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읽어봤으면 해서 퍼왔어요 ^^
서프라이즈 `갸가가`님의 글 입니다
곧 풀려나와 공항 출구를 나오며 꽃다발에 살아난 기적을 간증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나오다 열혈 네티즌의 계란 세례를 맞게 되는 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처음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피랍 일주일이 넘은 오늘 안타깝게도 한 생명이 벌써 희생되었고 22명의 생명을 결정하게 될 협상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소적 리플과 비판도 해프닝처럼 '살아온다.'는 희망이 뚜렷했을 때 (끝나면 일상의 안전으로 돌아가는 영화 속의 비극처럼)즐길 만(?) 한 것이지 사람이 죽고 또 다른 생명이 위급한 지금 그리 가볍게 느낄 수는 없다. (지지든 볶든!) 일단 살아와서 보자. 이것이 지금 드는 가장 절박한 생각이다.
아프간 친구가 피랍 나흘짼가, 곧 다들 풀려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슬픈 얼굴로 그들이 나오고 나면 피랍지역은 정부군과 탈리반의 전투로 초토화될 것이라며 "그들은 평생의 지옥을 잠시 경험하고 안전한 부자나라(부자교회)로 돌아가지만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그 아비규환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내일도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그곳의 삶은 피랍종료와 함께 세상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고...브레이트의 글 비슷하게 '우리는 나오고 그들은 남았다'로 끝나는...
그래서인지 좀처럼 아프간의 아비규환은 우리를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비규환의 상처를 한반도에 새겨놓으려는 듯... 사실 언론을 보면 (당연한지 모르지만) 피랍의 끝을 바라볼 수 없는 지금도 한반도의 어느 한 사람도 아프간에 대한, 그곳의 삶과 생명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듯하다. (물론 의무사항은 아니다)그리고 왜 그들이 피랍될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적 이유에 대한 분석 또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전쟁터이니까,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아비규환에 들어갔으니까 물어볼 것이 없다고 그런 곳에 가면 납치되고 죽는 것이 당연하다고... 나도 그런 단순한 생각을 하며 글질을 해댔던 것을 고백한다. 오늘 유럽저널에 나온 아프간의 상황 악화와 미래에 대한 분석을 읽으며 다시 한번 우리가 맞이하는 이 난국을 총체적으로 짚어보게 된다.
극동의 작은 나라,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에 육박하는 선진국에, 한해에도 수십만이 해외로 나가는 국제화된 나라라고는 하나, 사실 우리는 비교적 '중립외교'를 유지하며 어느 쪽에도 미움받지 않으며 그럭저럭 국제분쟁과는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신문 첫면의 60% 이상이 국제 정세를 다루는 유럽의 신문들(특히 독일과 영국)과는 달리 거의 전면이 국내의 사건 사고로 메워진 한국의 언론은 우리의 이러한 정황을 다시 한번 말해준다. (찌라시들, 정부가 아프간 현지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욕하기 전에 지금까지 (아프간 상황 등) 국제정세에 대해 제대로 된 르포라도 하나 써본 적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
이런 (비교적)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다시 한번 국제적 분쟁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 (철없고 무모하기 그지없고 아직도 목적이 불분명하지만) 분쟁지역에 (단기선교의 절차를 통한)봉사라는 이유를 걸고 (거 참 복잡하다!) 단체로 들어가다 억류되어 일부 양심적 기독교인들과 전 국민들에게 영원히 갚을 수 없는 민폐를 끼치게 되었다.
어느 철없는 아이들이나 노올자 당처럼 '우리가 뭔상관'이냐며 '철군' '반전'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무뇌적 반응은 세계화로 인한 국제 이해관계의 복잡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유아적 단순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자와 친구하자는 샬라라 공주적 환상!)
한 국가가 발전한다는 것은 그 국제적 영향력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제적 발언권과 선진(강대)국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손에 흙 안 묻히고 등따신 집안에 앉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휴머니즘적 파병도 필요하고 구호도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가 가만히 있더라도 (심지어 막더라도) 잉여 재원이 넘쳐나면 (물론 이러한 잉여재원의 집중과 비합리적 소비는 대부분 분배의 불합리에서 발생한다) 여행이든 봉사든 구호든 선교든 어떤 형태로든 속이 많아 터진 김밥(?)처럼 뻗어나가기 마련이다.(이번 사안에 대한 면죄부는 절대 아님!)
물론 나는 이런 무리하고 의미 없는 무뇌적 활동을 결사반대한다. 선교뿐만 아니라 구호와 봉사는 최대의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이번 일에서처럼 안하느니만 못한 엄청난 사회/경제/정치적 부작용을 유발하게 된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 이러한 활동을 국가가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아프간의 피랍지 주민의 말을 빌면 사실 피랍된 인근 지역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본 구호봉사가 매우 활발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학교도 지어지고 병원도 세워졌고 여러 가지 구호 프로그램도 활발한...
그러나 이라크전으로 인해 아프간 안정은 뒤로 밀려나고 증강이 필요한 다국적군의 전력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남부에서부터 알카이다와 연계한 탈리반의 적극적인 공략으로 안전지대를 모두 빼앗기게 되었다고 한다. 미군이 탈리반 및 알카이다와 빈 라덴을 쫓는 작전 지대이긴 하나 정부나 다국적군이 지배적 치안을 담당할 수는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간 전쟁의 이해세력이었던 지역 탈리반과 지방 핵심무장 세력인 '워로드'들이(사실 지역으로 가면 탈리반, 워로드 세력 등의 경계선은 명확하지 않다) 얼마 전부터 해당 지역이 안정과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는 것을 고의적으로 사보타지 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의 강화와 안정으로 (전쟁이 지속되어야만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아편, 무기장사, 사병조직의 지속 등의) 전시이익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자 이들은 과거 선하고 중립적인 '좋은 구호자'들과 '적대적 무장군' 사이의 구분을 무시하고 '발전과 안정' 자체를 그들의 적으로 삼게 되어버렸다.
도로와 병원과 학교 등 사회를 발전시키는 기간 시설 자체가 눈엣가시가 되어버리고 그것을 지원하는 구호단체와 관련 구호인력까지 적으로 분류되어 '인질사업'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열악해지는 정세에 안타깝게도 한국인들이 걸려들게 된 것이다. 외신에서 나오던 사실 즉 피랍은 미리 치밀하게 계획된 '거사' 가 아니라 위험지역에 재발로 먹이가 찾아와준 '횡재'에 가깝다고 한다. 물론 이런 사실을 피랍자들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공교롭게도 이라크전의 난세와 거듭되는 테러로 인해 아프간의 다국적군 ISAF의 업무범위가(미국주도 하에 빈 라덴을 쫓는 ENDURING FREEDOM과는 성격이 다름) 매우 축소되어 범죄를 눈앞에 보고서도 다국적군이 손을 쓸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철군을 선언했으나 아프간의 안정을 위해서는 지금 역설적으로 더 많은 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한다. 지금 만약 다국적군이 모두 철군한다면 아프간은 'FAILED STATE' 로 그야말로 완전히 '연옥의 아비규환'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아편재배를 필두로 하는 경제기반의 부실은 아프간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 (같은 땅과 노동력으로 채소를 재배하면 킬로당 1달러가 겨우 빠지지만 아편은 킬로당 적어도 1600달러, 즉 포기할 수 없는 경제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아편경제가 어떤 악순환을 초래하는지는 너무 길어서 생략...)
힘들고 복잡한 상황이다. 무엇하나 잘 되어가는 것이 없는 나라에 한국민까지 인질이 되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아프간 정부도 난감한 상황이다. 남의 일만 같던 국제관계의 복잡한 넝쿨에 우리도 휘감기게 되었다. 남의 일 인양 비아냥거리는 중앙일보의 논조는 거슬리지만 그들이 말한 대로 참여정부의 외교력과 위기대응 능력이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것도 의도하지 않은 가장 불리한 조건으로...
오늘 대통령 특사가 파견되었으나 아직은 그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번 글에도 밝혔듯 현 정부의 최선을 신뢰하며 얽히고설킨 불합리의 넝쿨을 (단숨에) 풀어놓을 솔로몬의 지혜(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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