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실리외교 정책과 이라크 파병
<주장> 광해군과 효종의 실리외교에서 배워야 할 파병 정책
이철기 기자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실리를 지킨 광해군의 출병 정책
1618년, 조선 15대왕 광해군(光海君)은 명나라로부터 출병을 요구받았다. 만주(滿洲) 지역에서 여진족의 후금(훗날의 청나라)이 세력이 강성해지면서 명나라 변방을 위협해 왔기 때문이다. 광해군은 새롭게 떠오르는 세력인 후금(後金)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조선은 임진왜란 때 명의 도움을 받았던 나라이다. 출병 요구를 거절할 명분이 궁색했다. 광해군은 파병을 미루다가 이듬해가 되어서야 강홍립을 5도도원수로 삼아 1만 3000명을 출병시켰다.
이때 강홍립은 광해군으로부터 '형세를 보아 향배를 정하라'는 별도의 밀지(密旨)를 받는다. 명분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파병은 하지만 후금과 죽기 살기로 싸우지는 말라는 왕의 뜻이었다.
강홍립은 '부차의 싸움'에서 명나라 장군 모문룡이 패퇴하자마자 후금에 항복해 '어쩔 수 없는 출병'이라는 점을 후금 쪽에 적극 해명, 결국 조선은 후금의 침략을 모면했다. 역사 학자들은 이 사건을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명분과 실리를 살린 광해군의 탁월한 외교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같은 양면 실리 외교정책은 인조반정(1623)으로 광해군이 물러나면서 종지부를 찍게 된다. 반정세력들은 후금을 철저히 외면하는 친명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국제정세를 무시한 이 친명 정책은 결국 후금의 침략을 불러와 정묘호란(1627)과 병자호란(1636)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조선은 인조가 청태종에게 무릎을 꿇는 '삼전도의 치욕'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나선정벌을 통해 국방력 강화를 이룩한 효종
인조에 이어 왕위에 오른 효종(孝宗)은 청나라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쳤다. 효종 자신이 병자호란 때 볼모로 잡혀가 갖은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때문에 효종은 즉위 후부터 청나라(후금이 세운 나라)를 치기 위한 '북벌(청나라 정벌) 계획'에 매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효종 2년인 1651년인 흑룡강(黑龍江) 지역으로 남하하는 러시아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청나라가 조선에 파병을 요청한다.
효종은 청나라를 돕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지만 파병을 결정한다. 1차 '나선(러시아)정벌'이다. 조총으로 무장한 조선군은 흑룡강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한다. 청나라는 7년 뒤인 효종 9년에 다시 원군을 요청해 온다. 2차 나선정벌에 나선 조선군은 러시아 선박 10여척을 불태우는 전과를 올렸다.
1·2차 나선정벌은 형식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효종은 나선정벌을 빌미로 산성을 정비하고 군비를 확충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조선은 정묘호란 이후 청에 의해 군비확충이 금지됐었다.
효종은 결국 청의 요청을 받아들여 명분을 살리면서도 최종 목표인 북벌의 기초를 다지는 실리를 챙긴 셈이었다. 효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북벌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으나 이때 강화된 국방력은 이후 조선 사회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병을 통해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하여야
우리 정부는 현재 이라크 전쟁의 파병(派兵)을 선언했다. 미국과의 동맹(同盟)관계를 고려하고 전쟁이후 실리(實利)를 얻기 위한 정부 나름대로의 고심(苦心)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의 상황은 조선의 광해군과 효종이 처한 상황과 같을지 모르겠다. 물론 200 ∼ 300년전의 조선의 상황을 지금에 그대로 적응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그 본질은 이번 파병 결정에서 적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이번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일방(一方)주의가 빚은 비도덕적인 전쟁이지만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비록 미국이 오만한 일방주의로 나가고 있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물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맹관계이지만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미국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을 해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또 우리는 전쟁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전쟁 이후 이라크는 재건과 복구의 방향이 불 것이다. 우리가 파병을 하면 이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 경제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 2의 중동 붐'을 통한 경제적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파병을 함으로서 우리는 한·미 동맹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주된 인식은 '도와준 나라'라는 것이다. 6·25때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미 없어졌을 나라이며 아직까지도 미군의 보호 때문에 북한의 침략을 받지 않고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미국 사람들은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에 있어서 '고마운 나라'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인식 아래서는 한·미 동맹이 동등하게 형성될 수 없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의 파병을 통해 이제는 우리도 미국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그들에게 인식시켜 주면 미국도 보다 성실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우리와의 동맹의 의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 전쟁 이후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을 더욱 원활하게 해줄 것이다. 미국이 우리를 동맹국으로 인식을 하면 북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기존의 독자적이고 강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동맹국으로서 우리의 의견을 상당히 경청하고 방영할 것이다. 이번 파병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 관계를 대등하게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이다.
파병은 군사적으로도 좋은 경험이 된다. 파병이 공병·의부 부대의 비전투 부대로 한정된다고 해도 우선은 미국의 첨단무기들과 그 활용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이라크의 민병대(사담 페다인)의 게릴라 전술을 통해 북한 준군사 조직의 게릴라전을 유추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실전(實戰)을 눈으로 직접 봄으로써 귀중한 군사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쓸만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파병은 우리 군을 검토(check)해 보는데 좋은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파병은 최소한의 손해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으로 이뤄야
그렇다면 파병은 어떻게 이루어 져야 할까? 파병은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파병의 반대자들이 고려하여야 할 것은 파병의 타이밍이다. 우리가 파병을 한다고 해도 파병은 당장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파병 준비를 위해 대략 1 ∼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1 ∼ 2개월 정도면 이미 이라크 전쟁이 어느 정도 종결되어 가는 상황일 것이다. 다 끝나 가는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는 인명·재산의 심각한 피해 없이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1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일본(日本)은 구축함을 지중해에 보냄으로써 승전국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만하다.
중요한 점은 우리 정부가 미국을 지지해서 파병을 한다는 점을 미국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파병 발표만으로도 우리는 동맹국의 도리를 상당히 충실히 지키게 되는 것이다.
이때 시민들의 힘이 중요하다. 즉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미국에 함께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미국에게 우리 정부의 파병 결정이 굉장히 힘든 결정이었고 파병도 수월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의 이런 모습을 미국에 각인시킴으로서 우리 정부의 배후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다는 것을 미국이 고려하여 차후 자신들의 결정을 한국 정부에 무리하게 요구하는 행위를 어느 정도 지양시킬 것이다.
파병은 비전투 부대 위주의 '부분 참전'의 형태로 이루어 져야 한다. 그리고 소수의 병력만을 파병하여야 한다.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미국의 파병요청은 더욱 거세지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미국의 파병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미국은 분명 '주한 미군'을 들먹일 것이다. 이는 월남전 파병에서 이미 우리가 경험했지 않은가.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파병을 해야할 것이지만 파병을 하더라도 우리의 실익(實益)을 최대한 찾아야 할 것이다.
즉 파병의 조건으로 국방력 공백을 들어 우리군의 현대화를 위한 미국의 최신 군사장비 지원을 요청하고 미사일 사거리 철폐 제한 해지 등과 같은 무기 생산의 자주성을 미국 쪽에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군사적인 자주성을 확보하면서 파병은 소수 병력만 참전하는 '부분 참전'의 형태로 계속해서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파병과 함께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시민들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이라크에 대규모 구호물자와 식량, 의약품을 보내는 것이다. 정부는 파병 결정을 하였지만 우리의 시민들은 이라크를 지원하고 있다는 모습을 미국 쪽에 그리고 이라크 쪽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게는 동맹국의 도리를 다하고 이라크에게는 '어쩔 수 없는 파병'이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광해군과 효종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우리는 파병을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파병을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하고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비록 파병을 한다고 해도 파병 반대의견도 조화롭게 수용하여 파병으로 인한 국익을 최대화하여야 하는 것이다.
역사(歷史)는 되풀이된다고 하였던가? 조선의 광해군과 효종이 처한 상황과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매우 유사하다. 광해군과 효종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파병을 하여 조선의 국익을 최대한 취했듯이 노무현 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에서 파병을 통해 국익을 최대한 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광해군과 효종이 그랬던 것처럼.
첫댓글태클 아니고 질문인데요 명과 청처럼 미국이 우리나라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지 않나요? 참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 아닌가요? 혼자 돌을 맞지 않으려고 이나라 저나라에 파병요청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악당질을 해도 함께할 완전한 자기편이 어느 나란지 확인하는 거같은 느낌인데..
그건 아니죠. 악당질을 해도 함께한다는거.; 우리는 동맹국이니까 그쪽에서 지원요청을 하니까 "어쩔수 없이"하는 겁니다. 제가 광해군과 효종의 이야기를 책에서 여러번 읽었는데, 위의 글 내용이 완전 제 생각을 빼다 박은듯합니다.=ㅁ=; 우리는 파병반대를 외치면서 우리의 국익을 찾아야죠. 이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 제가 표현이 격했네요 하지만 이 일이 옳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잖아요? 세계의 욕을 먹으면서도 미국과 한배를 탈정도로 미국을 생각하는 나라 즉 어떤일이 있어도 미국을 배신하지 않는 나라를 확인한다는 느낌이란 말이죠. 역시.. 미국이 어떤 생각인지 한국 정부의 생각 역시.. 사람속은. 아무도 모르겠죠?
첫댓글 태클 아니고 질문인데요 명과 청처럼 미국이 우리나라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지 않나요? 참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 아닌가요? 혼자 돌을 맞지 않으려고 이나라 저나라에 파병요청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악당질을 해도 함께할 완전한 자기편이 어느 나란지 확인하는 거같은 느낌인데..
누가 제 물음에 답좀 주세요..ㅠㅠ
그건 아니죠. 악당질을 해도 함께한다는거.; 우리는 동맹국이니까 그쪽에서 지원요청을 하니까 "어쩔수 없이"하는 겁니다. 제가 광해군과 효종의 이야기를 책에서 여러번 읽었는데, 위의 글 내용이 완전 제 생각을 빼다 박은듯합니다.=ㅁ=; 우리는 파병반대를 외치면서 우리의 국익을 찾아야죠. 이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 제가 표현이 격했네요 하지만 이 일이 옳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잖아요? 세계의 욕을 먹으면서도 미국과 한배를 탈정도로 미국을 생각하는 나라 즉 어떤일이 있어도 미국을 배신하지 않는 나라를 확인한다는 느낌이란 말이죠. 역시.. 미국이 어떤 생각인지 한국 정부의 생각 역시.. 사람속은. 아무도 모르겠죠?
그렇다고 현재 촛불시위때문에 서로의 감정이 고조되어 있는 상태에서 동맹국의 입장에서 파병요청을 거부한다면 미국은 어떻할까요? 이상추구도 중요하지만 실제의 현실실리 추구도 못지않습니다. 모두들 개인의 이익에만 눈에 벌게져 있다가 국가실리차원에서는 이상을 추구하다니...
명분도 중요하지만..국익을 챙길수 있는 실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실리없는 명분은 국민들을 힘들게 할 뿐이니까요..노대통령의 이번 파병결정은 미국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한 것이라는걸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할껍니다...국력이 약한게 죄져..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