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대구 중앙초등학교 5학년 9반. 5교시 재량활동 시간이 시작되자 학생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오늘의 수업 주제는 ‘나는야 인터뷰 전문기자’. 스스로 기자가 되어 질문을 만들고, 또 스스로 대답도 만들어 보는 시간이다.
수업에 앞서 가수 ‘아이유’의 인터뷰가 담긴 동영상을 보며 담임 교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지금 화면에 자막으로 처리되고 있는 질문을 잘 보세요.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드디어 학생들이 기자가 되는 순간. 어떤 인물을 인터뷰 해보고 싶냐는 교사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대답이 쏟아진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정한 인물의 사진을 워크북에 붙이고, 그 밑에 갖가지 질문들을 적기 시작했다.
오늘의 인터뷰 대상자를 ‘근초고왕’으로 정한 윤석민 군은 “백제의 전성기를 이끈 근초고왕이 궁궐에서는 어떻게 살았는지, 백제가 멸망하게 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묻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밖에도 김연아, 박지성 같은 스포츠 스타에서부터 소녀시대, 아이유 같은 연예인까지 학생들의 인터뷰는 다양하게 진행됐다.
5학년 9반 이은희 담임 교사는 “3~4월은 부담 없이 글을 쓰는 연습을 주로 한다”며 “글쓰기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익숙해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워크북을 통해 글쓰기에 대해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다 보면 연말에는 각자가 선정한 주제에 따라 어엿한 책 1권이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대구 중앙초교의 ‘작가되기 프로젝트’다.
‘작가되기 프로젝트’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다. 어느새 중앙초교의 ‘브랜드’가 된 책쓰기 교육은 이미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이재순 교장은 “글쓰기의 배경 지식을 넓히기 위해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며 “아침 독서 10분을 시작으로 학부모들도 참여하는 독서 토론,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 등 읽고 이해하고 글쓰는 과정이 유연하게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되기 프로젝트’의 성공에는 교사들의 헌신적인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교사들은 각 학년에 맞는 워크북을 직접 연구해 제작, 수업시간에 활용했다. 워크북만 따라 하면 책을 펴낼 수 있을 정도의 체계적인 글쓰기가 가능할 정도로 워크북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책쓰기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선영 연구부장은 “학년별로 큰 범위의 주제는 부여하지만, 세부 주제는 자신만의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스스로 선정하게 된다”며 “자기 관심분야에 대한 자료 수집과 정리만으로도 뛰어난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1년간의 글쓰기 공부를 통해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내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어 교육적 효과는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이다.
이재순 교장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로 풀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창의력을 함양하는 최고의 수단”이라며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저절로 좋은 인성이 싹 트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표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