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이것을 교회는 ‘상등통회上等痛悔’라고 말합니다. ⠀ 2024/4/10/부활 제2주간 수요일/제22대 국회 의원 선거 ⠀ 요한 복음 3장 16-21절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 해주지 않은 것이 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다 판공성사 기간이 되면 동료 신부들의 요청으로 이 본당 저 본당 방문하여 판공을 도와줍니다. 지난 판공 때에도 어김없이 ‘성인 성녀’들이 고해소를 방문하셨습니다. 그분들은 한목소리로 ‘저는 특별히 고백할 죄가 없습니다.’ 하십니다. ‘그럼 어떻게 오셨어요?’ 물으면 ‘판공성사표 내야 된다 해서 오셨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정말, ‘성인 성녀’분들은 고백할 죄가 없다고 느끼셨을까요. 아닙니다. 우리보다 그분들은 더 자주, 더 많은 눈물을 흘리며 성사를 보셨습니다. 인간관계 안에서 서로에게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을 사랑의 관계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실천해야 할 당연한 도리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관계라고 한다면 잘못한 게 없다 하더라도 내가 더 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 법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죄를 짓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에 해당됩니다. 내가 주님과 사랑의 관계라고 한다면, 그분께 해드릴 수 있는데 해드리지 못한 것들이 하나 하나 죄송하고 송구함으로 다가옵니다. 빛이신 그분께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내 안의 어두움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주님 앞에서 ‘저는 특별히 고백할 죄가 없습니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 남창현 토마스아퀴나스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4년 4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