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환율 급등이 의미하는 바를 한마디로 말해 이런 상태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달러당 1453.1원까지 떨어져 1451.9원으로 장을 마쳤다. 1달러가 1450원을 넘어선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발단이 돼 세계 금융위기가 진행된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으로 그해 10월 14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FRB가 올해 9월 1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내린 뒤 1307.8원(9월 30일)까지 올랐다. 그러나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외국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주식 매도가 장기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금세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관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도 한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며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원화 가치는 더 떨어졌다.
미국 달러화지수(유로, 엔, 파운드화 등 6개국 통화 대비 상대적 가치)는 10월 이후 이달 19일까지 7.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11.0%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영향을 넘어 한국 경제 전망 악화가 환율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환율 상승은 원자재 수입기업의 경영을 불안정하게 하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에 부담을 준다. 대폭 오르락내리락하는 '변동성 확대'만으로도 경제 전반을 위축시킨다. 또 외화부채가 많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흔들고 자금공급 여력을 축소한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를 소폭 완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은 이날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당국과 국민연금공단의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650억 달러로 늘리는 방침을 발표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의 환헤지 비율 한시 인상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해 시중에 달러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외환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의 정점(1440원)도 돌파한 1450원의 현재 수준은 지나치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견해와 "당국이 개입해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보인다.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150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박형준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 전문가들도 외환시장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