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찾게 하는 연단
(김남준 목사)
(시 119:67) “여호와여 주의 말씀대로 주의 종을 선대하셨나이다
내가 주의 계명들을 믿었사오니 좋은 명철과 지식을 내게 가르치소서
고난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
I. 본문해설
시편 119편은 하나님 말씀의 영광의 장입니다. 두문법의 형태로 구성되었습니다. 히브리어 22자 알파벳을 각각 맨 앞으로 오게 해서 한 글자에 8절씩 지은 시입니다. 읽고 암기하기 좋도록 이렇게 하였습니다. 다윗이 지었을 것이라고 짐작되어집니다.
II. 고난당하기 전의 삶 : 그릇 행함
히브리어 번역의 "그릇 행하였다"는 '길을 잃어버리다', '길을 잃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행하다' 입니다. 즉 삶의 방향을 잃은 것을 뜻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다윗도 길을 잃은 삶을 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살인, 간음도 저지르고, 하나님 싫어하시는 인구조사를 하여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직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삶의 주체가 자신이지만(하나님과 동행하는 가운데) 주체로서의 삶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거룩한 욕구만 우리의 삶을 이끄는 게 아니라 정욕적인 욕구도 우리의 삶을 이끄는 힘을 주기도 합니다. 신문이나 TV,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서 우리는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것은 주체성 있는 삶이 아닌 것입니다. 마치 누군가에 의해 조종 받으며 사는 삶이지만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각하여 뛰는 학생에게, 왜 그렇게 뛰느냐, 빨리 가야 출석하고, 출석해야 학점 받고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나이 들어서 죽게 되는데, 결국 죽기위해 그렇게 빨리 뛴다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의 삶에 몰두하느라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예지할 시간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릇 행하는", 즉 길을 잃은 채 살아가는 모습인 것입니다.
III. 고난당한 후의 삶 : 말씀을 지킴
여기에서 "말씀"은 히브리어에는 단수로 나타납니다. 여러 가지 규칙과 교훈을 하나님은 주시지만 그것은 '하나'의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처럼 '하나'인 것입니다. 도둑질이나 살인 같은 하나씩의 죄를 안 짓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는 뜻, 그것을 지키는 것을 말합니다. 세계와 자신을 향해서 가지신 하나님의 뜻에 마음을 모으는 것입니다. '지키다'는 (샤마르) '성을 지키다', '말씀에 자신을 합치시키는 것', '높은 망대에서 적을 탐색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구체적인 삶 속에서 나타나는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말씀을 지키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믿음의 규칙(무엇을 믿어야 하는가)입니다.
둘째, 생활의 교훈(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이렇게 살아라, 이렇게 되어라)입니다.
이 두 가지가 일치할 때, 말씀을 지키는 삶인 것입니다. 그의 사람됨을 펼치면 그 사람의 삶이 되고, 그의 삶을 접으면 그의 사람됨이 되는 것입니다.
IV. 고난과 영혼의 변화
고난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질서 속에 있는 괴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누구든지 편안한 환경을 원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 고통을 느낍니다. 짐승은 고통을 받으면서 그 의미를 물을 수 없지만 인간은 그것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행복은 '항구적'인 특성을 가져야만 행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잠시 즐겁더라도 내일부터 괴롭게 된다면 오늘의 잠시라도 진정한 행복일 수 없는 것입니다. 신앙의 유익은 고통 속에 있더라도 그 의미를 묻고 하나님 안에서 그것을 발견하고 이기며 나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고생은 상처만 남기지만 고난은 연단을 줍니다. 진리의 빛을 통해서 나를 객관적으로 보며 삶의 사태를 받아들이고 믿음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우리의 죄로 인한 인과응보의 고통도 있고, 죄와는 상관없는 고통도 있을 것이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해서 묻고 하나님과의 관계성에서 의미를 알고 받아들게 되는 것입니다.
형통하고 모든 것이 잘 나가는 것만이 하나님의 축복은 아닙니다. 모든 것이 형통하는 듯 보이지만 길 잃은 상태로 사는 것이 행복일까요, 아니면 하나님이 한 대 때리시더라도 정신 차려 제 길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는 징계하신다고(히) 하십니다. 그렇지 못한 자는 사생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지성적으로 교통하길 원하시지만 그 지성이 눈멀 때, 환경적으로 말씀하셔서 그로 하여금 '내가 하나님을 멀리 떠나 그릇 행했습니다'라고 고백하게 하십니다.
여러분이 어떠한 삶의 처지에 있던지 두 가지 사실을 굳게 붙드십시오.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시고, 하나님은 말씀으로 우리를 이끄신다는 것을 굳게 붙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