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경북매일/이성혁의 열린 시세상』2022.09.28. -
시인은 ‘여자’의 하얗고 가녀린 손가락의 놀림과 이에 따라 연주되어 나오는 선율의 어우러짐을 햇빛을 받으며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빛의 꼬리”라고 표현한다. 그 파닥거리는 ‘꼬리’는 연주하고 있는 음악과 함께 고동치며 흐르고 있을 여자의 싱싱하고 약동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외면적·내면적인 이미지를 발산하는 음악은 ‘나’를 눈부신 푸른 바다로 이끈다. 건반을 누르는 저 여자의 손가락은 시인의 마음 역시 누르며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