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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급돈어(信及豚魚)
믿음이 돼지나 물고기처럼 하찮은 존재에까지 미친다는 뜻으로, 돼지나 물고기 등 무심한 생물조차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신의의 지극함을 이르는 말이다.
信 : 믿을 신
及 : 미칠 급
豚 : 돼지 돈
魚 : 물고기 어
출전 : 역경(易經)
이래는 김풍기 교수의 '믿음이 감동을 준다'는 글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읽히는 고전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야기 중 하나는 믿음에 관한 것이다. 사람의 삶에서 신뢰와 배신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굉장한 흥미를 유발한다. 이는 그만큼 일상에서 배신당할 가능성이 많다는 뜻도 된다.
어떤 일은 너무 자잘해 배신당한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일은 너무 가슴 아픈 배신이어서 평생 잊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철저히 신의를 지킨다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쩌면 배신이 난무하는 세상에 대한 하소연의 맥락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정치권이 국민의 조롱거리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고향 마을만 해도 그렇다. 해마다 장마철이면 떠내려가는 다리를 튼튼하게 놓아주겠노라며 선거철마다 와서 공약을 내걸지만, 그 다리는 20년이 지나도록 해마다 떠내려 가고는 했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든 군의원에 출마하든, 혹은 누가 출마하든 그들이 내건 공약을 살펴보면 대부분 비슷하다. 이처럼 표절이라도 한 듯 비슷한 공약을 보면서 유권자들은 누구를 찍든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신이 ‘믿음’이 감동을 준다 출마하는 직위의 권한을 벗어나는 공약을 내걸기도 한다.
대학의 학생회장선거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본다. 반값 등록금이 학생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자 어떤 학생회장 후보는 자신이 그것을 앞장서서 실현하겠노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렇지만 반값 등록금이 어찌 학생회장의 권한이겠는가. 비단 대학의 학생회장 선거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선거에서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무슨 말이든 해놓고 막상 그 자리를 차지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입을 싹 닦는 사람이 허다하다.
도대체 사람들의 관심만 따져 무작정 공언하고 보는 사람이라면 과연 그의 발언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일까?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의 유대감
몇 년 전, 중학교 졸업 30주년 행사에 참가했다. 시골 촌놈들이 모여 하는 행사여서 그리 대단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철부지 어린아이들을 이만큼 키워주신 선생님들을 모시기로 했다. 연락되는 분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다행히 필자의 담임선생님과는 연락이 닿았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조금 일찍 도착하신 선생님을 모시고 동해가 바라 보이는 찻집에 자리 잡고 앉아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 가운데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특히 가슴에 남았다.
담임 선생님은 20대의 나이에 시골 중학교로 발령받아 모든 것이 낯설었는데, 뜻밖에 교장선생님이 자신의 선친과 세교(世交)가 있던 분이어서 다행스럽고 기쁘더라고 했다.
정신 없이 학기 초를 마치고 제법 생활에 익숙해진 5월 초 어느 날 교장선생님이 찾으셔서 갔더니 아주 낡은 책을 한 권 꺼내 주시더라는 것이었다. 한국 역사에 관한 책이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 머뭇거리자 교장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 책은 선생님 선친의 책입니다. 젊은 시절 선생님 선친께서 이 책을 소장하신 것을 보고 며칠 보자 하고 빌렸지요. 그런데 그 직후 전쟁이 터지면서 헤어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여태껏 책을 돌려드리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볼 때마다 어떻게 돌려드려야 하나 생각했지요. 살면서 저 스스로 신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선생님이 우리 학교로 오셔서 함께 생활하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이제 아드님께 이 책을 돌려드리게 되었으니 저로서는 그동안 지키지 못했던 신의를 지키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하숙집으로 돌아와 책장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감격스럽더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셨다.
신급돈어(信及豚魚)
믿음이 돼지나 물고기처럼 하찮은 존재에까지 미친다
이 말씀을 하시던 담임 선생님이나, 듣고 있던 우리는 모두 무언가 아련한 마음으로 지난 세월을 돌아보았다. 생각해 보면 당시 그 교장 선생님은 다른 분과는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분이었다.
어쩌다 비는 시간이 있으면 들어오셔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고, 복도에서 벌을 서는 친구가 있으면 슬며시 교장실로 데려가 다정한 미소와 함께 왜 벌을 받는지 저간의 사정을 물어 보시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라면 무엇이든 믿게 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딱히 믿어 달라고 호소하지 않으셨지만 우리 사이의 믿음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어느 사이엔가 강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옛날에 빌린 책을 돌려주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물건이 아닌 것을 가져가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행실은 안 봐도 뻔하다. 사소한 행실에 그 사람의 일생이 모두 들어 있는 법 아니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의란 거대담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몸짓과 한마디 말에서 시작된다.
또한 신의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사귀면서 지켜본 한 사람의 삶이 일관한다는 판단이 서야 비로소 신의가 생긴다.
그렇게 보면 오래된 책 한 권이라 할지라도 자기 마음에 거리낌이 있다면 돌려줄 방법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름 없는 필부의 삶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한 지역이나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의 언행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창 선거철이다. 선거기간에 쏟아진 수많은 말이 어떻게 지켜질지 궁금하다.
시간이 흐르면 국민이 자신이 함부로 내세웠던 공약을 잊어버릴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민을 내세워 자신이 내걸었던 공약은 어느 순간 자신을 향한 화살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않겠다면서 침을 튀겼던 많은 후보를 우리는 기억한다. 또한 그렇게 뱉은 말조차 책임지지 못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그러면서 가슴에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깊이 쟁여둔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신급돈어(信及豚魚)라는 말이 있다. 돼지나 물고기는 정말 하찮은 존재다. 그런 존재에까지 믿음이 미쳤다는 뜻이다.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거짓과 불신이 횡행하는 시대를 끝내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것이 아니다. 통일이니 화합이니 안보니 경제회복이니 하는 큰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것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리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 믿음은 물론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들의 작은 행동, 말 한마디가 쌓이고 쌓여 생긴다. 그렇게 생겨난 믿음이라야 이 땅의 가장 낮은 곳까지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 信(믿을 신)은 ❶회의문자로 䚱(신)은 고자(古字), 㐰(신), 孞(신),은 동자(同字)이다. 人(인)과 言(언; 말)의 합자(合字)이다. 사람이 말하는 말에 거짓이 없는 일, 성실을 말한다. 옛날엔 사람인변(亻)部에 口(구)라 썼으며(㐰), 또 말씀 언(言)部에 忄(심)이라 쓴 글(䚱) 자체도 있다. ❷회의문자로 信자는 ‘믿다’, ‘신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信자는 人(사람 인)자와 言(말씀 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믿다’라는 뜻은 人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㐰(믿을 신)자가 먼저 쓰였었다. 이후 소전에서는 口자가 言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표현한 信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어야 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信자는 ‘믿다’나 ‘신뢰하다’, ‘신임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信(신)은 ①믿다 ②신임하다 ③맡기다 ④신봉하다 ⑤성실하다 ⑥~에 맡기다 ⑦확실하다 ⑧마음대로 하다 ⑨알다 ⑩신의(信義), 신용(信用), 신표(信標) ⑪편지(便紙ㆍ片紙), 서신(書信) ⑫정보(情報) ⑬증거(證據), 기호(記號) ⑭서류(書類) ⑮소식(消息), 소식을 전하는 사람 ⑯확실히 ⑰정말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믿을 시(恃),믿을 양/량(諒),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의심할 의(疑)이다. 용례로는 믿고 받드는 일을 신앙(信仰), 믿고 의지함을 신의(信倚), 믿음성이 있는 사람을 신인(信人), 믿고 일을 맡기는 일을 신임(信任), 믿고 받아 들임을 신수(信受), 믿음직하고 착실함을 신실(信實), 변하지 않은 굳은 생각을 신념(信念),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신도(信徒), 옳다고 믿는 마음을 신심(信心), 믿고 따라 좇음을 신종(信從),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을 신용(信用), 남을 믿고 의지함을 신뢰(信賴), 성서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그리스도에 대한 자기의 신앙을 공적으로 나타내는 일을 신앙고백(信仰告白), 신앙을 가지고 종교에 귀의하는 영적 생활을 신앙생활(信仰生活), 믿음은 움직일 수 없는 진리이고 또한 남과의 약속은 지켜야 함을 신사가복(信使可覆), 옳다고 믿는 바대로 거리낌 없이 곧장 행함을 신심직행(信心直行), 꼭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을 신지무의(信之無疑), 돼지나 물고기 등 무심한 생물조차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는 신급돈어(信及豚魚), 상을 줄 만한 훈공이 있는 자에게 반드시 상을 주고 벌할 죄과가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신상필벌(信賞必罰) 등에 쓰인다.
▶️ 及(미칠 급)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의 뒤에 손이 닿음을 나타내며, 앞지른 사람을 따라 붙는 뜻으로 사물이 미침을 나타낸다. 전(轉)하여 도달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及자는 ‘미치다’나 ‘이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치다’라는 것은 어떠한 지점에 ‘도달하다’라는 뜻이다. 及자의 갑골문을 보면 人(사람 인)자에 又(또 우)자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붙잡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다다르고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及자는 ‘미치다’나 ‘이르다’, ‘도달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及(급)은 ①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닿다 ②미치게 하다, 끼치게 하다 ③이르다, 도달하다 ④함께 하다, 더불어 하다 ⑤함께, 더불어 ⑥및, 와 ⑦급제(及第)의 준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떨어질 락/낙(落)이다. 용례로는 과거에 합격함을 급제(及第), 임기가 다 되었음을 급과(及瓜), 뒤쫓아서 잡음을 급포(及捕), 마침내나 드디어라는 급기(及其), 배우려고 문하생이 됨을 급문(及門),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지나간 일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미치게 하는 것을 소급(遡及), 널리 펴서 골고루 미치게 함을 보급(普及), 마침내나 마지막이라는 급기야(及其也), 어떤한 일의 여파나 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차차 넓어짐을 파급(波及),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수레도 사람의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사불급설(駟不及舌),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족탈불급(足脫不及), 학문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쉬지 말고 노력해야 함을 학여불급(學如不及), 자기 마음을 미루어 보아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거나 행동한다는 추기급인(推己及人),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다는 후회막급(後悔莫及), 형세가 급박하여 아침에 저녁일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는 조불급석(朝不及夕) 등에 쓰인다.
▶️ 豚(돼지 돈)은 회의문자로 돼지 시(豕; 돼지)部와 月(월; 肉)로 이루어졌다. 멧돼지와 구별해 제사에 고기를 바치는 돼지 즉 돼지의 뜻이다. 그래서 豚(돈)은 ①돼지 ②새끼돼지 ③자기(自己) 아들의 겸칭(謙稱) ④흙부대 ⑤혼돈한 모양 ⑥지척거리다 ⑦숨다, 은둔하다 ⑧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돼지 해(亥)이다. 용례로는 돼지 우리를 돈사(豚舍), 돼지 가죽을 돈피(豚皮), 돼지고기로 식용으로 하는 돼지의 고기를 돈육(豚肉), 돼지와 물고기로 미련하고 못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돈어(豚魚), 돼지의 겨드랑이 살을 돈박(豚拍), 돼지의 불알을 돈란(豚卵), 돼지 기름을 돈지(豚脂), 어리석고 철이 없는 아이라는 뜻으로 남에게 자기의 아들을 낮추어 부르는 겸사말을 돈아(豚兒), 돼지를 기름을 양돈(養豚), 개와 돼지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미련하고 못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견돈(犬豚), 닭과 돼지로 가축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계돈(鷄豚),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염돈(鹽豚), 남에게 대하여 자기의 둘째 아들을 낮추어 이르는 말을 차돈(次豚), 다 큰 돼지를 성돈(成豚), 새끼 돼지나 어린 돼지를 유돈(幼豚), 주로 고기를 얻으려고 살지게 기르는 돼지를 육돈(肉豚), 씨를 받으려고 기르는 돼지를 종돈(種豚), 남에게 대한 자기 아들의 낮춤말을 미돈(迷豚), 다잡지 아니하여 제 멋대로 자라난 아이를 욕하는 말을 방돈(放豚), 미련한 아들이란 뜻으로 남에게 대하여 자기의 아들을 낮추어 이르는 말을 가돈(家豚), 돼지 발굽과 술 한 잔이라는 뜻으로 작은 물건으로 많은 물건을 구하려 한다는 말을 돈제일주(豚蹄一酒), 돼지나 물고기 등 무심한 생물조차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신의의 지극함을 이르는 말을 신급돈어(信及豚魚), 닭과 돼지가 한데 어울린다는 뜻으로 같은 고향 사람끼리 서로 친목을 도모함을 이르는 말을 계돈동사(鷄豚同社), 처자妻子를 겸손하게 부르는 말을 형처돈아(荊妻豚兒) 등에 쓰인다.
▶️ 魚(고기 어)는 ❶상형문자로 漁(어)의 고자(古字), 鱼(어)는 통자(通字)이다. 물고기 모양을 본뜬 글자로, 한자의 부수로서는 물고기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魚자는 ‘물고기’를 그린 글자이다. 魚자는 물고기를 그대로 그린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魚자를 보면 물고기의 주둥이와 지느러미가 잘 묘사되어 있었다. 이후 해서에서 물고기의 몸통과 꼬리를 田(밭 전)자와 灬(불 화)자로 표현하게 되면서 지금의 魚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魚자는 물고기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활용될 때는 주로 어류의 종류나 부위, 특성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魚(어)는 성(姓)의 하나로 ①물고기 ②물속에 사는 동물의 통칭(通稱) ③바다 짐승의 이름 ④어대(魚袋: 관리가 차는 고기 모양의 패물) ⑤말의 이름 ⑥별의 이름 ⑦나(인칭대명사) ⑧고기잡이하다 ⑨물에 빠져 죽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생선을 가공해서 말린 것을 어물(魚物), 물고기 잡는 그물을 어망(魚網), 물고기를 잡거나 기르는데 쓰이는 항아리 모양으로 만든 유리통을 어항(魚缸), 물고기의 알을 어란(魚卵), 물고기와 조개를 어패(魚貝), 생선 파는 시장을 어시장(魚市場), 물고기의 종류를 어종(魚種), 낚시로 고기잡이하는 데 쓰는 배를 어선(魚船), 물고기를 기름 또는 기른 물고기를 양어(養魚), 말린 물고기를 건어(乾魚), 미꾸릿과의 민물고기를 추어(鰍魚),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를 청어(靑魚), 멸치과에 딸린 바닷물고기를 행어(行魚), 퉁가리과의 민물고기를 탁어(馲魚), 은어과의 물고기를 은어(銀魚), 가오리과에 딸린 바닷물고기를 홍어(洪魚), 가물치과에 딸린 민물고기를 흑어(黑魚), 학꽁치과의 바닷물고기를 침어(針魚), 멸치과의 바닷물고기를 약어(鰯魚), 동자개과에 딸린 민물고기를 종어(宗魚), 잉어과의 민물고기를 타어(鮀魚), 철갑상어과의 바닷물고기를 심어(鱘魚), 제사 상을 차릴 때에 어찬은 동쪽에 육찬은 서쪽에 놓음을 이르는 말을 어동육서(魚東肉西), 어魚자와 노魯자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몹시 무식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로불변(魚魯不辨), 물고기와 물처럼 친한 사이라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의 친밀한 사이 또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 사이를 일컫는 말을 어수지친(魚水之親),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이 매우 친근한 사이를 일컫는 말을 어수지교(魚水之交), 고기 대가리에 귀신 상판때기라는 뜻으로 괴상 망측하게 생긴 얼굴을 형용하는 말을 어두귀면(魚頭鬼面), 고기가 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목숨이 붙어 있다 할지라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을 비유하는 말을 어유부중(魚遊釜中), 잉어가 용으로 화한다는 뜻으로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 양명함을 이르는 말을 어룡장화(魚龍將化), 물고기의 눈과 연산의 돌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가 옥과 비슷하나 옥이 아닌 데서 허위를 진실로 현인을 우인으로 혼동함을 이르는 말을 어목연석(魚目燕石), 물고기는 대가리 쪽이 맛이 있고 짐승 고기는 꼬리 쪽이 맛이 있다는 말을 어두육미(魚頭肉尾), 물고기 떼나 새 때가 흩어져 달아난다는 뜻으로 크게 패망함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어궤조산(魚潰鳥散),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었다는 뜻으로 어릴 적에는 신통하지 못하던 사람이 자란 뒤에 훌륭하게 되거나 아주 곤궁하던 사람이 부귀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어변성룡(魚變成龍), 글자가 잘못 쓰였다는 뜻으로 여러 번 옮겨 쓰면 반드시 오자誤字가 생긴다는 말을 어시지혹(魚豕之惑), 용과 같이 위엄 있는 모양을 하고 있으나 실은 물고기라는 뜻으로 옳은 듯하나 실제는 그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질용문(魚質龍文)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