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자] 愚惡(어리석을 우 / 모질 악)
일상생활에서는 외형상 험상궂고 거친 것을 가리킴
'생각하는 것마다 죽을 꾀만 낸다'는 말이 있다. '長考(장고) 끝에 惡手(악수) 둔다'는 말도 한다. 집착과 어리석음 때문에 일들을 그르치곤 하는 것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생각이 어리석으니 언행이 愚惡스럽고,언행이 愚惡스러우니 하는 일이 제대로 풀릴 리가 없다.
앞 문장의 예에서처럼,말이나 행동이 미련스럽기도 하고 거칠기 짝이 없는 것을 일러 愚惡스럽다는 표현을 쓴다. 한자의 훈 그대로 어리석고 모진 것이 愚惡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의 우리 언어생활에서는 '우악스러운 손'이나 '우악스러운 목소리' '우악스러운 몸집' 등의 경우처럼,미련스럽고 험상궂은 데가 있는 것을 가리켜 愚惡스럽다고 하는 것이 상례이다.
중국 등의 문헌에도 愚惡이라는 말이 보이기는 하지만,대개의 경우 심성이 어리석고 모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와 달리,우리의 경우에는 주로 모습이 '험상궂다'거나 '거칠다'는 뜻으로 쓰인다. 본래는 내적 상태를 뜻하는 말이었으나,우리말에 녹아들면서 외면적인 모습을 가리키는 말로 전이된 것이다. 이를테면 한자어 용례의 토착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愚의 는 나무늘보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나무늘보는 주로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생활하는데,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다닐 때 평균속도가 시속 900m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굼뜨다. 지능도 낮고 하루에 18시간 정도를 잠잘 정도로 게으르기도 하다. 愚는 에 心을 더한 글자이므로,이 나무늘보처럼 心身(심신)이 둔하고 어리석다는 뜻이 된다. 愚鈍(우둔) 愚昧(우매) 愚民(우민) 등의 愚가 그 예이다.
愚는 愚直(우직)의 예처럼 고지식한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편,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의견을 겸칭으로 말하는 경우에도 愚를 쓴다. 愚見(우견) 愚說(우설) 愚息(우식)의 愚가 그 예이며,僕과 마찬가지로 편지글 등에서 자신을 낮추어 말할 때 愚를 쓰기도 한다.
惡의 亞는 고대의 墓室(묘실)을 위에서 본 모양을 상형한 글자이다. 즉 무덤 앞에 서 있을 때의 마음이 惡이니,惡은 '싫다' '나쁘다' 등의 뜻이 된다. 다만 惡寒(오한) 憎惡(증오)의 예처럼 '싫다' '싫어하다'는 뜻으로 쓰일 때는 '오'로 읽는다. 惡은 나쁜 것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글자로,惡夢(악몽)에서는 '불길한 것'을,惡食(악식)에서는 '맛이 없는 것'을,惡草(악초)에서는 '거친 것'을 가리킨다. 또한 惡歲(악세)의 경우처럼 '흉년든 것'을 가리키기도 하고,惡女(악녀)의 경우처럼 '못생긴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