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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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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싶은 시 스크랩 해란강에 와서 외 / 서지월
동산 추천 0 조회 13 14.08.04 11:2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해란강에 와서 / 서지월

 

 

1. 

내 누이들이 숨져간 해란강에
나는 무얼 찾겠다고 서성이고 있는가
강물은 저만큼 뒤 안 돌아보고 흘러갔고
누워서 말없는 저 따뜻한 돌멩이들만
잘 왔노라 반겨주는데
해란강 해란강 목놓아 불러도
누이들은 보이지 않고
올려다 보이는 일송정 너머론
누이들 남색 치마물결로 곱게 물든 하늘만 높네

 

2. 

내 아버지들 숨져간 해란강에
나는 무얼 찾겠다고 뒷짐지고 있는가
세월은 저만큼 뒤 안 돌아보고 스쳐갔고
피어서 고개들어 흔들리는 풀꽃들만
잘 왔노라 반겨주는데
해란강 해란강 소리쳐 불러도
흰옷자락 보이지 않고
올려다 보이는 일송정 너머론
송골매 한 마리 빙빙 돌며 맑게 씻긴 하늘만 높네
 

 

 

 

 

 

 

 

윤동주 시인의 생가 저녁노을 / 서지월  

 

 

가고 없는 날들이 모여 불타고 있는
저 꽃밭 좀 봐!
가만있질 못하고 떠서
흐르는 꽃밭 좀 봐!
식지않은 하늘이 보여주는
뜨거운 심장의 꽃들이 뒤돌아보며
무어라 중얼거리네
죽어 말없는 시인은 하늘에
넋을 묻었나?
저녁이면 찾아와 붉게 타올랐다가
저승길 먼 듯 썰물지는
저것 좀 보아!

 

 

 

 

 

 

  *[제9차 만주기행] 백두산에 올라, 민족서정시 <바람 불어 좋은 날>을

    낭송하고 있는 서지월 시인  (2008년 9월 5일)

 

 

바람 불어 좋은 날 / 서지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색동저고리 날리는 바람이 분다
어느땐들 우리가 한식구 한솥에
밥 아니 먹고
북채 장구채 골라잡지 않았으리요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꽃 떨어지기 전에 부는 바람 임 보는 바람
꽃 떨어지고 부는 바람 열매 맺는 바람
백두산의 진달래꽃 피어서 꽃구경 가는 날
으스러진 강물이 땅을 울리고
으깨어진 어깨가 춤을 춘다
이 강산 햇빛 나고 구름 좋은 날
구름 위의 새소리 맑게 뚫리는 날
쓰린 발 쓰리지 않고
저린 손 저리지 않고
목마름도 피맺힘도 한풀꺾인 목숨이라
샘물 퍼내어서 버들잎 띄워 마시고
숨막히는 산고개도 넘어보면 훤한 이마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연지 찍고 분바르고 귀밑머리 날리는
바람이 분다, 소나무 가지 위에.

 

 

* 위 시 <바람불어 좋은 날>은 2008년 대한민국 합창가곡제에 

  임우상교수에 의해 민요조 합창가곡으로 작곡됨. 

 

 

 

 

 

 

 

 

 

낙타풀의 노래 / 서지월

 

 

나는 너를 낙타풀이라 부른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
비 한 방울 입맞춤 하지 않는
수천년 세월동안 거기
뼈를 묻은 사람들
걸어서 天竺國까지 간
스님들 헤진 발바닥 소리까지
귀 없는 귀로 듣고 가시 돋힌
네 몸뚱아리
사막의 낙타는 피 흘리면서까지
너를 뜯어 먹으며
비단을 실어 날랐지
나는 네가 남아서 지키고 있는 그 길을
실크로드라 부른다
오늘의 내가 그 길따라
비단금침의 꿈 버리지 못하고
벋어가는 것은 낙타풀
네가 있기 때문이다

 

 

 

 

 

 

 

내 사랑 / 서지월 

 

 

길을 가다가도 문득
하늘을 보다가도 문득

지금은 안 보이지만
생각나는 사람

이 하늘 아래 꽃잎 접고
우두커니 서 있는 꽃나무처럼

내 생각의 나뭇가지는
서(西)으로 뻗어 해지는
산 능선쯤에 와 있지만

밥을 먹다가도 문득
다른 길로 가다가도 문득

안 보면 그뿐이지만
생각나는 사람

 

 

 

 

 

 

 

 

포옹무한(抱擁無限) / 서지월

살다보면 하늘이 맑게 보여
사랑하는 법 익히고
비오는 날은
배깔고 누워 뒤척이다가
천정보면서
한숨도 쉬지만 우리가
정작 사랑할려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할려면
마음에 쓴 모자를 벗고
편하게 안길 일이다
서로 안아줄 일이다

 

 

 

 

 

 

 

산다는게 뭐 별것 있는가 / 서지월

 

 

산다는게 뭐 별것 있는가
강으로 나와 흐르는
물살 바라보든가, 아니면
모여있는 수많은 돌멩이들
제각기의 모습처럼
놓인 대로 근심걱정 없이
물소리에 귀 씻고 살면 되는 것을

산다는게 뭐 별것 있는가
강 건너 언젠가는 만나도질
사람 그리워 하며 거닐다가
주저앉아 풀꽃으로 피어나면 되는 것을
말은 못해도 몸짓으로
흔들리면 되는 것을

산다는게 뭐 별것 있는가
혼자이면 어떤가
떠나는 물살 앞에 불어오는
바람이 있는 것을
모습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그 모두가 우리의 분신인 것을

산다는게 뭐 별것 있는가
하늘 아래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목숨인 것을
  

 

 

 

 

 

 

 

 

가난한 꽃 / 서지월

 

 

금빛 햇살 나려드는 산모롱이에
산모롱이 양지짝 애기풀밭에
꽃구름 흘러서 개울물 흘러서
가난한 꽃 한 송이 피어납니다
나그네가 숨이 차서 보고 가다가
동네 처녀 산보 나와 보고 가다가
가난한 꽃 그대로 지고 맙니다

꽃샘바람 불어오는 산고갯길에
고개 들면 수줍은 각시풀밭에
산바람 불어서 솔바람 불어서
가난한 꽃 한 송이 피어납니다
행상 가는 낮달이 보고 가다가
동네 총각 풀짐 놓고 보고 가다가
가난한 꽃 그대로 지고 맙니다

 

 

 

 

 

 

 

인생을 묻는 그대에게 / 서지월

 

 

부는 바람 탓하지 마라
예비된 몸짓인 것을

지는 꽃 한탄하지 마라
작별의 시간인 것을

앞서 가는 자 부러워 마라
먼저 일어나 걸어가는 것을

높은 나무의 열매 부러워 마라
부귀영화가 매달려 있음이 아닌 것을

 

 

 

 

 

 


꽃잎이여 / 서지월

 

 

한 세상 살아가는 법
그대는 아는가.
물빛, 참회가 이룩한
몇 소절의 바람
옷가지 두고 떠나는 법을
아는가.

눈물도 황혼도
홑이불처럼 걷어내고
갓난 아기의 손톱같은
아침이 오면
우린 또 만나야 하고
기억해야 한다.

꽃이 피는 것과 소유하는 일이
서로 반반씩 즐거움으로 비치고 있는
그 뒤의 일을
우린 통 모르고 지내노니

흉장의 일기장 속
꼭꼭 숨은 줄로만 아는
풀빛, 그리울 때
산그림자 슬며시 내려와 깔리는 법을
아는가.

눈썹 위에 눌린 천정을 보며
아들 낳고 딸 낳고
나머지는 옥돌같이 호젓이 앉았다가
눈감는 법을
그대는 아는가.

 

 

 

 

 

 

 

 

강물과 빨랫줄 / 서지월

 

 

 

오늘도 어머니는
강물을 훔쳐 와
한 자락씩 줄에 너신다.
누런 호박오랭이 썰어 말리듯이

 

햇빛은 항시
정면으로 부딪쳐 오는 것이지만
얼굴 없는 바람은
부뚜막 위에서 불고
장독대를 넘어와
어머니의 허이여신 머리칼 위에도
분다.

 

하늘과 땅 그 크낙한
화해를 위해
세상의 이쪽과 저쪽의 분별(分別)을 위해
두 귀 바지랑대는
생명의 줄을 튼튼히 받치고 있다.

 

천년풍우 그 어느날에도
우리의 제기(祭器), 제기(祭器) 같은 것.

 

먼 산 그리메 숱한 메밀밭 위으로
낮달이 조을고
젖은 빨래의
그 휴식(休息)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파란 하늘은 아득히 멀고
나는 왠지 눈물이 핑 돈다.

 

 

 

 

 

 

 

일송정과 해란강 / 서지월

 


해란강 누이가
일송정을 올려다 보며
`오라버니, 하늘이 너무도 맑아요!’
하니, 일송정 오라버니는
`누이가 비치고 있는 치마물결
역시 너무나 곱네!`
하며, 둘이는 온종일
정다운 오누이가 되어 있었다

 

 

 

 

 

 

三兄弟 江 / 서지월

 

 

백두산에서 흘러내리는 삼형제 강!
서으론 압록강, 북으론 송화강
동으론 두만강이다
백두산할아버지는 압록강과
송화강 두만강 삼형제를 길러
길이길이 백의민족 역사
뻗어가라고 잘 길러 내었지
그 강가에서 목 놓아 울기도 했으며
말 달리기도 했건만
아버지의 아들 그 아들의 아들들,
어디로 가 엎드리었고
들풀만 돋아나 아우성같이
흔들리고 있는가
금 그으며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짓
힐끔 내려다보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구름송이
그 어느 것에도 마음 달래 수는 없었다

 

 

 

 

 

 

 

 

백도라지꽃의 노래 / 서지월 

내 마음 알리 뉘 있으리
말(馬)은 천리를 가고 물은 만리를
흐른다 하나, 길을 가다가
客死한 사람들의 발자국 이미 지워진지 오래
무덤 위에 핀 무덤꽃같은
흰옷 입고 입 맞추는 바람꽃 같은
내 마음 속 깊은 뜻 뉘라서 알리
오직 말 못하는 죄 하나로
코 박고 살아도 지나간 천년의 세월
서럽다 생각하기 전에
꽃대궁 밀어올려 말없는 잠
長天에 풀어내는 것을
어이타 나를 두고 떠나시는가
어느 집 문간에는 적막을 깨뜨리는 哭소리
차마 투정하듯 바라볼 뿐이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9차 만주기행에서 백두산 등정했는데 장백폭포 아래에서 고이 간직해 떠온

천지생수를 한 잔 기자에게 따루어 주었다. 

 

 

 

신 귀거래사 新 歸去來辭 / 서지월  



꽃은 피어서 무색하지 않고
바람은 불어서 가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다가다 만난 사람 옷자락 끝에도
풋풋한 인정은 피어나고
새소리에 귀 열리나니

오, 하늘 아래 해와 달 별들이
늘 곁에서 무병장수 빌어주나니

숲이 우리들 식탁인 것을
흙이 우리들 양식인 것을

구름 떠 오면
늘 그대로인 청산이
반가운 손님 맞이하듯

훈훈한 돌의 향기와
흐르는 물소리의 여운이
피 맑게 해 주나니

벗이어, 한 바가지의 물
버들잎 띄워 천천히 들이키듯
우리 목 축이며 살아가세

 

 

 

 

 

 

 

 

 

한국의 달빛 / 서지월

 

 

쟁반 위에 놓여져
床을 받치고
더러는 바람부는 청솔가지 솔잎 사이로
물소리 흩뿌리는 수작을 걸면서
억겹 산을 넘어
지름길로 오는구나.

玉돌이야 갈고 닦아 서슬이 푸른 밤
싸늘한 바위 속 어둠 밝히며
쟁쟁쟁 울려오는 은쟁반 소리
은쟁반 위의 거문고, 바람이 훔쳐내는
나의 파도소리…….

옛날엔 이런 밤 홀로 걸었노라.
걸어서 거뜬히 몇 십리도 갔노라
짚세기 신고 돌담길 세 번쯤 돌아
모시적삼 남끝동 임을 만나고
수줍어 돌아서는 강물도 보고
손 포개고 눈 포개고 달빛 또한 포갰노라.

창망히 멀어져 간 수틀 위 꽃밭과
애달피 구슬꿰는 피리소리가
시렁 위에 얹혀서 돌아올 때면
쑥꾹쑥꾹 쑥꾹새는 숲에서 울고
칭얼칭얼 어린것은 엄마품에 잠든다.
 
 

 

 

 

 

 

 

 

 

 

비슬산 참꽃 / 서지월 

 

 

비슬산 참꽃 속에는 조그만
초가집 한 채 들어 있어
툇마루 다듬잇돌 다듬이 소리
쿵쿵쿵쿵 가슴 두들겨 옵니다

 

기름진 땅 착한 백성
무슨 잘못 있어서 얼굴 붉히고
큰일 난 듯 큰일 난 듯 발병이 나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

 

꽃이야 오천년을 흘러 피었겠지만
한 떨기 꽃속에 초가집 한 채씩
이태백 달 밝은 밤 지어내어서
대낮이면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어머니 누나들 그런 날의 산천초목
얄리얄리 얄랴셩 얄랴리 얄라,
쿵쿵쿵쿵 물방아 돌리며 달을 보고
흰 적삼에 한껏 붉은 참꽃물 들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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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서정시인의 삶과 길, 홀로 가는 머나먼 길 - 서지월시인

 

글자 그대로 가창(嘉昌), 아름다울 '가(嘉)', 창성 '창(昌)'이다.

그러니까 아름답게 번성해 간다는 뜻의 지명을 가진 곳으로, 남쪽으로는

청도로 넘어가는 팔조령이 바람막이처럼 둘러쳐져 있고 남동쪽이 되는

그 왼쪽에는 청룡산이 우뚝 솟아 웅혼한 정기를 토해내고 있다.

오른쪽 산허리를 감아돌아 나오면 신라시대의 고찰인 남지장사가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앉아 있기도 하다. 

 

 

공기 좋고 물 맑기로 이름나 요즈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지나는

곳이기도 하며, 이제는 서지월시인이 태어나서 '우리시대 마지막

서정시인' 또는 '90년대 소월'로 평가받으며 줄곧 살아오고 있음은

문단 밖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남다른 창작열과 직장없이 20년 가까이 줄곧 전업시인

길을 걸어옴으로써 부러움(?)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2000년도에는 정부에서 수행한 '전업작가 정부특별문예창작지원금'

일천만원을 수혜함으로써 전업시인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진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시인 서지월, 그는 태생부터 남다르다. 일년 가운데 가장 원기왕성

날로 고래로부터 꼽아오고 있는 음력 5월 5일, 단오날 태어났다.

태어난 시(時)도 자, 축, 인, 묘, 진으로 헤아리는 다섯번째인 진시(辰時)

생이다. 팔령도사는 서지월시인의 이런 사주를 두고 황룡이 네 마리나

들어있는 특이한 사주로 남다른 데가 있는 괄목상대의 괘라 한다. 

그런 만큼 본명이 서석행인 시인이 필명을 '지월(芝月)'로 한 것은,

생년월일시 모두가 5자가 다섯인 만큼 5월 난초의 의미에서 따온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지란(芝蘭)'에서 '지초 지(芝)'자와 오천년

역사의 한국인의 표상인 '달 월(月)'자를 합해서 그렇게 지은 것

이라 한다.

 

서지월시인은 대구달성서씨 본토박이로 이곳 달성군 가창면 대일리

371번지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살아오고 있는 보기 드문 향토

시인이기도 하다. 지금은 37세까지 살았던 생가에서 결혼

분가해 나와서 산비탈 전셋집을 전전긍긍하고 있으나 고향인 가창을

떠나지 않갰다는 굳은 소신을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전원시인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 그러니까 37세라는 늦깎기결혼을 하여

1남 1여두고 있는데 시인의 가정인 만큼 남다른 데가 있다.
열 세 살난 딸 다미(茶美)는 중국의 시성 두보의 자 '자미(子美)'에서

따와 서지월시인이 직접 작명했으며, 아홉 살인 아들 대원(大源)이는

미당 서정주시인이 지어준 큰 이름이라 한다.

족보에 의하면, 미당은 조선조 최고의 문인인 서거정 형님의 후손

이며 서지월시인은 서거정의 후손이라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조상 가운데 시 잘 짓고 가무 즐기는 한량이 계셨는데 그분의

혼령이 내림해 지금의 서지월시인이 살아가는 전형적 모습이라는

것이다.


서지월시인은 결혼해서 분가하면서 마당에 놓여있던 <호박돌>

<맷돌> 하나씩 가지고 나왔는데 그것이 전재산이었다고 말한다.

가세가 가울 대로 가운 처지라 그 두 개의 돌이 가난한 시인의

전부인 셈이다. 오히려 그게 시인에게는 <가난한 꽃>의 시인으로

면모를 갖추게 되는 숙명적인 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서지월시인의 시세계는 전통어법에 충실하면서 민족적 숨결과

한국적 정한을 담아냄으로써 우리 고유의 얼과 맞닿아 있음은

물론, 백의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남달리 노래함으로써 민족

서정시인으로서 자리매김되는 평가도 받게 된 것이다.

 

일찌기 미당같은 시인은 '하늘의 해까지를 동일체험자로 만들어

놓은 서지월시인의 데포르마숑의 재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고은시인은 서지월시인의 인간상을 두고 '금방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 아니라 오래 타오르는 장작불'이라 했는가

하면, 거기다가 '오래 지속적으로 뜨뜻함을 더해가는 느긋한

구들돌이다고 말한 대목을, 상기해 봄직하다.

 

초등학교 시절 이발소에 갔더니 이발사가 서시인의 눈을 보고

총명하다고 하며 한번 보고 들으면 모르는게 없을 정도라 했는

하면, 나이 사십이 다 되어갈 무렵에는 미술작품 전시장에

갔다가 잠시잠깐 눈이 부딪혔던 어느 여류화백이 '눈빛이

보통사람과 달라. 보통분이 아니셔!...」라고 다른 사람에게

귀뜸해 준 일화도 가지고 있는가 하면, 어느 해에는 통허스님

직접 대놓고 하는 말인 즉 '대구에는 현재 시인다운 시인이

없어! 상화와 육사 이후로 말일세. 그런데 독보적으로 단 한

사람이 보이는군. 지금이 시작이오!' 라고 서지월시인 앞에서

대놓고 하는 말을 곁에서 직접 듣기도 했는데 '수많은 시제가

나오긴 하나 선생을 능가할 시제자는 없어!'하고 잘라 말하기

도 한 일화가 그것이다. 

또, 스스로 주역을 통탈한 어떤 중년여성은「아무리 짚어봐도

대구땅에는 남을만한 시인은 을미(乙未)생인 서선생뿐이셔!

지금은 난세같이 다 잘난 듯 활거하고 있지만 나중가면 다

사라두고 봐.」다른 시인들이 들어면 핀잔 받을 일이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닌 여러차례 짚어보며 피력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주위의 법사들도 한 목소리로 '10년 앞을

훤히 내다볼 줄 아시는 분이시네! 인생을 관통하고 살아가시니,

토정(土亭:이지함) 못지 않으셔!' 하고 자라 바꾸어 앉자고 했다

는 일화도 한 몫더한다.

 

서지월시인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안이 벙벙해진다했다.

물론 <명상록>따위를 많이 독파한 것은 아니다. 단지, 문학과

역사의식에 철두철미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과 민족문화의 숨결

과 토속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식견이 그것과 맥을 이어 상통한

점이 있는지 모르지만, 가만 있는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화상>을 읽어주니 고마울 따름이나 많이도 멍청하게 살아

왔다고 한다.

 

지금 서지월시인의 명성이 중국 뿐만 아니라 현해탄 건너 일본

시단에까지 강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만주땅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시인으로 자리매김 되어있기도 하며, 2002년도인

지난해 중국 <장백산문학상>을 수상했는가 하면, 한 중 일 문학

교류의 장인 <2002 실크로드 아시아시인대회>에 참석해 한국

측 사회자로 활동하면서 일본 최대 시인단체인 <地球詩>주관

한국초청시인으로 일본시 축제에 참가했다.

새시집 표제이기도한 시작품 <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

가 곧 일본어로 번역되어 일본 문예잡지에 특집으로 수록된다.

 

현대시창작전문사숙인 대구시인학교에서 시창작 강의를 15년째

하고 있는데, 전국의 저명시인, 문학박사, 대학교수들까지 문의

빗발치고 있다.

'어떻게 가르치기에 유능한 시인들이 배출되느냐?'가 관심사

대상이 되어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대구시인학교 뿐만 아니라 동아백화점 문예창작강좌에

이어 MBC문예창작강좌 롯데백화점 문예창작강좌 지도시인

으로, 그리고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 문예창작과 주임교수로

신인배출의 최전선에서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대표시로 <가난한 꽃>을 꼽는다.

7·5조의 민요조에 소박미가 넘쳐흐르는 시구절 「금빛 햇살

나려드는 산모롱이에 / 산모롱이 양지짝 애기풀밭/ 꽃구름

흘러서 개울물 흘러서 / 가난한 꽃 한 송이 피어 납니다 /

나그네가 숨이 차서 보고 가다가 / 동네처녀 산보 나와 보고

가다가 / 가난한 꽃 그대로 지고 맙니다」 

이처럼 변함없이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서지월시인

자신의 인생역정을 '홀로 가는 머나먼 길'이라 한다.

 

한 가지 가슴아픈 일은, 가창ㅡ청도간 도로가 곧 6차선으로 확장

따라 서지월시인이 태어나서 37년간 독수공방하듯 <문학의

산실>막중한 역할을 해왔던 생가 그 사랑채마저도 헐릴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앞마당과 뒤뜰 채마밭 석류나무 감나무마저 자취없이 사라지면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되니까 말이다. 오늘도, 서지월시인의

생가에서 훤히 올려다 보이는 감투봉시인을 길러낸 표상인 양

우뚝 솟아있을 뿐, 이런 안타까움전혀 모르는 양 아무 말이 없다.

 

서지월시인의 생가인 대일리 317번지에는 손 위의 형이 <토담식당>

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손칼국수전문식당을 경영하며 생계를 이어

가고 있는데 신문사 기자들과 많은 문인들이 단골로 찾아들고 있다

한다.

 

 

 

 

 

徐廷柱시인이 30분만에 서지월 시인에게 직접 써준 

'동천(冬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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