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반점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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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독일 아헨 공대에서 개최된 연주회에서 한국 출신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갑자기 바지를 내린 후 자신의 엉덩이를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당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공연과 전시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였지만, 정작 그가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은 엉덩이 자체가 아니라 몽골로이드계 인종의 특징인
‘몽고반점’이었다.
우리나라 설화에 의하면 옛날
명진국이라는 하늘나라에 아기를 좋아하는 삼신할머니가 살았는데,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정월 초하루 새벽이면 세상에 내려와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부부에게 아기를 점지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출산을 앞둔 산모가
아기를 낳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을 때 삼신할머니가 배를 쓸어주자 대번에 아기가 쑥 나왔다. 아기가 울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아 삼신할머니가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니 그제야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며 숨을 쉬기 시작했다. 삼신할머니가 얼마나 세게 때렸던지 아기 엉덩이에 푸른 명이 들었는데,
그때부터 우리나라 아기들 엉덩이에는 ‘몽고반점’이라고 부르는 푸른 멍이 생기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몽고반점은 몽골과 만주, 시베리아, 한국, 일본, 중국 양쯔강 이북 지역, 중앙아시아, 인도 북부의
부탄, 티베트, 아메리카 인디오와 이누이트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 morgueFile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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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반점은 몽골과 만주, 시베리아, 한국, 일본, 중국 양쯔강 이북 지역, 중앙아시아,
인도 북부의 부탄, 티베트, 아메리카 인디오와 이누이트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또한 중앙 유럽의 헝가리와 터키, 남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시맨, ‘연가’라는 노래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뉴질랜드의 마오이족에게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백인종에게서도 몽고반점이 나오는 민족이 있다. 불가리아인들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이로
인해 불가리아인의 시조인 원(原)불가족이 동방에서 건너온 민족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빈도가 매우 낮기는 하지만 흑인인 니그로이드계의
유아에서 몽고반점이 관찰되기도 한다.
백남준이 연주회에서 몽고반점을 보여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변방의 아시아인으로서
주류 구미 예술계에 뛰어든 그는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대제국을 이루었던 몽골처럼 전 세계를 아우르는 예술을 추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따라서
백남준이 평생 추구했던 예술적인 코드 중 하나가 바로 ‘몽골
코드’였다.
서양인에게는 몹시 생소한
표식
이처럼 몽고반점은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몽골로이드계 인종들이 서로 동질성을
확인하는 코드가 되기도 하지만, 서양인에게는 몹시 생소한 표식이기도 하다. 구미로 건너간 한국인 유학생 부부가 아기를 낳았을 때 서양인 의사와
간호사들이 ‘아이 엉덩이에 멍이 들었다’며 걱정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가 하면, 유럽에서는 동양인 아기의 몽고반점을 가정폭력으로 오인해 신고를
당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 적이 있다.
몽고반점은 배아 발생 초기 표피로 이동하던 멜라닌색소세포가 진피에 머무르면서 생기는
푸른색 반점이다. 진피에 있는 멜라닌색소세포는 출생과 동시에 서서히 없어지므로 몽고반점도 4~5세부터 없어지기 시작해 13세경에는 완전히
없어진다.
만약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 있는 경우는 몽고반점이 아니라 ‘오타모반’이라는 불리는 색소성
질환이다. 일본인 의사 오타 씨가 처음 이름을 붙여서 오타모반이라 불리는 이 점은 푸르스름한 점이 주로 눈 주위나 관자놀이, 이마, 코에
발생한다.
백인의 경우 피부의 멜라닌색소가 너무 적으며, 반대로 흑인은 멜라닌색소가 과다하기 때문에
몽고반점이 있다 해도 표리의 색소에 덮여 눈에 띄기 어렵다. 따라서 간혹 백인 아기가 몽고반점을 갖고 태어난다 해도 동양인처럼 선명하진 않으며,
몽고반점은 동아시아인들의 유전자에만 각인된 특별한 표식도 아니다.
최근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손문 교수팀이 2012-2013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신생아 19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7.1%에서 몽고반점이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본인의 경우 몽고반점 발생률은 81.5%, 중국인은 86.3%이며, 미국 인디언들도
62.2%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신생아의 몽고반점 발생률은 같은 몽골로이드계인 일본이나 중국의 신생아 비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인
셈이다.
몽고반점의 발생 위치는 엉덩이 및 몸통 부분이 97.3%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팔
1%, 다리 0.8%, 가슴과 등 0.7%, 머리와 목 0.2%의 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신손문 교수는 “몽고반점 발생률이
높다고 해서 우리가 더 순수한 몽고 혈통이라고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몽골주름 및 몽골리안
플래시
인류학상 몽골 인종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것으로는 ‘몽골주름’이 있다.
쌍꺼풀에 있는 홈의 위치가 눈꺼풀의 가장자리에 있으며 피개주름이라는 피부의 주름이 생기는데, 몽골주름은 이것이 눈시울에 있는 누구(淚丘)의 일부
또는 전부를 덮은 것 같이 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이 주름은 눈시울의 상외측에서 하내측을 향해 경사져 있어 외견상 눈시울을 날카롭게
보이게 한다. 몽골주름이 생긴 이유는 아시아 중부의 기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모래바람과 눈[雪]에 반사된 빛이
눈을 자극하는 걸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또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현상을 가리켜 ‘몽골리안 플래시(Mongolian
Flash)’라고 한다. 알코올 성분이 분해되어 생긴 아세트알데히드가 다시 산(酸)으로 변해 체외로 배출되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될 경우 얼굴이 빨개지게 된다. 이 현상 역시 황색 인종에게서 잘 나타난다고 해서 ‘몽골리안 플래시’라고
불린다.
서양인의 관점에서 동양인을 모두 몽골리언이라고 부를 때 몽고반점이나 몽고주름, 몽골리안
플래시 같은 명칭들이 붙여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몽고반점이 어떤 동질성을 확인하는 표시로 미화되거나, 또는 몽골대제국이 고려를 지배했을 때
남긴 낙인 같은 것으로 여기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한반도와 몽골지역에서 출토된 고인골 DNA를 비교한 ‘한민족 기원 규명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과 몽골인은 신석기시대부터 형질적 분리가 이뤄져, 그 이후에는 형질인류학적 유사점이 이미 사라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첫댓글 이제 몽고 반점은 없어졌
는데 몽고 플래시가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