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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가자 사태:
이스라엘의 딜레마와 국제정치적 함의
인남식 전략지역연구부 교수
발행일 2024-06-04
1. 문제 제기
2. 이스라엘의 딜레마
3. 국제정치적 함의
4. 한국의 고려사항
<요약>
1. 이스라엘의 딜레마
○ 이스라엘은 압도적 무력으로 가자지구 전역에 보복 공격을 시행, 현재 남부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 정규군(IDF: Israel Defense Forces, 이스라엘 방위군)이 주요 도시를 장악함.
○ 이스라엘의 금번 작전 양대 목표는 ▲하마스 궤멸, ▲인질 귀환이며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공습과 초토화를 통한 거점 무력화로는 불가능하고 세밀하고 철저한 지상전이 필요한 상황임.
○ 그러나 라파(Rafah) 지상작전이 전개될 경우 북부에서 피란 내려온 140만의 가자 주민과 25만 라파 주민들은 실질적 생존의 위협에 노출됨.
○ 그러나 현재 라파 공격 논란은 이스라엘로서는 제반 정치적 군사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압도적 보복 타격 없이는 제2, 제3의 10.7 테러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격 수위를 높인다고 볼 수 있음.
○ 이러한 심리적 기저가 반영된 비대칭적 보복응징으로 이스라엘은 다음과 같은 복합 딜레마 상황에 스스로 노출시키고 있음.
가. 목표 설정의 부재
○ 이스라엘의 가자 작전이 갖는 최대 딜레마는 최종 목표 설정의 난해성이며 동시에 향후 가자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도 고민임.
- 이스라엘의 가자 작전 양대 목표는 하마스 궤멸과 인질의 무사 귀환인바, 하마스 궤멸의 핵심은 지도부 제거 즉 야히야 신와르(Yahya Sinwar) 등 핵심인사들의 검속 내지 사살임.
- 그러나 물리적으로 시가전을 통한 핵심 지도부의 제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정 인물의 제거 이후에도 제2, 제3의 지도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궤멸 목표 달성 가능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음.
○ 설령 하마스를 궤멸하고 인질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향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관하여, 뚜렷한 미래 계획(plan for the day after)을 세우기가 어려운 상황임.
○ 현재 제기되는 대안은 크게 세 가지로 ▲가자주민투표를 통한 새 지도부 수립,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통합 행정, ▲아랍 우방국들과 다국적 임시정부 수립 후 온건 팔레스타인 독립 등을 상정할 수 있으나 모두 실현이 여의치 않은 난제임.
○ 그렇다면 결국 이스라엘 현 극우 연정의 특성상 아예 가자 전체를 이스라엘의 영토로 공식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 이 경우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가자지구 주민의 대규모 유입이 필연적이며 대량 난민 사태를 예견하는 이집트 당국은 결사적으로 막으려 할 것임.
나. 국내 정치 극단화
○ 하마스의 도발로 인한 준전시 상황이 이어지면서 현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극우 보수 연정의 이념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에도 별다른 회복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더욱 극단화하는 경향성이 발현됨.
○ 최근 전시 연립 내각에 참여한 베니 간츠(Benny Gantz) 국가통합당 대표(전 이스라엘 방위군 총참모장)가 네타냐후 연립 정부의 강경일변도 노선을 비판하며 전시 연립 내각 탈퇴 의지를 밝힌 바 있음.
-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라파 작전을 비롯하여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현 상황은 이스라엘 정치의 협치 전통을 더욱 파괴하고 극단적 진영론으로 치닫게 하는 딜레마를 노정시킴.
다. 외교 안보 기반 약화
○ 이스라엘은 본 사안을 일종의 ‘자위권 행사’로 주장하고 있으나, 비례 대응의 원칙을 넘어서는 수준의 팔레스타인 주민 대량 살상이 발생하면서 역내외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 주체’로 인식되는 딜레마가 발생함.
○ 이러한 대외 이미지의 변화는 외교 안보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딜레마 상황과 직결되며 ▲대아랍외교 딜레마, ▲다자외교 부담의 딜레마 및 ▲대미외교의 부담 등으로 대별할 수 있음.
라. 주적 하마스의 위상 증대
○ 현재까지 이번 사태를 통해 하마스는 예상외의 과실을 획득하고 있다 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역내외 위상이 고양됨.
- 하마스는 미국 및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과격 테러집단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최근 카이로 휴전 협상장에서 공식적인 대화 상대로 등장함.
- 하마스 인사들이 국가 단위 통치자 행세를 하며 미국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의 윌리엄 번스(William Burns) 국장, 카타르 총리 및 이집트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인사들과 마주 상대하는 장면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황임.
○ 중동지역 내 극단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시온주의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하마스가 시행했다며 상찬하는 분위기가 퍼져있으며, 폭력적 극단주의 투쟁 노선의 새 동인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
- 베니 간츠 역시 네타냐후 연립정부의 일방적 독주에 대한 불만을 피력했으나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의 이스라엘 총리, 국방장관에 대한 영장청구에 대해서는 강력히 비판하며 네타냐후를 지지하고 있음.
2. 국제정치적 함의
가. 역내 역학관계의 변화: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사우디의 관망세 전환
○ 금번 사태 발생 이전 사우디-이스라엘이 주도하던 중동 정세 역학관계에 변화가 나타나 수세였던 이란이 공세로 돌아서고, 공세적·적극적이었던 사우디는 현재 일단 관망세를 보이고 있음.
○ 하마스를 포함,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시리아 이맘 후세인 여단 및 이라크 이슬람 저항운동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들의 공세 수위가 높아졌으며 무기 체계도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추세임.
○ 금번 사태가 지속될수록 이란과 이란이 이끄는 역내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의 존재감이 부상하며 국제정치의 핵심 이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음.
나. 유럽 전장(戰場)에의 영향: 러시아의 공세와 우크라이나의 위기
○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국제사회의 시선은 유럽에서 중동으로 급격히 이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저하됨에 따라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장악한 러시아로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획득함.
○ 유럽과 중동 양 지역에서 전쟁 상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전 미국 부시(George Bush) 행정부가 선언했던 ‘두 전장에서의 승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줌.
다. 글로벌 사우스 결집 현상 가속화: 촉매제로서의 팔레스타인 대의(大義) 부상
○ 과거 아랍을 결속시켰던 팔레스타인 대의(大義, Palestine cause)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연대를 강화시키는 경향성이 나타남.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국면에서 항상 이스라엘 편을 드는 미국을 비롯, 이번 사태에서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반면, 이들 북미·유럽 주요국과 입장을 달리하며 소위 글로벌 사우스로 통칭되는 국가군(群)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추세가 우위임.
라. 미국 대외정책 영향력 변수: 인태전략에의 영향 여부 논쟁 시작
○ 스스로 시온주의자임을 자처할 만큼 강력한 이스라엘 지지자인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금번 사태에도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한 신뢰와 공조의지를 천명하고 있으나 네타냐후 정부와의 갈등이 일부 노출되면서 향후 양국 관계 변화 징후가 포착됨.
○ 관련하여 미국의 중동 거리두기 및 인태전략 중심 기조가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변화할 것인지의 논의에서 전자에 무게를 두는 예측이 점증하고 있음.
- 즉 중동의 분쟁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미국이 급속한 중동 관여 축소를 시도할 가능성은 낮고 당분간 상황 관리에 역점을 둘 가능성은 있으나, 결국 이스라엘과 사우디 같은 우방국 통제도 이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 오히려 중동 문제에 대한 피로도가 커졌다고도 볼 수 있음.
- 상기 맥락에서 기존의 인태전략 강조 추세는 지속 및 강화 기조로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역내 세력균형 구도 구축을 위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의 완결판으로서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됨.
마. 이·팔 평화협상 동력 약화: 두 국가 해법의 형해화(形骸化)
○ 본 사태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상 즉 최종지위 협상은 당분간 동력을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됨.
- 하마스의 존재감이 강화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대표성 논쟁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협상 당사자의 불확정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임.
○ 이스라엘의 주류는 현재 이·팔 양측의 분노와 상호 반감의 수준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고 이전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들며 오슬로 프로세스(Oslo Process)의 핵심인 두 국가 해법이 이미 의미를 잃었다고 보고 있음.
○ 결국 본 사태는 상당 기간 이·팔 평화협상을 중단시키고 양측의 강경 입장을 공고히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중동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평화협상을 통해 안정적 안보구도를 조성하려는 국제사회의 제반 노력에 광범위한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것임.
바. 국제정치 행위자의 확대: 비국가 단체의 부상
○ 역내 비국가 무장집단인 하마스가 국제사회의 주요 행위자로 부상하는 특이점이 발생한 사례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향후 계속될 가능성이 있음.
○ 국가단위 행위자로 분석하는 국제정치의 분석틀에 변화 요인이 생긴 것으로서 하마스와 같은 비국가 행위자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의 국가 합리성의 범주와 사뭇 다른 셈법이 작동하는 공간이 조성됨.
○ 아직 이러한 양상이 일반적으로 확산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종교기반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이 산재해 있기에 이들이 이번 하마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모방하려는 의지를 표출할 가능성이 있음.
3. 한국의 고려사항
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입장과 논지 구축
○ 한국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이·팔 문제에 관한 견해와 입장을 명료한 논리로 설명해야 하는 위치에 있음.
- 따라서 중동의 대표적 분쟁이며 최근 국제사회 최대 쟁점이 된 이·팔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세밀한 평가가 긴요함.
- 이를 바탕으로 이·팔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정책을 설정하고 다양한 계기로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기제 검토가 필요함.
나. 미국의 동맹 정책 등 대외 전략 관련 변화 동향 예의 주시
○ 강고한 우방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양자 관계에 변화 징후가 나타난바,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태도는 향후 미국 대외 전략을 구성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음.
○ 특히 본 사태로 인해 미국의 중동 정책 및 접근법에 변화가 나타날 경우 미국의 아시아정책, 한반도전략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중동 이탈이 가속화되는 시나리오와 우리의 대응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음.
다. 한반도 안보환경에의 함의 추적
○ 본 사안은 하마스의 무력 도발 이후 이스라엘의 대응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여론이 급반전하고 오히려 다자무대에서 열세에 처해 있는 상황으로, 향후 북한의 무력 도발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우리의 외교 대응 시뮬레이션 대비가 필요함을 인식시키는 사례임
○ 관련하여 중동판 샹그릴라 대화(Asia Security Summit)인 중동안보회의체 마나마 다이알로그(Manama Dialog) 등 각종 회의체에 한국의 외교, 국방 관련 고위급 인사가 정례적으로 참석하여 현지 안보 상황과 인식을 점검하고 이를 한반도 외교 안보 정책에 참고할 것을 제안함.
라. 무력 분쟁 및 각종 위기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공유
○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가자에서 벌어지는 전시상태는 이제 비단 중동과 아프리카 등 전쟁 빈발 지역은 물론 여타 지역에서도 전쟁 발발이 이례적이고 특이한 사건이 아님을 방증함.
○ 본 사태는 단순히 가자지구 인근의 국지적 무력 충돌이 아니라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을 통해 세계 물류망을 경직시키며 한국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을 주는 또 다른 층위의 글로벌 안보 위기를 초래함.
- 따라서 지정학적 갈등 변수들을 데이터로 구축하고 실시간 공유하는 플랫폼 구축을 통해 기업 및 국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프로젝트를 검토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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