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이들이 숨져간 해란강에 나는 무얼 찾겠다고 서성이고 있는가 강물은 저만큼 뒤 안 돌아보고 흘러갔고 누워서 말없는 저 따뜻한 돌멩이들만 잘 왔노라 반겨주는데 해란강 해란강 목놓아 불러도 누이들은 보이지 않고 올려다 보이는 일송정 너머론 누이들 남색 치마물결로 곱게 물든 하늘만 높네
2.
내 아버지들 숨져간 해란강에 나는 무얼 찾겠다고 뒷짐지고 있는가 세월은 저만큼 뒤 안 돌아보고 스쳐갔고 피어서 고개들어 흔들리는 풀꽃들만 잘 왔노라 반겨주는데 해란강 해란강 소리쳐 불러도 흰옷자락 보이지 않고 올려다 보이는 일송정 너머론 송골매 한 마리 빙빙 돌며 맑게 씻긴 하늘만 높네
윤동주 시인의 생가 저녁노을 / 서지월
가고 없는 날들이 모여 불타고 있는 저 꽃밭 좀 봐! 가만있질 못하고 떠서 흐르는 꽃밭 좀 봐! 식지않은 하늘이 보여주는 뜨거운 심장의 꽃들이 뒤돌아보며 무어라 중얼거리네 죽어 말없는 시인은 하늘에 넋을 묻었나? 저녁이면 찾아와 붉게 타올랐다가 저승길 먼 듯 썰물지는 저것 좀 보아!
*[제9차 만주기행] 백두산에 올라, 민족서정시 <바람 불어 좋은 날>을
낭송하고 있는 서지월 시인 (2008년 9월 5일)
바람 불어 좋은 날 / 서지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색동저고리 날리는 바람이 분다 어느땐들 우리가 한식구 한솥에 밥 아니 먹고 북채 장구채 골라잡지 않았으리요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꽃 떨어지기 전에 부는 바람 임 보는 바람 꽃 떨어지고 부는 바람 열매 맺는 바람 백두산의 진달래꽃 피어서 꽃구경 가는 날 으스러진 강물이 땅을 울리고 으깨어진 어깨가 춤을 춘다 이 강산 햇빛 나고 구름 좋은 날 구름 위의 새소리 맑게 뚫리는 날 쓰린 발 쓰리지 않고 저린 손 저리지 않고 목마름도 피맺힘도 한풀꺾인 목숨이라 샘물 퍼내어서 버들잎 띄워 마시고 숨막히는 산고개도 넘어보면 훤한 이마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연지 찍고 분바르고 귀밑머리 날리는 바람이 분다, 소나무 가지 위에.
* 위 시 <바람불어 좋은 날>은 2008년 대한민국 합창가곡제에
임우상교수에 의해 민요조 합창가곡으로 작곡됨.
낙타풀의 노래 / 서지월
나는 너를 낙타풀이라 부른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 비 한 방울 입맞춤 하지 않는 수천년 세월동안 거기 뼈를 묻은 사람들 걸어서 天竺國까지 간 스님들 헤진 발바닥 소리까지 귀 없는 귀로 듣고 가시 돋힌 네 몸뚱아리 사막의 낙타는 피 흘리면서까지 너를 뜯어 먹으며 비단을 실어 날랐지 나는 네가 남아서 지키고 있는 그 길을 실크로드라 부른다 오늘의 내가 그 길따라 비단금침의 꿈 버리지 못하고 벋어가는 것은 낙타풀 네가 있기 때문이다
내 사랑 / 서지월
길을 가다가도 문득 하늘을 보다가도 문득
지금은 안 보이지만 생각나는 사람
이 하늘 아래 꽃잎 접고 우두커니 서 있는 꽃나무처럼
내 생각의 나뭇가지는 서(西)으로 뻗어 해지는 산 능선쯤에 와 있지만
밥을 먹다가도 문득 다른 길로 가다가도 문득
안 보면 그뿐이지만 생각나는 사람
포옹무한(抱擁無限) / 서지월
살다보면 하늘이 맑게 보여 사랑하는 법 익히고 비오는 날은 배깔고 누워 뒤척이다가 천정보면서 한숨도 쉬지만 우리가 정작 사랑할려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할려면 마음에 쓴 모자를 벗고 편하게 안길 일이다 서로 안아줄 일이다
해란강 누이가 일송정을 올려다 보며 `오라버니, 하늘이 너무도 맑아요!’ 하니, 일송정 오라버니는 `누이가 비치고 있는 치마물결 역시 너무나 곱네!` 하며, 둘이는 온종일 정다운 오누이가 되어 있었다
三兄弟 江 / 서지월
백두산에서 흘러내리는 삼형제 강! 서으론 압록강, 북으론 송화강 동으론 두만강이다 백두산할아버지는 압록강과 송화강 두만강 삼형제를 길러 길이길이 백의민족 역사 뻗어가라고 잘 길러 내었지 그 강가에서 목 놓아 울기도 했으며 말 달리기도 했건만 아버지의 아들 그 아들의 아들들, 어디로 가 엎드리었고 들풀만 돋아나 아우성같이 흔들리고 있는가 금 그으며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짓 힐끔 내려다보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구름송이 그 어느 것에도 마음 달래 수는 없었다
백도라지꽃의 노래 / 서지월
내 마음 알리 뉘 있으리 말(馬)은 천리를 가고 물은 만리를 흐른다 하나, 길을 가다가 客死한 사람들의 발자국 이미 지워진지 오래 무덤 위에 핀 무덤꽃같은 흰옷 입고 입 맞추는 바람꽃 같은 내 마음 속 깊은 뜻 뉘라서 알리 오직 말 못하는 죄 하나로 코 박고 살아도 지나간 천년의 세월 서럽다 생각하기 전에 꽃대궁 밀어올려 말없는 잠 長天에 풀어내는 것을 어이타 나를 두고 떠나시는가 어느 집 문간에는 적막을 깨뜨리는 哭소리 차마 투정하듯 바라볼 뿐이네
제9차 만주기행에서 백두산 등정했는데 장백폭포 아래에서 고이 간직해 떠온
천지생수를 한 잔 기자에게 따루어 주었다.
신 귀거래사 新 歸去來辭 / 서지월
꽃은 피어서 무색하지 않고 바람은 불어서 가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다가다 만난 사람 옷자락 끝에도 풋풋한 인정은 피어나고 새소리에 귀 열리나니
오, 하늘 아래 해와 달 별들이 늘 곁에서 무병장수 빌어주나니
숲이 우리들 식탁인 것을 흙이 우리들 양식인 것을
구름 떠 오면 늘 그대로인 청산이 반가운 손님 맞이하듯
훈훈한 돌의 향기와 흐르는 물소리의 여운이 피 맑게 해 주나니
벗이어, 한 바가지의 물 버들잎 띄워 천천히 들이키듯 우리 목 축이며 살아가세
한국의 달빛 / 서지월
쟁반 위에 놓여져 床을 받치고 더러는 바람부는 청솔가지 솔잎 사이로 물소리 흩뿌리는 수작을 걸면서 억겹 산을 넘어 지름길로 오는구나.
玉돌이야 갈고 닦아 서슬이 푸른 밤 싸늘한 바위 속 어둠 밝히며 쟁쟁쟁 울려오는 은쟁반 소리 은쟁반 위의 거문고, 바람이 훔쳐내는 나의 파도소리…….
옛날엔 이런 밤 홀로 걸었노라. 걸어서 거뜬히 몇 십리도 갔노라 짚세기 신고 돌담길 세 번쯤 돌아 모시적삼 남끝동 임을 만나고 수줍어 돌아서는 강물도 보고 손 포개고 눈 포개고 달빛 또한 포갰노라.
창망히 멀어져 간 수틀 위 꽃밭과 애달피 구슬꿰는 피리소리가 시렁 위에 얹혀서 돌아올 때면 쑥꾹쑥꾹 쑥꾹새는 숲에서 울고 칭얼칭얼 어린것은 엄마품에 잠든다.
비슬산 참꽃 / 서지월
비슬산 참꽃 속에는 조그만 초가집 한 채 들어 있어 툇마루 다듬잇돌 다듬이 소리 쿵쿵쿵쿵 가슴 두들겨 옵니다
기름진 땅 착한 백성 무슨 잘못 있어서 얼굴 붉히고 큰일 난 듯 큰일 난 듯 발병이 나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
꽃이야 오천년을 흘러 피었겠지만 한 떨기 꽃속에 초가집 한 채씩 이태백 달 밝은 밤 지어내어서 대낮이면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어머니 누나들 그런 날의 산천초목 얄리얄리 얄랴셩 얄랴리 얄라, 쿵쿵쿵쿵 물방아 돌리며 달을 보고 흰 적삼에 한껏 붉은 참꽃물 들었었지요
내 누이들이 숨져간 해란강에 나는 무얼 찾겠다고 서성이고 있는가 강물은 저만큼 뒤 안 돌아보고 흘러갔고 누워서 말없는 저 따뜻한 돌멩이들만 잘 왔노라 반겨주는데 해란강 해란강 목놓아 불러도 누이들은 보이지 않고 올려다 보이는 일송정 너머론 누이들 남색 치마물결로 곱게 물든 하늘만 높네
2.
내 아버지들 숨져간 해란강에 나는 무얼 찾겠다고 뒷짐지고 있는가 세월은 저만큼 뒤 안 돌아보고 스쳐갔고 피어서 고개들어 흔들리는 풀꽃들만 잘 왔노라 반겨주는데 해란강 해란강 소리쳐 불러도 흰옷자락 보이지 않고 올려다 보이는 일송정 너머론 송골매 한 마리 빙빙 돌며 맑게 씻긴 하늘만 높네
윤동주 시인의 생가 저녁노을 / 서지월
가고 없는 날들이 모여 불타고 있는 저 꽃밭 좀 봐! 가만있질 못하고 떠서 흐르는 꽃밭 좀 봐! 식지않은 하늘이 보여주는 뜨거운 심장의 꽃들이 뒤돌아보며 무어라 중얼거리네 죽어 말없는 시인은 하늘에 넋을 묻었나? 저녁이면 찾아와 붉게 타올랐다가 저승길 먼 듯 썰물지는 저것 좀 보아!
*[제9차 만주기행] 백두산에 올라, 민족서정시 <바람 불어 좋은 날>을
낭송하고 있는 서지월 시인 (2008년 9월 5일)
바람 불어 좋은 날 / 서지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색동저고리 날리는 바람이 분다 어느땐들 우리가 한식구 한솥에 밥 아니 먹고 북채 장구채 골라잡지 않았으리요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꽃 떨어지기 전에 부는 바람 임 보는 바람 꽃 떨어지고 부는 바람 열매 맺는 바람 백두산의 진달래꽃 피어서 꽃구경 가는 날 으스러진 강물이 땅을 울리고 으깨어진 어깨가 춤을 춘다 이 강산 햇빛 나고 구름 좋은 날 구름 위의 새소리 맑게 뚫리는 날 쓰린 발 쓰리지 않고 저린 손 저리지 않고 목마름도 피맺힘도 한풀꺾인 목숨이라 샘물 퍼내어서 버들잎 띄워 마시고 숨막히는 산고개도 넘어보면 훤한 이마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연지 찍고 분바르고 귀밑머리 날리는 바람이 분다, 소나무 가지 위에.
* 위 시 <바람불어 좋은 날>은 2008년 대한민국 합창가곡제에
임우상교수에 의해 민요조 합창가곡으로 작곡됨.
낙타풀의 노래 / 서지월
나는 너를 낙타풀이라 부른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 비 한 방울 입맞춤 하지 않는 수천년 세월동안 거기 뼈를 묻은 사람들 걸어서 天竺國까지 간 스님들 헤진 발바닥 소리까지 귀 없는 귀로 듣고 가시 돋힌 네 몸뚱아리 사막의 낙타는 피 흘리면서까지 너를 뜯어 먹으며 비단을 실어 날랐지 나는 네가 남아서 지키고 있는 그 길을 실크로드라 부른다 오늘의 내가 그 길따라 비단금침의 꿈 버리지 못하고 벋어가는 것은 낙타풀 네가 있기 때문이다
내 사랑 / 서지월
길을 가다가도 문득 하늘을 보다가도 문득
지금은 안 보이지만 생각나는 사람
이 하늘 아래 꽃잎 접고 우두커니 서 있는 꽃나무처럼
내 생각의 나뭇가지는 서(西)으로 뻗어 해지는 산 능선쯤에 와 있지만
밥을 먹다가도 문득 다른 길로 가다가도 문득
안 보면 그뿐이지만 생각나는 사람
포옹무한(抱擁無限) / 서지월
살다보면 하늘이 맑게 보여 사랑하는 법 익히고 비오는 날은 배깔고 누워 뒤척이다가 천정보면서 한숨도 쉬지만 우리가 정작 사랑할려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할려면 마음에 쓴 모자를 벗고 편하게 안길 일이다 서로 안아줄 일이다
해란강 누이가 일송정을 올려다 보며 `오라버니, 하늘이 너무도 맑아요!’ 하니, 일송정 오라버니는 `누이가 비치고 있는 치마물결 역시 너무나 곱네!` 하며, 둘이는 온종일 정다운 오누이가 되어 있었다
三兄弟 江 / 서지월
백두산에서 흘러내리는 삼형제 강! 서으론 압록강, 북으론 송화강 동으론 두만강이다 백두산할아버지는 압록강과 송화강 두만강 삼형제를 길러 길이길이 백의민족 역사 뻗어가라고 잘 길러 내었지 그 강가에서 목 놓아 울기도 했으며 말 달리기도 했건만 아버지의 아들 그 아들의 아들들, 어디로 가 엎드리었고 들풀만 돋아나 아우성같이 흔들리고 있는가 금 그으며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짓 힐끔 내려다보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구름송이 그 어느 것에도 마음 달래 수는 없었다
백도라지꽃의 노래 / 서지월
내 마음 알리 뉘 있으리 말(馬)은 천리를 가고 물은 만리를 흐른다 하나, 길을 가다가 客死한 사람들의 발자국 이미 지워진지 오래 무덤 위에 핀 무덤꽃같은 흰옷 입고 입 맞추는 바람꽃 같은 내 마음 속 깊은 뜻 뉘라서 알리 오직 말 못하는 죄 하나로 코 박고 살아도 지나간 천년의 세월 서럽다 생각하기 전에 꽃대궁 밀어올려 말없는 잠 長天에 풀어내는 것을 어이타 나를 두고 떠나시는가 어느 집 문간에는 적막을 깨뜨리는 哭소리 차마 투정하듯 바라볼 뿐이네
제9차 만주기행에서 백두산 등정했는데 장백폭포 아래에서 고이 간직해 떠온
천지생수를 한 잔 기자에게 따루어 주었다.
신 귀거래사 新 歸去來辭 / 서지월
꽃은 피어서 무색하지 않고 바람은 불어서 가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다가다 만난 사람 옷자락 끝에도 풋풋한 인정은 피어나고 새소리에 귀 열리나니
오, 하늘 아래 해와 달 별들이 늘 곁에서 무병장수 빌어주나니
숲이 우리들 식탁인 것을 흙이 우리들 양식인 것을
구름 떠 오면 늘 그대로인 청산이 반가운 손님 맞이하듯
훈훈한 돌의 향기와 흐르는 물소리의 여운이 피 맑게 해 주나니
벗이어, 한 바가지의 물 버들잎 띄워 천천히 들이키듯 우리 목 축이며 살아가세
한국의 달빛 / 서지월
쟁반 위에 놓여져 床을 받치고 더러는 바람부는 청솔가지 솔잎 사이로 물소리 흩뿌리는 수작을 걸면서 억겹 산을 넘어 지름길로 오는구나.
玉돌이야 갈고 닦아 서슬이 푸른 밤 싸늘한 바위 속 어둠 밝히며 쟁쟁쟁 울려오는 은쟁반 소리 은쟁반 위의 거문고, 바람이 훔쳐내는 나의 파도소리…….
옛날엔 이런 밤 홀로 걸었노라. 걸어서 거뜬히 몇 십리도 갔노라 짚세기 신고 돌담길 세 번쯤 돌아 모시적삼 남끝동 임을 만나고 수줍어 돌아서는 강물도 보고 손 포개고 눈 포개고 달빛 또한 포갰노라.
창망히 멀어져 간 수틀 위 꽃밭과 애달피 구슬꿰는 피리소리가 시렁 위에 얹혀서 돌아올 때면 쑥꾹쑥꾹 쑥꾹새는 숲에서 울고 칭얼칭얼 어린것은 엄마품에 잠든다.
비슬산 참꽃 / 서지월
비슬산 참꽃 속에는 조그만 초가집 한 채 들어 있어 툇마루 다듬잇돌 다듬이 소리 쿵쿵쿵쿵 가슴 두들겨 옵니다
기름진 땅 착한 백성 무슨 잘못 있어서 얼굴 붉히고 큰일 난 듯 큰일 난 듯 발병이 나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
꽃이야 오천년을 흘러 피었겠지만 한 떨기 꽃속에 초가집 한 채씩 이태백 달 밝은 밤 지어내어서 대낮이면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어머니 누나들 그런 날의 산천초목 얄리얄리 얄랴셩 얄랴리 얄라, 쿵쿵쿵쿵 물방아 돌리며 달을 보고 흰 적삼에 한껏 붉은 참꽃물 들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