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의 탄생과 종말
서우석/서울대학교 작곡과 졸업 서울대 명예교수
대중가요가 시장을 개척한 반면 가곡이 개척하지 못한 이유는 가곡이 생활에 밀착된
가사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라는 가사를
시장에 내미는 것과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묵힌채로 뒤돌아보고 또돌아보고"
라는 가사를 내미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전자는 학예회의 박수가 담겨있고 후자는 삶과 죽음의 처절함이 담겨있다.
예술은 현실을 떠난 정신적 활동"이라는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가곡은 스스로의 죽음을 통해 증명해준 것이다.
지식계층에 가한 서양음악의 충격이 가곡을 탄생시킨 반면 대중에게 가한 충격이 유행가
를 탄생시킨다 19세기 후반에 국악의 중요한 장르를 일으켰던 호남은 대중가요의 탄생에도
한몫을 한다.황성옛터.타향살이. 목포의 눈물 등이 초기에 등장하는 유행가들이다 그 이후
유행가의 가사는 현실을 반영한다.
1960년대 이후 뽕짝으로 불리던 대중가요의 변화는 악보교육을 받은 한글세대가 등장하는
1970년대 초에 시작된다. 대학가요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노래가 나타나고 노동자.음식점
종업원 버스차장 등 소비층을 일반 직장인에까지 확대한다
새로운 스타일은 "아침이슬"에서 시작된다.이 노래의 양식은 미괄법이다. 지금까지의 가요는
두괄법에 묶여있었다.노래의 시작부터 멜로디의 매력인 주-멜로디가 나타나는 것이 두괄법
이고 노래의 후반부에 메시지를 담는 것이 미괄법이다.
"아침이슬"은 후반부인 "나이제 가련다 저 넓은 광야로"에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괄법의
노래는 "사랑의 미로"에서 절정을 이룬다 후반의 가사인 '그대작은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마오 영원히"에서 보이는 선율적 격앙은 미괄법의 성공적인 사례일 것이다
한국의 가요가 동남아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이유중 하나가 미괄법스타일의 신선함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것이다.
가요의 가치관은 시장을 근거로 형성된 것이다 "아침이슬"은 학생데모를 암시하는 노래로
자리잡아 후에 금지곡이 되었고 "J에게"는 "JP"라는 정치인의 퇴장을 상징하는 노래로서
값을 얻게 되었다.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가 이산가족 찾기 사건으로 유행을 탄것도
우연이겠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대중가요의 종말을 장식한 노래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가 아닌가 싶다 대중가요는
1930년대 시작해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의 문을 닫고 "K-POP"이란 이름으로 새로
개업한다.소위 한류음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상황은 가사를 중얼거리며 낭독하는 90년대의 "rap"이후의 현상이다 이들 흐름은
포스트모더니즘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강남스타일"이후 70년의 세월을 풍미했던
대중가요는 그 생산의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중가요는 박물관의 유물로서
애써 찾는 사람들의 애호를 받는 옛날 음악으로 남게 될 것이다
서우석/서울대학교 명예교수.서울음대 작곡과.석사
저서:시와 리듬.시와 산문의 의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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