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의 ‘루틴과 징크스’ 세계
명상, 낮잠, 만트라…나달의 루틴 10
운동선수들은 저마다 자신의 '루틴'이 있다. /자료=셔터스톡
‘우크라이나 미녀새’로 불리는 야로슬라바 마후치크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런데 금메달 보다 더 화제가 된 건, 그의 ‘루틴’(routine)이었다.
지난 4일 파리 올림픽 공식계정에는 마후치크 선수의 낮잠 사진이 올라와 1만여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 선수는 높이뛰기 결승전을 앞두고 대범하게 경기장에 침낭을 깔고 누웠다. 신발과 양말도 벗고 스포츠백을 베개 삼아 낮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서는 거뜬하게 2m 높이의 바를 뛰어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후치크의 독특한 습관을 한마디로 말하면 ‘루틴’이다.
‘루틴’의 사전적 의미는 '일상, 틀에 박힌 일' 또는 '특정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된 명령'이지만, 스포츠에서 말하는 루틴은 '운동 선수들이 최고의 운동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습관적인 동작이나 절차'를 의미한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루틴을 선수를 성공으로 이끄는 심리적 요소 중 하나로 꼽는다. 성공한 선수들에게서는 성격, 정서, 시합 불안, 동기, 목표 설정, 자신감, 심상, 주의 집중 등의 요소와 더불어 ‘루틴’이 있다는 뜻이다.
선수들은 루틴을 통해 마음가짐을 다스리고 통제 요인들을 관리함으로써 제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다는 것.
테니스의 황제 라파엘 나달은 루틴의 황제이기도 하다. 그의 루틴은 너무나 많아서 정리가 필요할 정도다.
나달은 자신의 루틴에 대해 "미신이 아니라 머릿 속을 정돈해 경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주고 내가 이기는 비결"이라고 인터뷰 했다.
◇ 나달의 루틴 10
1. 경기장에 들어설 때 반드시 오른발 먼저 딛기
2. 왼손에는 라켓 하나를 들고 오른쪽 어깨에는 라켓 5개가 든 가방을 메고 입장
3. 벤치에 도착하면 관중석을 바라보고 점프하며 재킷을 벗어 놓기
4. 서브 순서를 정하기 위해 심판이 동전 토스를 할 때 계속 점핑하기
5. 서브권이 결정되고 베이스라인까지 이동 시 절대 선을 밟지 않기
6. 서브를 넣는 때 5가지 행동 반복하기
7. 휴식 후 상대방보다 늦게 일어나서 코트로 이동하기
8. 음료수 병은 항상 상표가 코트를 향하도록 일렬로 배치하기
9. 매 포인트가 끝나면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코와 귀 쓸기
10. 발목으로 올라 온 양말 길이 똑같이 맞춰 신기
이 외에도 경기 전 찬물로 샤워하기, 음료와 물은 한 모금만 마시기, 관중석에 앉은 가족 위치를 확인하는 루틴도 있다.
특히 서브를 넣을 때는 1) 발로 베이스라인을 닦고 2)라켓으로 왼발과 오른발을 한번씩 친 후
3)엉덩이에 낀 바지를 쏙 빼고 4) 코, 왼쪽 귀, 코, 오른쪽 귀를 순서대로 만지고 5) 오른쪽과 왼쪽 어깨를 번갈아 만지는 행동을 반복한다.
그렇다면 루틴을 실행하지 않으면 경기력이 떨어질까? 한마디로 루틴은 결국 징크스의 다른 말일까?
스포츠 심리학에서 징크스는 루틴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 상태로 본다. 루틴은 마음의 안정과 긍정성을 불러오기 위한 의식인데,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경기에 제대로 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루틴이 변질되면 징크스가 된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 루틴과 징크스는 반복된 행위가 마음의 긍정성으로 향하느냐, 부정성을 향하느냐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마음건강 길