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일렉트릭 컴퍼니(Western Electric)




웨스턴 일렉트릭 컴퍼니(Western Electric) 또는 웨스턴 일렉트릭(WE, WECo)은 1881년부터 1996년까지 AT&T의 주요 축을 담당한 미국의 전기 엔지니어링 및 제조 회사였다.이 회사는 통신장비 및 IT 산업 분야의 많은 기술 혁신과 정교한 개발을 담당해왔었다. 또한 벨 시스템(Bell System)의 회원으로도 활동했었다.
AT&T의 자회사로 통신 장비를 주력으로 생산하던 웨스턴 일렉트릭은 사실상 라디오 등 근대 통신기술 및 장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었다.
한편 스피커 및 진공관과 관련해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유명한 회사였다.
이후 기업가인 찰스 휘트너(Charles Whitener)는 AT & T와 협력하여 웨스턴 일렉트릭 컴퍼니(Western Electric 및 Westrex Corporation)를 재건했으며 1997년 캔자스 시티에서 진공관및 앰프 제조를 재개했다.
한편 그 이전의 역사에서 AT&T 및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적절한 계승자로 여겨진다.
군사 통신 분야의 선두 주자
군사용 및 민간 통신과 오디오, 진공관의 역사에 있어서 웨스턴 일렉트릭의 기여와 명성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를 않는다. 그만큼 웨스턴 일렉트릭은 이 분야에 있어서 커다란 획을 그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웨스턴 일렉트릭의 전신은 전화기로 유명한 벨이었고, ITT, STC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또 캐나다(Northern Electric), 영국에 자회사를 두었다.
때문에 어느 시대에 제작된 것이든 웨스턴 일렉트릭의 제품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회사의 제품은 명성에 걸맞게 어느 한 곳 취약하지 않고 수 십 년 전에 제작된 시스템을 오늘날의 장비로 측정해봐도 어디 하나 모자란 점이 없다.
물론 그 당시에는 군사적 관점에서 통신분야, 매스미디어에 대응하는 방송 음향 분야가 최고의 화두였고, 웨스턴 일렉트릭 역시 당대의 최고 석학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시스템이었기에 그와 같은 성과를 이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농담 삼아 "웨스턴 일렉트릭은 쓰레기도 비싸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 바다는 메워도 인간의 욕심은 못 메운다

대체로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 앰프 등을 어느 정도 장만하는 데는 서울 소재 아파트 한 채 값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드는 것이 보통이다. 통상 이렇게 구색을 갖추는데 선별되는 시스템들은 철제 캐비닛 만한 극장용 앰프와 프리앰프,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혼 타입 스피커, 어린아이 머리통 만한 드라이버, 15인치 18인치 필드형 우퍼 등이다. 게다가 네트워크, 파워 서플라이, 인클로저 등 구질구질한 것들이 많이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갖춰놓고 음악을 듣는 데는 최소 몇 백 평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공간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웨스턴 일렉트릭 시스템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고 단지 명성만 좇는 욕심일 뿐이다. 하기는 바다는 메워도 인간의 욕심은 못 메운다 하니 뭐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일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것은 당시의 장비들은 극장용이기 때문에 오늘날 필요로 하는 오디오용과는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즉 당시의 극장용은 주파수가 중역에 주로 맞춰져 있어서 초고역과 초저역에 감쇄 슬로프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좁은 공간에서 들을 경우에는 저음 우퍼와 고음 혼이 너무 커서 위상이 전혀 맞지 않는다. 즉 조화로운 음악이 아니고 고음과 저음이 따로 논다.
* Fact와 Truth
영어 단어 중에 두 가지를 예로 들어본다. 'Fact'와 'Truth'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팩트를 믿는다. 그래서 때로 팩트가 진실이 된다. 하지만 팩트는 있는 그대로 일 뿐 진실이 아닐 때가 많다. 눈에 보이는 것이 팩트이고, 보이지 않는 것이 포함된 것이 곧 진실일지도 모른다. 팩트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웨스턴 일렉트릭이라고 하는 팩트에만 매달리다 보면 극장용이나 대형 공간의 필요성, 그리고 주파수의 특성에서 오는 오류도 진실이라 믿는다.

세계 최초의 파워앰프. Western Elctric 7A Amplifier & 10-D Speaker. 왼쪽은 전원부를 별도 제작.

* 최초의 앰프 7A와 10- D 스피커

아무튼 그것은 그렇고, 웨스턴 일렉트릭에서는 세계 최초로 푸시풀 파워앰프를 개발해서 내놓은 적이 있다. 1922년 개발된 7A라는 앰프가 그것이다. 216A라는 초기형 진공관 3개 가운데 하나는 초단으로 쓰고 다른 2개는 PP로 묶어서 약 0.4W의 출력을 냈다. 당시에는 PP 앰프가 없었고 기능도 파워만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앰프는 없었다. 대부분 라디오 디텍터(Detecter)에 붙어있는 싱글 앰프가 고작이었다. 때문에 푸시풀 회로의 개발은 진공관 오디오 역사상 대단히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웨스팅 하우스의 2 Stage-Amplifier(1922년), 영국 마르코니의 V-2 Reciever- Amplifier(1922년), Atwater Kent의 Bread-Board(1922년, 빵을 굽는 빵판처럼 길쭉하게 생겨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가 그런 종류이다.
또 독립된 파워앰프라고 볼 수 있는 Fellophone의 2-Valve Amplifier(영국, 1922년), HPR Wireless Ltd. 의 Simplex Amplifier(영국, 1922년)등도 싱글 앰프에 불과했다. 이러한 것들은 출력이 0.1W도 되지 않았다. 따라서 스피커를 사용하지 못하고 대부분 헤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시기에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2단 증폭에 0.4W짜리 푸시풀 파워앰프를 내놓아 스피커를 바로 연결해서 듣게 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Atwater Kent의 빵판라디오와 혼 스피커. 디텍터 하나하나가 각각 단 단위, 십 단위, 백 단위 헤르츠를 잡는다.

Atwater-Kent의 2 스테이지로 조성된 빵판라디오.
* 복숭아 진공관의 조화
7A에 사용된 진공관은 웨스턴 일렉트릭이 생산하는 216A라는 것인데 마치 복숭아처럼 생겼다. 플레이트는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최초로 생산한 VT-1이라는 진공관과 동일하게 주름치마 형태인데 이는 동일한 크기에서 플레이트의 실제 면적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즉 통치마의 원단 넓이보다 주름치마의 원단 넓이가 실제로 더 넓은 이치이다.
1922년 개발된 이 진공관은 종이 리본으로 넥타이까지 매 놓았다. 그럴싸해 보인다. VT-2와는 거의 비슷한 모양이지만 동작 조건은 다르다. 7A의 동작 중에 216A가 없으면 101D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으나 주의 사항에 "수명이 대단히 짧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216A는 필라멘트가 6V이고, 101D는 4V이기 때문에 당연히 101D의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Wester Electric 216A
* 구성과 특징
7A는 218A라는 인풋 트랜스로 신호를 받아서 216A 하나로 1차 증폭을 하고, 218B라는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를 거쳐 푸시풀로 216A 두 개를 구동한다. 그리고 111A라는 아웃 트랜스를 통해서 출력을 내보낸다. 본래 7A는 당시 모든 기계들이 그렇듯이 배터리로 구동하는 앰프였다. 전원은 120V, 6V, 9V 등 3 가지 전원, 즉 A, B, C 전원이 필요하다. 216A와 비슷하게 생긴 217A라는 반파 정류관이 있었기는 했지만 실제로 7A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록을 보면, 이 앰프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미국과 멕시코 간 열차의 운전 사령용이었다. 한편 7A와 회로가 같은 가정용 앰프가 있었는데 14A라는 앰프가 그것이다. 14A는 7A에 527W라는 우드형 스피커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앞은 그릴로 막아놨고, 뒤의 여닫이 창문을 열면 216A 3구가 가로로 꽂혀있다. 그 판을 들어내면 속에 527W 리프로듀서(Reproducer)가 들어있다. 그러나 진공관을 밖에서 볼 수 없다는 점과 음의 확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7A 보다는 관심이 떨어진다.
7A의 출력은 0.4W 정도이다. 지금 보면 참 빈약한 출력이지만 당시에는 최고의 출력이다. 이 때문에 웨스턴 일렉트릭의 10-D 스피커, 518W 스피커, 527W 스피커를 모두 가뿐하게 구동한다. 인풋 트랜스는 5개의 탭을 내서 어테뉴에이터처럼 사용했고, 파워 스위치는 필라멘트의 전원을 끊어주거나 이어주는 방법으로 On/Off 했다.
최초의 스피커 10-D
웨스턴 일렉트릭의 10-D 스피커가 나오기 전까지는 스피커다운 스피커는 없었다. 대부분 헤드폰으로 듣던 시기였기 때문에 라우드 스피커(Loud Speaker)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1920년 영국의 브라운에서 만든 Type-1이라는 스피커가 있었지만 스피커라기보다는 헤드폰에 소뿔 정도 되는 혼을 달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1921년 10-D 스피커가 나온 이후 스피커라고 할 수 있는 스피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GEC의 Gecophone(영국, 1922년), True Music의 Junior(영국, 1922년), Amplion AR 시리즈 Dragon, SwanNeck 등(1923년), Atwater-Kent 모델들, 마그나복스의 R-3, M-3, M-4(1924년)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것들은 10-D의 아류 모델로 모두 혼 타입이다.
Dictograph 혼 스피커
Magnavox 혼 스피커
하지만 10-D의 혼은 다른 여타 혼과 상당히 다르다. 우선 혼의 재질이 종이다. 즉 종이를 여러 겹 겹쳐 압착하여 혼을 성형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제작 방법을 선택한 것은 혼의 공진을 방지하고 재질에 따른 왜곡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뿐 아니라 혼 속에 들어있는 리프로듀서의 진동판은 알루미늄이 아닌 베이크라이트 재질이다. 이 때문에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오래 들어도 귀가 불편하지 않다.
* 향수에 젖게 하는 울림
리프로듀서는 본래 축음기에 사용되는 조그만 발성기이다. 축음기는 진동판이 바늘에 의해 세로로 떨게 되어 있어서 왜곡이 심하지만 10-D의 진동판은 (물리적으로는 축음기와 같은 원리지만) 전기 자극을 가로로 전달받게 만들었기 때문에 진동 자체가 매우 자연스럽고 왜곡이 극히 적다. 하지만 다른 제조사들의 혼들은 리프로듀서의 진동판을 대부분 성형이 쉬운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혼도 만들기 쉬운 철판, 구리판, 나무판 등으로 만들었다.
10-D는 워낙 감도가 높고, 현대 스피커와는 임피던스가 다르기 때문에 오늘날의 앰프로는 구동할 수가 없다. 물론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작시키는 순간 내부의 코일이 끊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주파수 대역은 대략 200~4,000Hz인데, 목소리와 기타 소리, 가야금 소리는 꽤 들을 만한 소리를 낸다. 이것으로 듣는 성금연의 가야금 산조는 그야말로 훌륭하다. 7A 앰프에 CD 음원을 연결하여 10-D로 듣는 음악은 마치 약간 코 먹은 LP를 듣는 듯 시간의 불가역성을 뛰어넘어 향수에 젖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