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이해하라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와이프하고 많이 싸웠습니다. 부부싸움의 원인 중에 대부분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제 와이프가 TV를 너무 많이 봅니다. 아침 8시부터 밤2시까지 기본적으로 TV를 봅니다. 요즘 TV를 켜면 24시간 Full방송입니다. 아무거나 채널을 돌려도 볼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좋아하는 대한민국의 많은 주부들, 많은 여성분들은 드라마를 끼고 삽니다. 와이프가 너무 많은 TV를 보는데 저는 이해가 안가는 겁니다.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면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을 배울 수도 있고 책을 읽으면 아이들도 엄마를 보며 책을 읽을 텐데 우리 아이들은 전부 TV 드라마만 보는 겁니다.
처음엔 좋게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김수현 작가님처럼 훌륭한 드라마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닙니다. 드라마만 볼 줄 알지 그것에 대한 비평이나 이야기를 전개한다거나 하는 능력은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보는 것만 익숙하지 내가 만들어내는 책을 보며 무언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 불만이어서 '제발 책 좀 읽어라'등 여러 가지를 많이 얘기했는데 그러면 '너나 읽어라'하면서 싸움의 정도가 점점 커지는 겁니다. 사실 저는 책을 한 달에 2~3권씩은 읽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저희 와이프도 제가 책을 계속 읽으라고 했더니 책을 보긴 보더라고요. 홈쇼핑 책자를 1페이지부터 끝까지 다 봅니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이프가 TV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이해해주자. 몸이 약하니까 소파에 기대서 TV를 보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조금씩 말도 안 되는 최면을 걸면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싸움의 강도가 조금씩 줄더라고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는데 조금씩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강제로 이해를 하다보니까 나쁜 멘트가 오고 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싸움의 횟수가 줄어드는 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TV보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나랑 결혼했지. 만약에 책보는 것을 좋아했거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면 왜 나랑 결혼을 했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취미 생활로 텔레비전으로 드라마 보기 얼마나 아름답고 고상합니까? 저는 취미가 고스톱 치는 거예요. 하면 참 없어 보이잖아요. 저는 취미가 음주가무. 그러면 사람이 이상해 보이잖아요.
차라리 TV시청이 더 나은 거라고 생각하니까 부부싸움의 횟수가 많이 줄고 부부싸움을 안하다보니까 속된말로 반찬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들어오고 나갈 때 인사까지 해줍니다.
그러니까 소통이라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서로의 주장을 대화하는 것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마저도 이해하기 시작하면 이런 것이 만사형통으로 소통의 지름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께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그 어떤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시면 소통이 조금은 쉬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