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묵호에 장사하러 와서, 20년이 지나고, 아내와 헤어지고 큰딸 백혈병 걸리고 작은딸 간호사가 되고, 돈도 많이 벌었다.
아마 묵호에서 살다 죽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묵호의 영원한 여행자다. 방랑자이자 유목민이다.
여행은 돌아다니면서 먹고 사진 찍은 것이 아니라, 직관하고 공감하고 삭제하고 강조하고 회상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묵호여객선터미날, 묵호어판장 논골길 논골담길 월소택지 묵호등대 도째비골을 갔다 왔다.
여객선 터미널은 울릉도로 가는 승객이 기다리고 있었고 여객선이 대기하고 있었다.
묵호어판장에서 기성호와 흥복호와 커피 명숙이 사기친 이야기도 하고 명숙이 동생 미숙이가 묵호시장에서 밥집을 하는 이야기를 했다.
논골담길 입구의 난자 누나와 100년 넘은 탱자나무 밑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묵호등대에 올라가서 동해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중간에 나포리 다방은 발한 삼거리에 있다가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왔다.
나포리다방은 과거 머구리들의 집합소였다.
월소택지는 과거 애견 데니와 장군이와 산책을 하던 곳이고, 아내와 쑥을 뜬던 곳이다. 제법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아내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월소택지에서 집을 짓고 살았을 것이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묵호 사투리로, 천곡동 술집마담이 살던 곳이다.
새털구름이 떠있는 것으로 봐서 내일은 비가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