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시 최대 5배 손해배상 법안’ 국회 문턱 못넘어
[기술유출 양형기준 상향]
법사위 상정했지만 여야 합의 못해
퇴직자 기술유출 사례 많은데
인력관리 DB구축 예산반영 안돼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양형 기준이 강화됐지만 기술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계는 ‘기술 유출로 얻는 이득이 적발됐을 때 발생하는 손실보다 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언제든 기술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퇴직자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 인재 양성에 쓰이도록 하는 선순환 생태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산업계에서는 강력한 배상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9일 현재 국회에선 국가 핵심기술을 유출한 산업스파이에게 65억 원 이하의 벌금, 손해액의 최대 5배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물게 하는 내용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후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야당 의원들이 정부의 기업 활동 자율성 침해 등을 우려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기술 유출은 주로 업계 퇴직자들이 금전적 보상을 노리고 이뤄지는데 퇴직자 인력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22년 우수 인력 유치 및 퇴직 인력 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산업계는 퇴직한 전문인력을 후배 양성에 투입하는 공적 시스템을 조성하는 것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현재는 주요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퇴직한 주요 임원에게 고문, 자문 등을 맡기는데 이를 확대해 국가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정부 기관, 대학 등에서 인재 양성에 힘쓸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생계형 기술 유출’ 같은 사례를 줄이자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국가핵심기술 관련 인력의 경우 퇴직 시 취업제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이와 동시에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기술 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수율, 생산량, 판매 가격 정보 등을 요구하며 산업계의 우려를 키웠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첨단기술 기업이 외국 정부로부터 자료 제출 요구 등을 받을 경우 대통령령으로 보호 조치한다는 법안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외 기업이 국내에 진출해 법인을 세운 뒤 대기업 직원들을 포섭하는 식의 신종 수법도 등장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석호 기자, 안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