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마음의 CT 촬영, 금강경의 반야 공식
병원에 가면 CT 촬영을 합니다. CT는 우리 눈에 보이는 피부와 살 너머, 그 속에 감춰진 뼈와 장기의 상태를 꿰뚫어 보여줍니다. 『금강경』이 가르쳐주는 반야(般若)의 지혜는 바로 이와 같은 ‘마음의 CT’입니다. 그것은 사물의 겉모습에 속지 않고 그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입니다.
만약 우리에게 이 ‘마음의 CT’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겉모습이라는 환상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가게 됩니다.
1단계: 우리는 먼저 정의하고, 그 다음에 본다
부처님 당시에 잠부까라는 고행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50년간 바람만 먹고 살아간다는 명성으로 수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위대한 성자'라고 먼저 정의했고, 그의 모든 행동을 그 정의에 맞춰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잠부까의 본질을 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머릿속에 있는 '성자'라는 고정관념을 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언론인 월터 리프먼은 이처럼 고정관념이 우리의 인식을 지배하는 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먼저 보고 나서 정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먼저 정의하고 나서 본다. - 월터 리프먼
부처님께서 ‘마음의 CT’로 꿰뚫어 보시니, 그의 본질은 성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과거 생에 지은 악업의 과보로 남몰래 똥을 먹고 살아가는 가련한 존재였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첫 번째 정의는 대부분 피상적이며, 때로는 진실과 정반대이기도 합니다.
1구.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2구.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3구.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성철 스님의 말씀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본래 청원 유신 선사의 법문입니다. 범부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1구, 반야 수행을 시작해 고정관념이 실제가 아님을 보는 것이 2구, 사로잡힌 관념에서 자유로워져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3구입니다.1
2단계: 그 정의를 깨뜨리다 (卽非)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만든 첫 번째 정의를 과감히 깨뜨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깨뜨릴 수 있을까요?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작정 믿지 말고, 스스로 의심하고 검증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소문으로 들었다고 해서,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만으로 진실이라 받아들이지 말라. 경전에 쓰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논리적인 추론만으로, 스승이라는 이유만으로 진실이라 받아들이지 말라. 오직 스스로 관찰하고 사유하여, 이것이 유익하고 선하며 비난받지 않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라. - 『깔라마 경』
이처럼 의심하고 질문하는 용기야말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가장 강력한 망치입니다. 이것이 바로 선사가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단계이며, 『금강경』이 말하는 즉비(卽非)의 지혜입니다.
3단계: 그리고 다시 정의하여 운명을 바꾸다 (是名)
하지만 깨뜨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야의 지혜는 깨진 파편들을 모아 진실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재조립하여, 새로운 운명을 창조하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명(是名), 즉 ‘~이라고 이름한다’는 대긍정의 지혜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결국 우리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하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하라, 인격이 된다. 인격을 조심하라, 운명이 된다. - 작자 미상
부처님께서는 잠부까를 그저 ‘가짜 성자’라고 부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으셨습니다. 악업으로 고통받는 모습과, 그럼에도 2만 년간 수행을 놓지 않았던 선업의 공덕까지 동시에 꿰뚫어 보시고, 그를 ‘아라한이 될 수 있는 존재’라고 새롭게 정의하셨습니다. 이 새로운 정의가 그의 운명을 바꾸었고, 마침내 그는 아라한과를 성취했습니다.
수행자의 본분사는 이처럼 세상의 모든 겉모습을 끊임없이 재정의하며,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꿰뚫어 보는 것입니다.
[오늘의 처방]
[질문] 최근 내가 겉모습만 보고 사람이나 상황을 오해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액션 처방]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나 미워하는 사람을 하나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그 대상을 향해 조용히 ‘이것은 OOO이 아니다(卽非)’라고 속으로 말해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정답을 찾거나 문제를 없애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내가 붙들고 있던 고정관념에 작은 균열을 내는 ‘마음의 CT 촬영’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균열 사이로 새로운 지혜가 들어올 공간이 생깁니다.
[나의 처방전 실행하기]
- 내가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던 대상: ________________
- ‘OOO이 아니다’라고 했을 때 내 마음의 변화: ___________
첫댓글 감사합니다 스님 _()_
감사합니다. 스님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