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6. 쇠날(금)
[씨앗에서 팝콘까지, 삶으로 배우는 학교]
5,6학년은 아침열기와 수업을 바로 시작하는 날이다. 6학년은 영어로, 5학년은 스스로 공부 계획과 마음을 나눈다. 6학년은 암송한 영단어 문장을 미리 채비한 활동지에 써보며 익혔고, 5학년은 스스로 공부 뜻과 하고 싶은 공부를 글로 썼다. 새 학기 첫 주 풍경답게 교사의 안내와 어린들이 함께 방향과 계획을 나누고 있다. 6학년 영어 수업은 스크린을 써야 하는데 와이파이가 연결 안돼 계획한 영상을 보지 못했다.
오전 공부는 텃밭 수업이다. 3,4,5,6학년이 함께 수업을 했다. 올해 텃밭 전체 공부를 이끌어야 하는데 첫 수업의 교훈이 진하다. 씨앗을 넣어 모종을 만드는 걸 3,4학년과 5.6학년이 나눠서 두 모둠으로 한다. 아침에 상토는 확인했는데 많이 있을 걸로 생각한 모종판이 없다. 당황했지만 대나무를 쪼개서 모종판으로 썼다. 다음에 한 번 더 모종판으로 해야 한다. 어쨌든 상토에 옥수수 씨앗 두 종류, 콩을 넣고 신문지를 덮어 물을 뿌렸다.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씨앗, 물, 햇볕, 사람의 노동을 알고 발아를 채비하는 어린이 농부의 시작이다. 씨앗은 식물의 생명을 담고 있는 작은 저장고이다. 씨앗 속에는 이미 어린 식물의 형태인 배(胚)가 들어 있으며, 발아를 시작할 수 있도록 양분을 저장한 배젖도 함께 들어 있다.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대표로 물, 온도, 산소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씨앗에 물을 뿌린 것은 바로 이 발아 조건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씨앗은 물을 흡수하면서 내부가 부풀어 오르고, 잠들어 있던 생명 활동이 다시 시작된다. 이를 흡수라고 한다. 물을 흡수한 씨앗에서는 효소 활동이 활발해지고 저장된 양분이 분해되면서 어린 싹이 자랄 준비를 한다. 이후 씨앗 껍질을 뚫고 뿌리가 먼저 나오고, 이어 줄기와 잎이 자라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발아다. 신문지를 덮어 둔 것도 과학으로 뜻이 있다. 발아 초기에는 강한 햇빛보다 적절한 습도와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씨앗이 마르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 싹이 올라오면 식물은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며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성장하게 된다.
두 번째 텃밭 공부는 남긴 옥수수 씨앗을 팝콘으로 먹는 시간이다. 두 모둠으로 나뉘어 가운데에 놓인 부르스타 위에 지짐판을 놓고 기름을 두르고 옥수수 씨앗을 넣고 뚜껑을 덮었다. 어린이들은 둘레에서 텃밭활동 글을 쓰며 열을 가하면 씨앗이 팝콘으로 튀겨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펑펑 팡팡 터지는 옥수수튀밥을 보며 자연스레 과학 공부가 되는 교과통합 시간이다. 옥수수 씨앗의 내부에는 수분과 전분이 들어 있다. 옥수수를 가열하면 씨앗 속의 수분이 점점 뜨거워지며 수증기로 변한다. 수증기가 되면서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단단한 껍질이 그 압력을 견디다가 결국 터지게 된다. 이 순간 씨앗 속의 전분이 팽창하면서 하얀 팝콘이 만들어진다. 이 현상은 열에 의한 팽창과 압력 변화가 만들어내는 물리 변화이다.
교사는 이 현상을 풀이하는 과학 낱말(용어)를 쓰며 잘 건조된 씨앗이 흙과 물을 만나 새로운 싹으로 태어나는 발아 과정을 말해주고, 열을 가하면 마른 씨앗이 팽창해 맛있는 튀밥이 되어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할 수 있음을 알아차리도록 돕는다. 같은 옥수수 씨앗이지만 하나는 흙과 물을 만나 생명으로 자라는 발아 과정을 보여 주고, 다른 하나는 열을 만나 팽창하여 팝콘으로 변하는 물리 변화를 보여 준다. 어린이들은 텃밭에서 씨앗을 심고, 팝콘이 터지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생명의 성장과 물질의 변화라는 두 가지 과학 현상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삶 속의 작은 활동 속에는 자연의 원리가 담겨 있다. 씨앗 하나를 심고, 팝콘이 터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은 교과서 속 지식을 넘어 생명과 자연의 과학을 몸으로 이해하는 배움의 시간이 된다. 어린이 농부가 쓴 텃밭일지는 듣고 겪은 일을 담아낸 삶의 기록이 된다. 맛있는 옥수수튀밥 팝콘을 만들어 먹는 공부였으니 가장 재미난 텃밭 공부였다는 글이 많다.
낮에는 모둠마다 미술 시간이다. 5학년은 연필로 2월에 그린 초상화를 이어갔다. 담임 선생 얼굴을 그리며 줄곧 웃는 풍경이 정겹다. 대칭과 비례감이 전혀 없어 괴물로 그리는 것만 피하고, 학교 그림 그리는 정신처럼 자세히, 정성껏, 천천히, 명암과 비례를 살려 그리라고 했지만 어린이마다 손끝은 다르다. 덕분에 멋진 초상화를 선물로 받았다. 같은 대상을 놓고도 앉은 위치와 눈길, 손끝에 따라 여러 얼굴이 보인다. 고마운 작품들이다. 어린이 화가들의 모델이 된다는 것은 여간 재미있고도 움직이지 말라는 주문을 많이 받는다. 움직이는 대상을 그리는 게 가장 어렵다 했지만 되도록 가만히 있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가 그린 그림을 보고 웃으며 만족해하는 표정이야말로 자존감의 바탕이다. 하는 활동에 빠져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는 몰입의 순간을 날마다 만난다. 서로 웃으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즐거움은 그때 그 순간에 행복이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교실과 텃밭, 놀이와 공부, 글쓰기와 과학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삶 속에서 이어질 때 배움은 살아 움직인다. 어린이들은 씨앗을 심으며 생명의 원리를 배우고, 팝콘이 터지는 모습을 보며 과학을 이해하고, 그림을 그리며 자기 표현의 기쁨을 경험한다. 맑은샘학교의 교육은 바로 이러한 삶의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교육은 어린이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삶을 가꾸는 힘을 얻도록 돕는 일이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함께 살아가며 길을 찾는 동행자이다. 그래서 학교의 하루는 단순한 수업 일정이 아니라 삶을 배우는 여정이 된다. 씨앗을 심는 손길, 팝콘이 터지는 소리를 바라보는 눈빛, 그림을 완성하고 웃는 얼굴 속에서 교육의 본질이 드러난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자라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성장은 교실 속 지식이 아니라 삶을 함께 겪는 경험 속에서 가장 깊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