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sman 7회
한편, 현루는 성을 뒤로 한 채 쏜살같이 천형길목을 뛰어 나갔다. 폭 넓은 소매 자
락을 휘날리며 10여분을 뛴 후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멈추어 섰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낡고 허름한 상점 문을 잡아챘다.
“ 아저씨, 저 왔어요.”
“ 오. 현루야 어서 오거라.”
유화가는 현루를 보자 눈을 번뜩이며 한껏 반가워했다. 그 이전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 이였다. 영가 저택의 일 이후로 유화가 부자와 현루는 금세 애압한 사이가 되
었기 때문이다. 셋 다 기본적으로 처음에는 낯을 가리며 자신의 감정을 전하는데
서 툰 성격이지만 일단 곰삭은 사이가 되면 타인에게 주는 정이 적지 않은 그들 이
였기 때문에 교분은 더욱 더 두터워졌다.
“ 완성이 다 됐구나.”
유화가는 채색이 곱게 입혀 진 현루의 완성된 초상화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림을
받아 든 현루는 입가에 미소를 가득 매웠다.
“ 이런 이런 실물보다 더 여염하잖아.”
호성은 악의 없는 농담을 짓궂게 하였다.
“ 아...이건 보수...”
“ 아니다. 내 실력이라면 웬만한 금액으로는 감당이 안 될 것이다. 허허허 그러니
집어넣어라.”
“ 켁..아버지...그냥 선물로 주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될 것을...웬 심한 농담을..”
“ 이 놈, 난 사실을 말하였을 뿐이다.”
유화가는 호성의 머리를 손바닥을 세로로 세워 내려치며 소녀처럼 쑥스러워 했다.
“ 아..그건 그렇고 현루야. 저 번에 말한 내 고향 후배가 천형으로 올라왔다. 내가
너 얘기를 해놔서..아마 적은 보수로 너에게 학문을 가르쳐 줄 수 있을 듯 싶구나.”
“ 아..정말요??.
현루의 기쁨과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섬세한 표정이 순간 그녀의 미모를 수
려하게 만들었고 그 모습을 본 호성은 양쪽 볼에 홍조를 띠었다.
“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한번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 이게 약도다. 이 약도대로 찾아가면 내 후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호성아 너도
같이 따라가 길 찾는 것을 도와주거라.”
호성은 현루의 웃는 얼굴을 보느라 아직도 정신이 멍해 있었다. 유화가는 얼이 빠
져있는 호성의 얼굴 앞에 손을 흔들어 보인 후 등짝을 갈겼다.
“ 정신을 어따 팔고 있는 거야. 어서 갔다 오너라.”
“ 저...저는 왜 가요? 제가 글 공부를 할 것도 아닌데.”
“ 한번 갔다 와봐.”
유화가는 호성의 등을 밀며 재촉했다. 호성은 어두운 얼굴로 약도를 받아 가게를
나갔다. 갑자기 호성이 휑하니 혼자 나가버리자 현루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유
화가를 한 번 쳐다보고 뒤따라 나갔다.
“ 호성아, 천천히 가...저...갑자기 왜 그래?”
갑작스런 호성의 싸늘한 태도에 현루는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
다.
“ 뭐..별거 아니야.”
“ 아...나땜에 수고스러워 그렇구나...미안.”
“ 아니야. 너 땜에.......근데 넌 초상화를 왜 그린거야?”
“ 아...난 사실 갓난아이 일 때부터 지금 기거하고 있는 댁에 맡겨졌거든. 그래서 부
모님 얼굴도 모르고.......줄곧 부모님이 돌아가신 줄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부모님
이 살아계시단 얘기와 피치 못 할 사정으로 못 데려간다는 얘기를 듣고 내 얼굴을
그려서 보내고 싶었어.”
“ 아...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근데 이 그림은 말이야. 얼굴을 중심으로 그리는 초상
화라고 하기엔 너무 전체적인 모습이 담겨 있는 것 같은데...”
호성은 쓸쓸하게 현루를 쳐다보며 현루 손에 쥐고 있던 초상화를 펼쳐 내며 말 하였다.
“ 그러게..아저씨가 일부로 그런 게 아닐까? 나 이 그림 그릴 때 어딘지 모르게 가
슴이 매여서 슬프고 외로운 표정을 짓고 있어 거든,,,아마 아저씨는 그럼 모습을 그
리고 싶지 않았을 지도....”
- 다음 줄거리 -
승휘공주는 여성의 등용에 대해 주상을 떠보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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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오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