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올릴까 말까 무척 망설였습니다. 저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찌 볼 것인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한 때 잘 나갔던 사람이 지금은 너무 초라(?)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6시간의 고민 끝에 올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얼마전 제가 전성기 때의 98%까지 회복한 상태라는 글을 표현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이미 전성기를 뛰어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이래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라는 말을 하나 봅니다.
아래의 글은 초등학교 동창들 모임인 밴드에 올렸던 글들입니다.
참고로 저는 초등학교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번에 세번째 입니다. 비록 코흘리개 시절 알고 지내던 초등학교 동창들이지만 어떤 모임의 장이 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자기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쪼개어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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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원래 오늘(15일)이 급여나오는 날인데 내일 나온다네....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일한것을 익월 15일 받는건데, 지난번엔 휴일껴서 하루 먼저 주더니만 이번에는 하루 늦게 주네. ㅠ.,ㅠ
직장인은 급여받기 직전이 가장 개털일 때다.
사진에 같이 찍은 사람은 "보안실장"이라 그래서 직속상관이자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최고 대장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때는 꽤나 유명한 시인이었단다. 이해의 폭이 굉장히 넓은 사람으로 직장상사로는 정말 만나기 힘든 드문 사람이다. 나랑은 죽이 잘 맞아서 상당히 친하게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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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회사에서 점심먹는 중이다. 여긴 쌀만 제공해주고 반찬은 각자 알아서 가지고오는 시스템이다. 근데.....집에서 먹는거하곤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진수성찬이다.
미역국, 호박전, 더덕무침, 쏘시지볶음 등등 거의 한정식 수준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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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7월에 휴가 준단다. ^^
원래 내가 지금 근무하고있는 이런 직종은 "감단직(=감시 및 단속적 근로자)"이라고 해서 표준 근로계약서 예외 대상이다. 당연히 법정 최저시급도 못 받는다. 휴가도 없다. 전부 합법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특별히 예외적으로 모든이에게 휴가를 준단다. ^^
24시간 근무, 24시간 휴무....이런 식이기 때문에 잔머리만 잘 굴리면 3박4일 여행도 가능하다. 아구 좋아라~~~~~~^^
1년 8개월의 긴 슬럼프를 극복하니 좋은 일들만 생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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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7월은 홀수일 근무, 짝수일 휴무다. 오늘은 근무하는 날인데 보통 오전 8:20~9:30분까지 좀 바쁜 편이다. 유치원 차량과 초등학교 등교 차량 유도해주고, 아줌마들과 수다 떨고...ㅋㅋ
사진에 보이는 사람은 아침마다 손자 유치원 등교시켜주는 아주머니다. 예나 지금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주 사랑은 지극한 것 같다.
여담이지만 나도 7살 때까지 할머님 손에 컸다. 당시 어머님이 동대문시장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셨는데 워낙 바쁘고 장사가 잘되다보니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가끔 어머님이 날 보러 오실 때면 할머님 보고 "엄마, 이 아줌마 누구야?" 하고 물었단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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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방금 전 형제들이 내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왔다. 커피 한잔하러.....^^
내가 근무하는 평내동 금호아파트는 우리 집에서 도보로 15분, 차로 5분이 채 안 걸린다. 내가 하는 근무 자체가 24시간 하는거라 하루종일 근무지를 떠날 수 없다.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이런 일은 어찌보면 쉬울거 같지만 이 곳을 거쳐간 근무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이 3개월이 채 안되는걸 보면 마냥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한 20년 전 쯤에 누군가에게 들은 말인데, 부모님 살아 생전에 가장 큰 효도가 형제들 간에 우애있게 지내는 거란다.
예전 잘나갔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끼는 요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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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주식시장이 열리는 즐거운 월요일~!!
이번 한 주도 보유종목 모두가 씨~~뻘건 붉은 기둥이 솟구치길 기원하며 ^^
사진은 지난주 목요일 누나와 조카에게 단기투자하라고 매수사인 냈던 "삼목에스폼-알루미늄 폼 생산업체" 의 일봉차트!!
2월 19일 지금의 직장에 취업했고 다음날인 20일 2년 만에 주식을 샀다. 산 금액은 100만 원....5개월이 채 안된 지금, 관리계좌를 포함한 운용규모가 1억 3650만 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탄력을 받으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구나.
우선적으로 규모를 10억 원까지 늘리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거같진 않은데....참고로 난 07년부터 9개 계좌 8억 원까지 운용해봤다.
친구들이여~~~대박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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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내가 오전에 일하는 후문 초소는 아침 8:20~9:30분 까지 좀 바쁜 편이다. 유치원 차량과 초등학교 등교 차량 유도해주고 입주민 아줌마들한테 인사하고 수다 떨고 ㅋㅋㅋㅋ 이 시간이 입주민들한테 눈도장을 잘 찍어야 되는 시간이다. ^^
사진에 보이는 게 후문 초소인데, 4평 정도 되는 공간에 선반이며 에어컨이며 정수기며 화장실이며 별게 다 있는 곳이다. 오늘 아침엔 깜박 문 잠그는 걸 잊고 화장실을 이용했다. 그랬더니 평소에는 한 시간 넘게 아무 일도 없는 이 곳에 택배 찾으러 오는 사람, 물건 맡기러 온 사람 등, "머피의 법칙"이 작용했다.
화장실 안에서 큰 소리로 조금만 있다가 오시라 소리쳤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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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오늘은 즐거운 월급~~~~ 들어오는 날 ^^
매월 15일은 영성이 월급 들어오는 날이란다. ㅋㅋㅋㅋ
근데 난 월급 들어오자마 급여의 80%를 주식 사기 대문에....ㅠ,.ㅠ 여전히 개털이 된다. 만으로 2년간은 요모양 요꼴로 살려고 굳게 마음먹었다. ㅜ,.ㅜ
그나저나 정모는 장소 확정해서 재공지 했으니 아직 투표 참여 안한 동창들은 투표해주기 바란다. 못 나오면 못 나온다에 투표해주기 바란다.
얘들아~~~~ 보고싶어!!!!!!!
에흐.....모임의 장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ㅠ.,ㅠ 일일히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누가 밴드나 카페에 글 올리면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우리 동창회에 조금이라도 애정을 가져달라 독려한다는 것이 회장이 주로 하는 일인데....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이런 일을 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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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아파트 상황실 24시>
방금 전 내가 근무하는 아파트 상황실로 긴급 민원이 들어왔다. 입주민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어머님이 쓰러지셨다고 가서 살펴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자주 그러신다며, 자신이 곁에 있을 때는 자기가 돌봐드리지만 지금 회사에 있는지라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나와 동료(우리를 흔히 보안대원이라 그런다) 둘이 민원인 집으로 향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민원인 동호수가 귀에 익은 것이다. 그 집에 사는 30대 초반의 남자 입주민은 보안대원들 사이에 "문열어 씹새끼야"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거의 항상 술에 취해있으며 인터폰 키를 자주 분실해 상황실로 욕을 하며 문열라 소리 지르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요주의인물의 집인 것이다.
내심 그 놈팽이가 또 무슨 트집을 잡을지몰라 걱정하며 아파트로 들어갔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분이 거실에 앉아있었다. 중풍인지는 모르나 몸의 한쪽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무슨 무슨 병이라는데 까먹었다. 통증은 느끼지만 움직일 수가 없는 듯 했다.
몸을 일으켜 침대에 눕혀드리고 여러가지를 물어보았다. 두 분이 사시는냐, 이렇게 되신지 얼마나 되셨느냐 등.....
움직임을 거의 못하고 말도 어눌하게 하시는 그 아주머니는 연신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만 했다. 이렇게 된 지 6년 째이며 아들과 둘이 살고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민원을 해결하고 문을 나서는데 가슴이 시려왔다.....찰라지만 눈도 빨개졌다. "문열어 씹새끼야"를 더 이상 미워할 수 없었다. 그는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 하루를 살아갈까? 그 스트레스가 술만 마셨다하면 아무나한테 욕을 해대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큰 병없이 건강하게 "살아주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큰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정말.....예전 눈에 뵈는게없이 잘나갔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래서 사람은 시련을 통해 강해지고 성숙해진다고 하나보다.
(사진은 민원이 들어왔던 아파트의 어느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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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이제 자는 시간이다.
우리같은 사람들을 보안대원이라고 한다. 주로 관제업무-----CCTV, 순찰, 신원확인 등 감시업무-----를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어떤 곳은 3교대 주5일 근무를 하지만 대부분은 19시간 근무, 2시간 식사 및 휴식, 3시간 취침의 2교대 근무를 한다.
모든 것이 아파트 관리비에서 지출되는 것으로 3교대를 하면 그만큼 관리비가 늘어난다. 입주민들이야 관리비 많이 나가는 것을 당연히 싫어하지.
이 시간 즈음이면 "오늘도 무사히 95,000원을 벌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끼기도 하구.....^^
내일이면 주말이구나. 활기차고 재미있는 주말 보내기 바란다. ^^
(사진은 내가 자는 숙소 같은 곳이다. 3평 정도 되는 공간에 1인용 침대, 선풍기, 화장실, 사물함 등이 다 있는 곳이다)
첫댓글 아~~
잘 정리한 일상을 편하게 봤습니다.
사람 사는게 비슷비슷하지요.....
힘!
저도 편하게 잘 봤습니다. 저는 요즘 관념에 대해서 공부하는 중이네요
저도 이 계통에 근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