹Simulation을 흉내 내는 실재the real가 우리가 모방해야 할 유토피아이다. 일상의 한 순간을 아름다운 그림이나 영화 속의 멋진 장면처럼 느낌은 실재와 기억 속 가상 이미지의 모호한 경계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정유미 ● 친절한 인사는 낯설다. 어색한 인사가 익숙하다. 그 어정쩡한 표정을 기억한다.. 정현주 ● 지금 나는 플라스틱 재질 화구박스를 지니고 있다. 수납공간도 많고 가볍다. 처음 그림그릴 때 사용한 나의 화구박스는 나무 재질의 것이었다. 그 시절에는 대부분 나무화구박스를 지녔다. 무거웠음에도 예쁘다며 가지고 다녔고, 나는 그림 그리는 학도라고 뽐내는 듯 한 기분에 으쓱해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팔레트만 들어가면 가득 찰 정도로 좁은 수납공간과 나무의 묵직함은 실용적이지 못한, 참으로 불편한 화구박스였다. 그래도 처음 그림 그리던 때부터 학창시절까지 나와 함께 해 온 그 나무화구박스가 그립다.
조재영_바람_종이, 바늘_25×45cm_2006
조하민_주관적인 복원_플라스틱 조각, 유토_가변설치_2005
차경화_The Room_종이_30×40×10cm_2006
최종운_SPACE_한지에 채색_33×55cm_2006
조재영 ● 떠나온 곳에 대한 기억.... 조하민 ● 발견된 플라스틱 한 조각. 그 형태가 제공하는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 가장 객관적인 태도로 원래의 형상을 복원해본다. 그러나 아무리 객관적인 접근도 나의 지각의 통로를 경유하는 한 정도의 주관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 것. 차경화 ● 소유, 상실, 혼동, 추억, 착각, 망각, 감금. 그리고… 최종운 ● 기억은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처럼 다가온다. 공간,그 안에서 숨쉬고 있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