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파스카 [사순 제2주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7,1-9
그 무렵 1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2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3 그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4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5 베드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었다. 그리고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6 이 소리를 들은 제자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 채 몹시 두려워하였다. 7 예수님께서 다가오시어 그들에게 손을 대시며,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 8 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9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고 명령하셨다.
산 위에서 예수님은 눈부시게 빛나셨습니다.
너무나 찬란한 영광의 빛에 베드로는 그곳에 영원히 머물고 싶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이 영광은 잠시 스쳐 가는 순간이고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신 뒤에야 그 영광은 온전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 알려주십니다.
파스카(Pascha)란 어원적으로 ‘통과하다, 지나가다’라는 히브리어 동사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오늘 말씀은 다섯 번의 파스카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아브라함의 파스카
아브라함은 약속과 믿음을 따라 안정된 삶을 떠나 광야로 나갔습니다. 세상의 혈통을 떠나 하느님의 백성을 이루는 이 길은 메시아의 혈통을 낳는 길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모세의 파스카
모세는 이집트의 풍요와 안락함을 떠나 광야의 고난을 선택했습니다. 세상의 땅을 떠나 약속의 땅으로 나아간 이 길이 하느님의 백성을 세우는 길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엘리야의 파스카
엘리야는 아합 왕과 예언자들과 맞서 목숨을 걸고 믿음을 지켰습니다. 우상을 떠나 참 하느님을 선택한 것입니다.
네 번째, 예수님의 파스카
십자가에서 부활로, 고난에서 영광으로 나아간 예수님의 파스카는 과거 모든 파스카를 완성하는 길이 되었습니다. 이전의 모든 파스카가 하느님께서 구원하신다는 약속과 구원의 방향을 가리키는 표징으로 앞으로 올 참된 구원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면 예수님의 파스카는 십자가와 부활로 그 모든 것을 완전히 이루신 영광의 파스카입니다.
다섯 번째 파스카, 이제 우리 모두의 파스카
우리는 세례를 통해 이미 그리스도의 파스카에 동참하고 있으며 지금도 주님의 은총 안에서 그 파스카의 여정으로 끊임없이 초대받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이 파스카를 향한 작은 여정입니다.
흩어졌던 마음을 다시 모으고, 세상의 방향으로 기울어진 영혼을 돌이켜, 주님을 향해 다시 걸어가는 시간입니다. 이 작은 파스카를 통하여 우리는 부활의 빛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 전체는 더 큰 파스카입니다.
세상의 집착을 떠나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 유한한 삶을 지나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거대한 과정입니다.
희생은 아픕니다.
끊임없는 인내는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산 위에서 빛나신 주님의 변모는 그 고통을 넘어 우리에게 주어질 영광의 약속입니다.
그 빛은 우리가 도달할 목적지이며, 희망의 표지이며, 시험 중에 우리를 붙드는 힘입니다.
사순 시기를 충실히 살아가는 이는 마침내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베드로처럼
“여기 머무르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내려가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영원히 주님과 함께 머무르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파스카이며, 우리 인생의 완성입니다. 아멘.
함께 묵상해 봅시다.
1. 나는 지금 ‘파스카’의 여정 어느 부분에 서 있습니까?
2. 사순절에 나는 무엇을 죽이고, 무엇을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까?
3. 내 안의 옛 사람은 무엇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살아가야 할 나의 참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십시오.
<사진 설명> Da Lat의 벚꽃
고원의 봄을 가장 먼저 전하는 벚꽃이 달랏 거리 곳곳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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